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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면 읍내를 출발한 남파랑길 84코스는 농로를 가로질러 강진만 해변으로 나간다. 중간에 용흥저수지도 거친다. 해안으로 나가면 도암천을 가로막은 도암천 방조제를 따라 이어진 해안관광로 도로를 걷는다. 도로를 따라 강진만 풍경을 보며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사내방조제를 만나면서 남파랑길 강진군 코스를 마무리한다.
어제 도암농협에서 83코스를 끝내고 강진읍내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첫차를 타고 다시 도암농협으로 이동하여 남파랑길 84코스를 시작한다. 오전 6시 10분 좌일로 가는 첫차를 타고 10여분 걸려 도암에 도착했다. 정류장 방송도 해주시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도암 읍내를 가로지르는 도암중앙로 도로를 따라서 도암우체국, 도암면사무소, 도암문화회관, 도암파출소를 차례로 지나고 개천을 건너는 다리 앞에서 좌회전하여 동쪽으로 해안을 향해 나아간다.
해안을 향해 동쪽으로 향하는 길, 산너머로 강렬한 아침 태양이 붉게 타오른다. 길은 도암천을 건너서 커다란 나무가 반겨주는 향촌 마을 앞에서 우회전하여 도암천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한다.
커다란 나무만큼이나 향촌마을도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가 서려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도암천변으로 가지런히 나무도 가꾸고 폐타이어로 향나무를 심어 놓은 모습을 보니 마을분들의 정성을 미루어 짐작할만하다.
폐타이어로 만든 화분에 칸나가 꽃을 피웠다. 홍초라고도 부른다. 남부지방에서는 월동이 가능한 여러해살이풀이다. 관상용 꽃으로만 키우는 줄 알았는데 뿌리에 전분이 많아서 식용도 가능하다고 한다.
향촌마을을 벗어난 길은 월곶로 도로를 만나 좌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동쪽 들판 너머로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태양을 보니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뙤약볕이 작렬하겠구나 하는 긴장감이 돈다. 아직 선선할 때 많이 걸어두자는 마음으로 발걸음이 조급해진다. 도로를 걷던 길은 이내 우회전하여 용흥저수지 방향으로 농로를 걷는다.
겨울, 봄, 여름 남파랑길에서는 늘 우리를 즐겁게 향기가 있었다. 소나무, 편백나무, 차나무, 유자, 매화, 벚꽃, 아까시나무, 찔레꽃, 등나무꽃, 때죽나무까지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자동차 붕붕"처럼 코를 대고 향기를 만끽하며 힘을 내어 걸었었다. 이제 모두 꽃이 지고 열매를 맺는 계절에 무슨 향기가 있을까 싶었지만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온 향기가 마법처럼 우리의 발걸음을 향기를 발하고 있는 꽃으로 향하게 한다. 향기의 주인공은 칡이었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줄기를 뻗어온 칡이 독특한 모양의 꽃과 함께 아주 향긋한 냄새로 꿀벌을 모으고 있다. 벌들에게는 칡꽃이 거의 마지막 밀원 식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사람은 꽃으로 차도, 효소도, 술로도 이용할 수 도 있다. 천박꾸러기 취급을 받는 칡을 잘 활용하면 좋으련만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그저 잡초 취급받으니 안타깝다.
탁트인 시야로 들판으로 나아간다. 도암방조제가 만든 넓은 평야와 연잎이 가득한 용흥저수지를 만난다.
용흥저수지를 가득 채운 연밭이 아침 햇살에 신비롭기 하다. 드문드문 하얀 꽃이 보이는 것이 백련이다. 연꽃은 수질정화에 많이 사용하는 부레옥잠보다 두 배 이상의 수질정화 능력이 있다고 한다.
길은 용흥저수지 하단의 길을 걸어 동쪽으로 이동하다가 저수지와 연결되는 수로를 건너 우회전하여 남쪽 신기마을로 향한다. 동쪽으로 길을 잡을 때마다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만난다. 붉은 태양은 사람의 마음에도 활력의 불을 붙인다.
용흥저수지에서 나온 길은 기전로 도로를 만나 좌회전하여 도로를 따라 신기마을로 향한다. 도암면 향촌리에서 신기리로 넘어간다.
신기마을 앞에서 우회전하여 농로를 따라 도암방조제로 향한다.
길가에 나팔꽃 덩굴이 꽃을 활짝 열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정열적인 붉은빛이 더욱 생기롭다.
몇 걸음 더 걸으니 이번에는 하얀 나팔꽃이 군락을 이루었다. 씨앗을 구해다가 나팔꽃 정원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나팔꽃 씨앗을 변비 상비약으로 준비해 두고, 꽃도 보고, 잎으로 공기 오염도도 확인하고......
달개비라고도 부르는 닭의장풀이 신선한 색깔과 함께 앙증맞은 꽃을 피웠다. 꽃은 염료로 쓰고, 잎과 줄기는 나물이나 장아찌로 먹을 수 있다. 당뇨에 좋다고 한다.
도암방조제에 올라 방조제 위에 조성된 해안관광로 도로와 함께 둑방길을 걷는다. 3Km에 이르는 거리다.
북쪽으로는 가우도, 남쪽으로는 멀리 작은 섬 비래도가 자리한 강진만 바다를 보면서 둑방길을 걷는다. 아침 바다의 고요함이 가득하다.
도암천의 물을 가둔 도암 방조제의 배수 갑문을 지나 길을 이어간다. 도암천 물이 바다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다. 상류의 탐진댐부터 강진만 주위 지천을 막고 있는 이러한 방조제들까지 내륙의 수많은 유기물을 바다로 실어 나르던 물길이 막혔으니 패류가 넘쳐나던 강진만 바다의 생태가 변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싶다.
6시 30분 내외로 만조였으니 지금은 물이 조금씩 빠지고 있는 시간이다. 뻘일을 하고 흙을 씻어내는 물통에 물을 채운 바닷물은 다시 먼바다로 나간다.
오전 8시가 넘어가는 시각, 중천을 향해 떠오르고 있는 태양은 구름사이로 강진만 바다에 눈부신 은빛 물결을 만들고 있다.
어느덧 도암 방조제 끝자락에 도착한 길은 계속 해안관광로를 따라서 걷는다. 길은 강진군 도암면에서 신전면 벌정리로 넘어왔다.
도로에서 강진만 북쪽 풍경을 보면 바다 가운데서 양쪽 육지로 인도교를 펼치고 있는 가우도가 바다를 떡하니 막고 있는 모양새다. 강진의 남쪽 끝자락을 향해서 걷는 길 가우도도 안녕이다.
강아지풀이 하늘거리는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남쪽으로 길을 이어간다. 강진만의 뻥 뚫린 남쪽 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강진만 남쪽에서 방파제처럼 바다를 막고 있는 섬은 완도에 속한 고금도이다.
길 건너편에서 꽃댕강나무가 나그네의 발걸음을 이끈다. 떨어진 꽃들이 바닥에 수북하게 쌓여 있지만 나무에는 여전히 하얀 꽃들이 만발하다. 가을에 들어서면서 하얀 꽃 대신에 단풍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5월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연중 개화한다고 한다.
검은 나비 한 마리가 꽃댕강나무를 찾아왔다. 이번 여정에서 여러 번 만났던 나비인데 남방제비나비라고 한다.
구부구불 이어지는 해안 도로를 따라 신전면 벌정리의 해안길을 걸어간다. 만조 때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물이 많아 보이지만 활처럼 휘어진 해변으로는 역시 갯벌이 발달해 있다.
해안을 돌아 나오니 멀리 해남의 두륜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명산의 위엄이 있다.
물이 좀 더 빠졌다면 갯벌길로 반대편 해안으로 가로질러 가고 싶은 충동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위성사진을 보면 양쪽 해변에서 중앙으로 뻗어나간 갯길 사이는 얼마 되지 않아 사리 때 완전히 물이 빠지면 건너갈 수도 있겠다 싶다. 약천마을, 대벌마을 앞의 해안을 돌아서 코스 끝자락으로 향한다.
마을 앞 해안길은 해안관광로 도로와 함께 데크길, 갈대밭이 나란히 이어진다. 저 멀리 두륜산 자락을 감상하며 걷는다.
해안길을 걸어 반대편에 오니 양쪽에서 바다 중앙으로 뻗어간 갯길은 물이 더 빠지면 아마도 연결될 것 같다는 심증이 굳어진다. 물론 내가 이 동네로 이사오지 않는 한 저 갯길을 걸어서 바다를 건널 일이 없을 테니 부질없는 잡생각이다. ㅎㅎ
이 근처에 사시는 어떤 분은 참 재미있는 분인 모양이다. 배를 직각으로 세워 갯길 입구에 이정표로 세워 놓고, 폐선 뱃머리를 잘라 전봇대에 매다는 방식으로 그늘막을 만들어 놓았다.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
84코스 종점 근처에 있는 쉼터에 앉아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갖는다. 이후로 85코스를 걷고 이어서 86코스 일부도 걸어야 하니 갈길은 멀지만 이른 시간에 시작한 덕택에 마음에 여유가 있다. 강진군의 최남단 신전면 사초리 앞바다에 호래비섬과 포구가 있는데 이름은 섬이지만 육지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더 이상 섬은 아니다.
드디어 84코스의 종점 사내 방조제 입구에 도착했다. 계속해서 85코스 걷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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