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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 입구에서 출발하는 남파랑길 82코스는 해안길을 지나 높지 않은 산을 넘는 산행으로 시작한다. 산행 끝자락에 있는 세심정으로 가는 길이다. 세심정 앞에서 국도로 내려가 칠량천을 따라가다가 봉황 마을로 들어간다. 봉황 마을과 이어지는 보련 마을을 지나면 해변으로 나가서 해안 둑방길을 걷다가 영풍 마을에 이른다.

 

 

가우도 앞은 마량에서 광주 가는 버스도 멈추는 곳으로 내륙으로는 저두리의 중저 마을이 자리하고 있고 해변으로는 식당과 카페, 편의점을 비롯한 편의 시설들이 즐비하다. 우리도 편의점에서 음료수도 사 먹고, 인근 무인 라면 가게에서 직접 라면을 끓여 먹는 신문물을 경험하기도 했다.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편리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바다 건너 가우도에 있는 청자 타워에서는 짚트랙이 내려오고 출렁다리도 보인다. 가끔씩 고객 없는 제트보트가 섬 앞에서 물을 가르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끈다.

 

길은 전면으로 보이는 야산 방향으로 도로를 걷는다. 짚트랙 정류장 앞을 지난다.

 

도로를 걷다가 공터를 가로질러 산 아래로 향한다.

 

등산로 입구의 나무가 아름다워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의도치 않게 잠자리 한 마리가 사진 속으로 들어왔다. 곤충 세계에서는 장수말벌과 사마귀에 못지않은 최상위 포식자로 인간에게는 유익한 익충이다. 왜냐하면 유충으로 물속에 살 때도 모기의 유충을 잡아먹고, 변태 후에 날아다니면서도 모기나 파리 같은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기 파리를 잡아먹는 잠자리나 진딧물을 먹어 치우는 칠성 무당벌레는 만나기 어려우니 모두 사람이 농약을 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본격적으로 세심정을 향해 길을 오른다. 지도에는 대구정이라고 이름이 붙어 있기도 하다. 

 

사실 세심정이라는 정자가 마을을 씻어 주기보다는 이런 산길을 걸으며 땅을 밟고, 식물들이 호흡하는 공기를 가슴에 담고, 숲 냄새를 맡으며 세상을 살아가며 머리에 쌓여 있던 것을 털어내는 것이 마음을 씻어 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활짝 핀 고사리 잎 사이로 새로운 고사리가 삐죽 대를 올렸다. 언제나 손을 뻗어 주기를 뜯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그림이다. 물론 이것이 식용 가능한 고사리인지는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12,000 종이 넘는 고사리류가 있다고 하니 무외한이 알리가 만무하다. 꽃이 피지 않고 홀씨로 번식하는 양치식물이지만 재배하시는 분들은 포자로 모종을 만들거나 뿌리를 캐서 이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한다.

 

능선에 올라서니 남동쪽으로 저두리의 상저 마을과 하저 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라는 팻말이 붙은 전망대에서 강진만의 풍경을 잠시 감상한다. 남서쪽으로는 가우도의 청자타워와 출렁다리도 선명하게 보인다.

 

전망대를 지난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산을 내려가는 길에는 산 아래로 칠량천 하구의 넓은 간척지도 보인다.

 

해안 절벽 위에 자리한 최고의 전망 명소. 잔잔한 강진만 바다와 바다 건너 두륜산 자락의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강진만 바다로 남쪽으로는 가우도, 북쪽으로는 칠량천 하구의 평야와 죽도를 보는 풍경이 펼쳐진다. 노을이 지는 석양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과연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만들어 내는 풍경이다.

 

산 아래 끝자락에 세심정이 있었지만 이곳에서 사람들이 마음은 씻고 그 쓰레기를 정자 주변에 던지고 갔는지 주변이 지저분해서 차마 올라갈 수가 없었다. 길에서 가까우니 그런 모양이었다. 풍경은 예쁘지만 벌레 있는 사과였다. 그렇지만 산 위에서 좋은 경치를 감상하고 내려왔으니 다행이다.

 

길은 청자로 국도로 나와 도로변을 걸어 내려간다.

 

칠량천 하구를 떠난 길은 칠량천을 거슬러 올라가며 대구면에서 칠량면 장계리로 넘어간다.

 

국도를 걸어 내려온 길은 장계 교차로에서 봉황리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장계천과 칠량천을 차례로 건너야 한다. 장계천은 칠량천의 지천으로 인근에서 칠량천으로 합류하여 바다로 나간다.

 

장계천을 건너면서 바라본 백산의 모습이다. 70여 미터의 높지 않은 바위산의 존재감이 장난이 아니다.

 

봉황 옹기 마을로 향하는 길의 백산에는 모터로 하천 물을 끌어올려 인공 폭포를 만들기도 했다고 한다. 금강산이 구룡폭포와 견주는 사람도 있던데, 멋있기는 하겠지만 바위에도 나무에도 좋은 일이 될지는 모르겠다. 폭포 없이 그냥 보아도 좋다.

 

잘 만들어 놓은 어도에도 물이 풍부하게 흐르는 칠량천을 넘어 봉황 마을로 향한다.

 

도로를 따라서 해안도로를 따라서도 봉황 마을로 갈 수 있지만, 길은 백산을 지나 우회전하여 백산 아랫자락으로 이어지는 농로를 걷는다.

 

백산 아랫자락을 따라 올라온 길은 좌회전하여 봉황 마을로 들어간다. 남쪽으로는 푸른 평야 너머로 멀리 저두리에서 산을 넘어오는 국도도 보인다.

 

마을길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다시 강진만 바다를 마주한다.

 

길은 해변으로 나가지 않고 계속 마을길로 해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해변으로 나가서 걷는다면 봉황 옹기 거리도 만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남파랑길이 지나는 곳으로는 옹기를 구경할 수도 없다. 이 마을에서는 한때는 옹기를 구워서 팔러 나가는 배가 20여 척이 될 정도로 많았지만 지금은 무형 문화재 옹기장을 비롯하여 일부 도인만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1950년대 1960대에 걸쳐 인기를 누렸던 옹기는 1970년대 플라스틱 용기가 나오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봉황 마을에서는 해변으로 나가지 않는 남파랑길은 결국 마을 포구도 마을길 중간에서 보고 북쪽으로 계속 이동하며 보련 마을을 지난다.

 

보련 마을 끝자락에서 소나무 한그루가 아주 기묘한 자세로 자리를 잡았다. 농부의 밭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일부러 도로 쪽으로 줄기를 뻗었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보련 마을을 나온 길은 잠시 칠량옹기로 도로를 거치지만 바로 농로를 따라  해변 둑방길로 나간다. 바다에는 죽도가 외롭게 떠있다. 죽도는 봉황리에 속한 섬이다.

 

오늘은 오후 1시 55분이 만조였으니 지금은 물이 빠지고 있는 갯벌을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전면의 귀암봉(167m) 아래는 칠량면의 중심부로 면사무소도 있고 칠량 초등학교, 칠량 중학교도 언뜻언뜻 보인다.

 

둑방길에서 아주 강렬한 빨간색의 들풀을 만났다. 플라스틱 조화 아니야! 할 정도로 독특한 색상을 가졌다.

 

군락을 이루니 강렬한 붉은색이 더욱 화사하게 다가온다. 버베나라는 화초로 품종만 250여 종에 교잡종도 많아서 유사한 이름의 다양한 화초를 만날 수 있다. 어찌하다가 잡초 가득한 이 둑방길에 이런 화초가 컸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번에는 둑방길 옆 텃밭에 도라지가 꽃을 피웠다. 우리 텃밭에도 키우고 싶은 작물이다. 요즘은 약용으로 많이 찾지만 새콤 매콤한 도라지무침으로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도라지 무침을 언제 먹었나 싶을 정도로 가물가물하다.

 

하얀색 꽃이 약효가 좋다는 백도라지이고 자색 꽃을 피우는 것이 자도라지 또는 일반 도라지 라고 한다. 도라지 타령하면 아리랑만큼이나 우리 민족에 친숙한 민요인데 그만큼 우리의 산하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던 식물이라는 이야기 일 것이다.

 

도라지 도라지 백도라지
심심산천의 도라지
한 두 뿌리만 캐어도
대바구니 철철철 다 넘는다

에헤요 에헤요 에헤야
어여라난다 지화자 좋다
얼씨구 좋구나 내 사랑아

 

둑방길을 걷는 길은 영풍 마을에서 내려오는 개천을 건너 우회전하여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마을 입구에는 연밭이 있었다.

 

연꽃이 화려한 호수나 연못은 여러 번 보아왔지만 연을 재배하는 연밭은 처음 본다. 물호스와 작업 도구를 보니 다른 밭과 다를 게 없다. 물만 풍부하다면 키워보고 싶은 작물이기도 하다.

 

길은 영풍 마을 지나간다. 강진만의 풍부한 수산물을 누리던 마을인데 이곳도 바다 건너로 거대한 만덕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고 물이 오염되면서 옛날의 풍부함은 잊지은 오래라고 한다. 오래된 서당도 있었다고 하는 유서 깊은 영풍 마을을 지난다. 강진만의 옛 지도를 찾아보면 거의 직선화된 지금의 모습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해안 지형뿐만 아니라 상류에서는 대형 댐이 생겼으니 바다에 기대어 살던 주민들의 삶은 환경 변화와 함께 엄청난 부침을 겪었을 것 같다.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답답함에 울화통이 터진다는 말이 공감이 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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