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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길을 걷고 있는 남파랑길 86코스는 황진리 포구를 떠나 남선리, 영흥리, 영풍리 해안을 차례로 지나 대창 2구 마을에 이른다.

 

완도 북쪽 해안을 동쪽으로 이동하는 해안길은 태양을 쫓아가는 길이다. 해돋이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해돋이를 마주하며 태양을 향해 전진한다.

 

해안길에는 돼지와 토끼 목각 인형이 세워져 있는 벤치가 있었다. 이런 벤치가 몇 군데 더 있었는데, 그런데 왜 토끼와 거북이가 아니라 토끼와 돼지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토끼띠와 돼지띠가 만나면 서로 장단점을 보완하며 잘 산다는 설이 있기는 하지만, 그냥 만든 이의 취향과 기분이었다고 해야 할까? 이후에 만난 또 다른 벤치를 상기해 보면 다양한 동물 목각 인형을 두었을 뿐 별다른 의미는 없어 보인다.

 

남선마을 앞 해안을 지나는데 앞바다에는 작은 섬 계도가 있었다. 닭섬 계도는 간조시에는 걸어서 갈 수도 있다고 한다. 

 

해안가 논에서 열심히 먹이를 찾아 움직이고 있는 왕우렁이의 크기에 적잖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세히 보니 이미 훌쩍 커버린 잡초들은 건들지 않는 모양이다. 필자가 자급자족을 목표로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마지기 논에 올해도 두 번이나 김매기를 했는데 그 조차도 우렁이에게 맡기고 싶은 마음은 게으름의 발로일까?

 

남선마을 포구를 지나는 길, 이번에는 아침 태양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지구의 공전, 자전, 태양 내부의 핵융합, 기타 여러 우주 관련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그냥 무식하게 태양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무식한 호기를 부리면서 길을 이어간다.

 

남선마을 포구를 지난 길은 해안길을 벗어나 다시 청해진로 도로로 나간다.

 

청해진로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은 영흥마을까지 이어진다. 군외면 황진리에서 불목리로 넘어간다.

 

불목리 초입에는 제주 올레길에서 만났던 방사탑(防邪塔)처럼 생긴 구조물이 있었다. 제주의 방사탑처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방사(防邪)라는 말 그대로 나쁜 기운을 막으려는 민속 구조물이 아닌가 싶다.

 

길은 영흥리에서 다시 해변으로 나가서 다시 해안길을 걷는다.

 

커다란 마을 나무가 우뚝 서있는 영풍 포구를 지나 길을 이어간다. 나무 아래 쉼터에서 쉬고 싶었지만 마을 분이 편히 쉬고 계셔서 앉을 수가 없었다. 아침 마실 나오신 분에게 나그네가 차마 불편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휴식을 취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면서 길을 이어간다. 영흥리 마을 해변으로는 갯벌이 아주 넓게 발달되어 있었다. 상류 불목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영흥천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 싶다.

 

영흥천 상류로는 가까이로는 바위가 돋보이는 숙승봉(461m)부터 멀리 업진봉(544m)과 백운봉(601m)도 시야에 들어온다. 산 그림자를 담고 있는 투명한 영흥천을 뒤로하고 해안길을 이어간다. 우측으로는 완도승마클럽이 위치하고 있다.

 

바다는 물을 가득 채운 만조에서 이제 다시 먼바다로 나가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 갯일을 끝내면 뻘흙을 씻어 내는 물통에도 물을 가득 채워 놓았다. 물이 가득하니 이 인근에 넓게 펼쳐질 갯벌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섬은 고마도이다. 

 

길은 불목리 해안에 자리한 여러 업체들을 우회하기 위해서 마을길을 돌아간다.

 

불목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다가 중간에 농로를 가로질러 간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 사이를 지나며 영품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수로를 경계로 군외면 불목리에서 영풍리로 넘어간다. 영풍리로 넘어온 길은 다시 해변으로 나간다.

 

해안으로 나온 길은 영풍 마을 포구를 지나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길을 잡는다.

 

만조에 만나는 이 해안선 풍경은 물이 빠졌을 때와는 사뭇 다르지 않을까 싶다. 물이 들어와 있는 지금은 해안선을 뒤덮은 나무들의 기운에 푹 빠질 수 있는 그림이다. 이런 절경에서 매일 산책할 수 있는 영풍 마을 주민들은 얼마나 좋을까? 하는 부러움이 흘러넘친다.

 

우람한 나무들과 함께하는 영풍리 해안길은 이른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빛만 아니라면 훌륭한 산책길이다. 아니다 뜨거운 태양도 넉넉히 받을만한 훌륭한 산책길이다.

 

조용한 아침을 즐기던 새마저 인기척에 놀라 떠나가니 완도의 아침 바다는 정적만이 흐른다. 앞바다에는 작은 섬 사후도와 뒤의 큰 섬 고금도를 보면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길은 대창 1구 마을로 넘어가면서 작은 고개를 하나 넘는다.

 

고개를 넘으며 우리와 함께한 섬들을 돌아본다. 좌측은 불목리에 속한 고마도이고, 우측은 영풍리에 속한 사후도이다. 완도의 북동쪽을 감싸주고 있는 섬들이다.

 

대창 1구 포구에 있는 쉼터에서 땡볕에 달궈진 몸을 잠시 식히고 길을 이어간다.

 

대창 1구 마을을 가로지른 길은 대창 2구 이어지는 마을길을 통해서 길을 이어간다.

 

대창 1구 마을을 지나 대창 2구 마을로 가는 언덕을 오르면서 지나온 마을을 돌아본다. 해안으로는 곳곳이 양삭장이다.

 

대창 2구로 가는 길은 작은 야산의 산 허리를 지난다. 주위의 섬들을 둘러보며 길을 이어간다. 주위의 섬들은 모두 완도군에 속한 섬들이다.

 

작은 야산을 지나 길을 내려오면 대창 2구 마을에 닿는다. 이곳부터 대야 2구 마을회관까지 만조시 우회하라는 안내 때문에 조금 긴장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회 경로에 대한 안내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런 안내는 없었다. 사실 지금 시각이 만조가 딱 한 시간 지난 때라서 문제가 될까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사리와 조금에 따라 물 높이가 다르기는 하겠지만 조금 불편할 뿐 긴장할 정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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