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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진 터미널을 출발한 남파랑길 80코스는 터미널 뒷산의 회령진성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을길을 가로질러 산을 내려오면 회진 파출소를 지나 해변으로 나간다. 해변으로 나오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천년학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고 순흥 방조제 직전에서 천년학세트장도 만난다. 방조제를 지나면 우회전하여 선학동 나그네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회진 터미널 앞에서 남파랑길 80코스를 시작한다. 안내판처럼 장흥, 강진 코스로 코스 후반에 강진으로 넘어간다. 이청준 소설 문학길과 함께한다. 스토리가 있는 길은 뭔가 남다르기는 하다. 소설 문학길을 걷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습하듯, 길과 연관된 작가들의 소설을 미리 읽고 걷는 것이겠지만 아쉽게도 그렇게까지 정성을 쏟지는 못했다.
터미널 건너편의 데크 계단길로 회령진성을 오르는 것으로 80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회령진성 역사공원에 올라오면 동쪽으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마주하며 "회령숭상"이라는 조형물을 만난다.
회령진성에 대한 설명을 부조와 함께 새겨 놓았다. 조선 성종 당시 왜구를 소탕하기 위해 축조된 성으로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끝내고 보성에서 군량과 군사, 군선을 모아 집결한 곳이 이곳이다. 삼도수군통제사로 취임한 곳이 이곳이고, 명량대첩의 전초기지 역시 이곳 회령진성이므로 그 의미가 깊다고 하겠다.
723미터의 천관산은 아침 햇살을 받으며 구름 옷을 벗고 있다.
길은 회령진성을 떠나 산 중턱으로 자리한 마을 길을 관통하여 남쪽으로 내려간다.
좌측으로 회진항 앞바다를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좌측으로 가면 회진남문길이라고 하는데, 회령진성에는 남문, 북문, 동문이 있었고 지금은 회진남문길, 회진북문길, 회진동문길로 그 흔적만 확인할 수 있다.
어제 하룻밤 쉬어간 회진리 마을과 회진항 풍경을 뒤로하고 마을을 빠져나간다.
길은 회진 초등학교 앞을 지나 해변으로 나간다. 평일이지만 아직은 아이들이 등교할 시간이 아니라서 골목길은 조용하다.
해안으로 나온 길은 회진항의 방파제 등대를 뒤로하고 해안 산책로를 걷는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길이다.
우측의 작은 섬은 탱자섬이라 불리는 섬이고 좌측으로 길게 보이는 섬은 노력도이다. 섬들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어 아침의 고요한 호수와 같다.
해안 산책로를 따라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니 노력도와 덕산리를 잇는 회진대교가 시야에 들어온다. 2006년에 세워진 다리다. 노력도라는 이름도 특이한데 섬의 형세가 용이 약동하는 형세라고 노룡이라 불렸는데 노룡을 노력으로 바꾸어 부르게 된 것이라 한다. 노력도는 덕산리에 속해 있는 섬이다.
오늘은 물때가 새벽 5시 49분이 만조였으니 지금은 물이 조금씩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바다는 갯일을 마치고 씻을 물로 쓰는 물통에도 물을 가득 채우고 빠져나간다.
포구 너머 멀리 바다 위에 소나무들이 바다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는 특이한 공간이 있는데 솔섬이라고도 불리는 탱자섬이다. 썰물 때면 걸어서 갈 수 있는 섬이다. 바로 앞에 선자 마을이 있다. 마을 분들의 소풍 공간이었다고 한다.
길은 어느덧 천년학세트장에 이르렀다. 이제는 순흥 방조제 둑방길을 걷다가 우측 산아래 선학동을 거쳐 산길을 걸을 예정이다.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앞바다 풍경에서 가로등 하나가 서있는 포구, 회진대교, 노력도는 훌륭한 조연이다.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임권택 감독이 영화화한 것이 "천년학" 영화다. 공공근로하고 계신 어르신들이 쉬고 계셨다. 집 한 채가 전부인 천년학세트장을 지나 길을 이어간다.
둑방길 도로를 걷다가 우회전하여 선학동 마을로 들어간다.
선학동 마을에 들어왔다. 원래는 바닷가 마을이었는데 일제강점기에 순흥 방조제가 생기면서 바닷길이 막혔다. 마을 뒤로는 회진면에서 가장 높은 공지산이 마을을 감싸고 있다.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주무대가 바로 이곳 선학동이다. 소설에서는 선학동이라는 이름이 마을 앞바다로 물이 들어오면 관음봉의 산 그림자가 날아가는 한 마리 학처럼 보인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지 마을 안내판도 큼지막하고 마을 입구도 조형물과 꽃장식으로 화려하다.
아욱과의 접시꽃은 꽃봉오리도 꽃도 같은 아욱과 인 무궁화를 닮았다.
마을 앞 도로가에는 다양한 색상의 접시꽃들이 자리를 잡았다.
남파랑길은 선학동 유채 마을을 지나 가는데 봄에 노란 꽃으로 상춘객들을 맞았던 유채꽃은 지고 이제는 꼬투리에 열매가 익어가고 있다. 열매가 익으면 유채유 또는 카놀라유라고도 부르는 채종유를 짤 수 있다. 2006년부터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논과 밭에 유채와 메밀을 심고 있다고 한다. 가을 메밀, 봄 유채로 이모작 수확도 하고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하는 지혜다.
선학동 마을은 새로 지은집들이 많았다. 잘 사는 농촌 마을인지, 사람들이 몰려드니 새롭게 들어온 주민들이 생긴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마을은 활력이 있어 보였다. 새집, 헌 집 상관없이 집집마다 돌담을 새롭게 쌓아 올렸다.
길은 마을 외곽을 돌아 산길로 향한다. 순흥 방조제가 만들어진 것이 일제 강점기이니 이청준 작가가 "선학동 나그네"를 집필할 때만 해도 마을 앞 포구로 물이 들어와 관음봉의 산 그림자가 물에 비치는 광경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을 것이다. 소설의 내용은 소리꾼 아버지와 눈먼 딸, 이복 오라비의 기구한 삶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선학동 나그네길은 산 바로 아래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한다.
선학동 나그네길을 걸어온 길은 마을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여 산길로 접어든다.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 소개도 있었다. 바다 건너 고흥의 소록도를 배경으로 소록도 병원의 병원장과 환자 간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다. 오마도 간척 이야기 등 소록도의 실제 역사와 인물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문학이 단순히 지어낸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제대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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