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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량항을 출발한 남파랑길은 읍내를 가로질러 마량초등학교 앞을 지나 해안으로 나가서 해안선으로 이어지는 까막섬로 도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까막섬로 도로를 걷던 길은 구수리카페를 지나 우회전하여 고개를 오른다. 고개를 넘으면 남호 마을을 지나 해변에 닿고 해안길을 걸어 구곡 마을 앞 포구에 닿는다.

 

농번기의 할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다시 짬을 내서 남파랑길 걷기를 하게 되었다. 이제는 광주 터미널과 친해질 시간인 모양이다. 광주 터미널에서 강진을 거쳐 마량을 지나는 버스를 예배해서 버스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터미널 광고판에 마량 놀토 수산시장 광고를 보니 왠지 반가운 느낌이다. 이탈리아 나폴리를 가보지 못했으니 "한국의 나폴리 강진 마량항"이란 문구가 가슴에 와닿지는 않는다. 아무튼 지난번 여행에서 마량에서 광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마량 놀토 수산시장을 방문했던 즐거운 기억이 떠오르며 지난번 여행과 자연스레 이어지는 것 같다.

 

지난번 여행에서 마량놀토수산시장과 마량항 여객터미널은 지나왔으니 마량 파출소와 마량 우체국 앞을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길에서  만난 능소화가 아침의 싱그러운 공기와 함께 여정의 시작에서 힘을 보태준다. 중국인 원산인 낙엽 덩굴나무이다. 능소화(凌霄花)라는 단어 의미를 보면 재미있는 것이 능가할 능, 하늘 소자를 써서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란 의미다. 추위에 약한 것이 흠이지만 잎, 줄기, 뿌리는 모두 부인병 약재로 쓰인다고 한다.

 

마량 1구 마을 회관 앞에서는 무슨 잔치가 있는지 출장 뷔페 차가 오고 분주하다. 길은 마을 회관 옆을 통과해서 골목길을 통해 북쪽으로 이동하며 마을 빠져나간다.

 

길은 마량 버스 정류장 옆을 지나 마량로 도로를 가로질러 마량초등학교 방면으로 이동한다.

 

주말이라 아이들이 없는 마량초등학교 앞을 지나 까막섬로 도로로 나간다. 경남과 전남의 농어촌 군내버스를 운행하는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천 원 버스라 해서 거리에 관계없이 천 원 한 장만 있으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남파랑길에서도 남해, 고흥 등에서 천 원 버스를 경험했었는데 강진도 천 원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그런데 학교에 걸린 현수막을 보니 "백 원 이음버스"라 해서 청소년은 백 원만 내고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와우! 훌륭하다. 많은 군내버스가 텅텅 비어 다니는데 약간의 배려로 주민들이 즐거우면 얼마나 좋은가?

 

길은 초등학교 앞에서 까막섬로 도로를 만나면 남호 마을 직전까지 해안으로 이어지는 까막섬로 도로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까막섬로 도로명의 주인공인 까막섬은 마량항 앞에 있는 큰 까막섬과 작은 까막섬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림으로 보면 다른 무인도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작은 섬이지만 1966년 일찌감치  "강진 까막섬 상록수림"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섬이다. 10미터가 넘는 키의 후박나무가 많고 다른 종류의 상록수들도 많은데 이 울창한 나무들이 물고기를 섬 주위로 몰려들게 하는 어부림의 역할도 한다고 한다.

 

해안선을 돌아 북쪽으로 이동하는 길목에 바다 쪽으로 툭 튀어나간 공간이 있는데 서중어촌체험마을이 위치하고 있고 예전의 남파랑길은 저곳을 돌아서 간 모양이지만 지금은 저곳을 그냥 잘라서 간다.

 

지금의 남파랑길은 서중어촌체험마을을 들러서 가지 않고 바로 북쪽으로 길을 잡는다.

 

마량항의 물때가 오늘은 오전 8시 24분이 간조였으니 지금은  물이 완전히 빠졌다가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북쪽으로는 외호도 섬도 시야에 들어온다.

 

강진 도암만 바다 건너로는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는 대둔산, 두륜산, 주작산으로 이어지는 산능선이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다. 바다는 양식에 사용되는 수많은 기둥들이 수몰댐을 보는 듯하다. 도암만을 강진만이라고도 부르는데 경남 남해군에도 강진만이 있어서 구별하기 위해 도암만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강진만 바다를 보며 까막섬로 도로를 걷는 길에서 우리를 심심하지 않게 하는 것은 해안가 바위들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경로라면 바위에 이름도 붙이고 그럴법한 설화 이야기도 양념으로 올려놓았겠지만, 이곳은 그냥 우리가 우리를 붙이고 떠난다. 거북바위 딱이다.

 

길을 지나는데 물 빠진 갯벌 너머로 내호도가 보인다. 갯일을 위한 갯벌길이 길게 내호도 방향으로 뻗어 있는데, 언뜻 보아서는 갯벌길이 섬과 연결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혹시 길이 연결되어 있다면 어차피 길이 내호도 건너편까지 가야 하니 직선으로 가고 싶다는 유혹이 들었다. 그렇지만 안될 일이었다. 비슷한 경험을 순천 가는 길목에서도 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빠르게 단념하고 길을 이어간다.

 

중간에 강진 읍내로 올라가는 국도 청자로 도로로 나가는 교차로를 만나는데 구수리 카페 방면으로 이동한다. 도로 표지판을 본떠서 카페 안내를 하고 있는 모습이 재밌었다.

 

해안도로를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길 물 빠진 갯벌에 그려진 갯골이 작품이다. 바닷물이 빠졌을 때만 보이는 물길이 어떻게 저렇게 만들어졌을까 신기할 따름이다. 큰 강이 만들어내는 사행천도 아니고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어도 그대로 남아 있는 작은 갯길에 감탄이 쏟아진다.

 

길은 민둥산으로 변해버린 내호도를 지나 외호도를 향한다. 내호도는 섬주인이 바뀌면서 새로운 주인께서 수종 변경 목적으로 벌채 허가를 받아 소나무를 모두 베어 내고 새로운 나무를 심고 있다고 한다. 글램핑장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하니 저 섬이 민둥산의 오명을 벗고 유인도가 될 날이 언제 일지 모르겠다. 해안 도로에 내호도로 들어가는 길도 만들어 놓았다.

 

길은 구수리 카페 주차장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남호 마을을 향해 고개를 오른다. 강진군 마량면에서 대구면 구수리로 넘어온 상태다.

 

언덕 위에 자리한 남호 마을을 지나려면 언덕길을 올라야 한다.

 

언덕 위에 올라서니 남쪽으로 외호도가 눈에 들어온다. 남호 마을은 강진에서 가장 큰 어장을 가진 마을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렇지만 탐진댐 건설 이후 꼬막, 바지락이 사라지면서 지금은 대부분 농업 종사한다고 한다. 대규모 토목 공사가 야기할 환경의 변화를 사람이 얼마나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을까! 

 

길은 남호 마을 관통하여 내려간다. 마을 보호수 아래서 김밥으로 요기하면서 잠시 쉬었다 간다.

 

남호 마을의 계단식 논들을 지나서 해변으로 내려간다. 맑은 날씨에 접시꽃의 자태가 더욱 아름답다.

 

모내기가 끝난 논들의 벼들은 이제 자리를 잡고 푸릇푸릇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한창 새끼를 칠 때이다. 농촌에서는 분얼을 새끼를 친다고 표현한다. 모내기할 때 적게는 3개 많게는 6개까지 모를 심으면 벼가 성장하면서 분얼을 하여 수십 포기가 되는 것이다.

 

남호 마을을 벗어난 길은 다시 강진만 바다를 보며 해안 둑방길을 걷는다.

 

바로 앞으로는 계곡과 함께 산 아래에 자리한 구곡마을 전경이 펼쳐진다.

 

바다 건너로는 남쪽 대둔산에서 시작하여 두륜산, 주작산으로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산봉우리들의 행진이 멀리서도 위압감을 전해준다.

 

이곳 해안 둑방길도 강진을 남북으로 길게 잇는 청자로의 일부이다. 고려청자 이야기는 어릴 적 많이 들었지만 그 현장을 이렇게 발로 걸어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고려청자의 본산이 이곳 대구면이고 대구면 일대에서 고려 전시대를 아우르는 가마터가 있다고 한다. 

 

벌 한 마리가 해당화에 파묻혀 꿀을 따느라 정신이 없다. 해당화 꽃도 있지만 한쪽에서는 꽃이 떨어지고 벌써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해당화는 볼 때마다 욕심이 나는 나무다.

 

구곡 마을 앞 포구에 도착했다. 포구 뒤로는 대나무 숲이 풍경을 살려준다. 마을 산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데 마을 뒷산이 거북이 모양이라고 구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포구 옆으로는 작은 쉼터도 마련되어 있어 그늘은 없지만 잠시 쉬었다 간다. 아마도 자전거 라이더를 위한 공간인 모양이다. 그러면 어떠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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