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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발리를 지나며 해안으로 나온 남파랑길은 정남진 해안로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길은 죽청 마을에서 고읍천을 막고 있는 방조제를 만나지만 정남진 해안로는 남쪽으로 계속 이어진다. 육지와 장환도를 연결하는 방조제로 생긴 평야를 지날 때는 농로를 직선으로 가로질러 신당 마을에서 다시 정남진 해안로와 합류하여 해안길을 걸어 사금 마을에 도착한다.
산정 마을을 거쳐 상발 마을에 도착한 길은 좌측 마을 길로 들어가 남북으로 길게 자리한 상발 마을 앞길을 가로질러 간다.
상발 마을을 지나 해변으로 나간다.
해변으로 나오면 상발 마을 포구와 함께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포구 너머로 상발 마을에 속한 자라섬을 볼 수 있다. 우회전하여 정남진 해안로를 걷는다.
전망대 인근에는 작은 공원이 있었는데 6월의 꽃 수국을 만나러 잠시 들렀다가 간다.
수국은 풀일까? 나무일까? 수국은 낙엽성 관목이다. 일부 품종은 열매가 맺히기도 하지만 나무이므로 꽃이 진 직후 7월~8월에 꺾꽂이를 하면 다음 해에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번식시켜서 수국을 마을 가득히 심는 동네도 있다. 청보라색, 자색, 분홍색, 흰색, 빨간색등 다양한 색상을 가진 매력을 지닌 수국은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특정한 색상을 강하게 할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수국을 많이 만났던 제주 올레길의 추억이 떠오른다.
상발 마을의 자라섬을 뒤로하고 정남진 해안로를 걸어간다. 갓길도 넉넉해서 걷기에 참 좋은 길이다.
맑고 푸른 하늘이 멋지기는 하지만 구름이 가득한 남해 바다도 운치가 있다. 바다를 보며 멍 때리기에는 맑은 하늘보다는 이런 하늘이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길은 장흥군 용산면 상발리를 지나 관산읍 죽청리로 들어간다. 천관산 앞에 있는 소산봉 봉우리도 시야에 들어온다. 포구에 앉아 있는 새 두 마리는 무엇을 하는 것일까? 먹이를 기다리는 것일까? 그냥 망중한인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려 하면 날아가 버린다.
죽청 마을로 가는 길, 천관산(724m)을 덮은 구름은 걷힐 줄을 모른다.
죽청 마을 앞 정자에 앉아 이른 점심을 먹으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갖는다. 죽청 마을은 천연 대나무가 많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이루어진 고읍천 하구의 간척 사업으로 넓은 농지를 가진 마을이다. 죽청 갑문을 지나 둑방길을 걷는다.
죽청 갑문을 지나면서 바라본 고읍천의 모습이다. 천관산 자락에서 발원하여 관산읍내를 가로질러 내려오는 하천이다.
둑방길을 지난 길은 회진 방향 좌측길로 길을 이어간다. 이제는 관산읍 고마리로 접어들었다.
산 아랫자락으로 이어가는 정남진 해안로에서 동북쪽을 보면 갯벌 너머로 득량도가 보인다. 득량도를 보는 마지막 지점이지 않을까 싶다.
한 축산 농가를 지나는데 귀에 인식표를 붙인 송아지들이 큰 소들과 분리되어 놀고 있다. 송아지가 출생하면 5일 이내에 신고하고, 신고 후 30일 이내에 귀표를 부착해야 한다.
원래의 길은 교차로 가기 전에 우측 농로를 걸어야 하지만 우리는 그냥 정남진 해안로 도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우측으로 소산봉(243m)을 보면서 남쪽으로 걷는다. 좌측으로 가면 장환도인데 고려시대 여몽 연합군이 일본 정벌을 하기 위한 발진 기지로 사용했던 섬이라고 한다. 이곳 고마리 평야는 일제 강점기 간척으로 만들어진 땅이고 장환도로 연결하는 간척 사업은 1962년부터 3년간 진행되었다고 한다.
고마리의 정남진 해안로 가로수는 후박나무였다. 녹나무과의 상록교목인 후박나무도 꽃이 지고 열매를 맺었다.
1Cm 정도의 열매인데 익으면 흑자색으로 변한다. 항균 작용이 있다고 한다.
한참 길을 걷는데 할머니들의 전동 스쿠터 레이스가 펼쳐진다. 자동차도 피해 가야만 하는 위엄 있는 레이스다. 가끔 성질 급한 아주머니가 다른 분들을 제치고 앞서기도 하지만 일정한 간격, 일정한 속도로 집으로 가는 길이다. 아마도 갯벌일을 함께 하시고 돌아가시는 모양이었다. 어떤 지역은 갯벌에 구역을 나누기도 하지만, 구역을 나누지 않는 경우에는 공동 작업을 하는 방식이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이다. 좌측은 관산 제방이다.
구름이 명산 천관산(724m)을 가리고 있지만 남북으로 길게 뻗은 소산봉(243m) 자락도 멋지다.
길은 농로를 걷던 원래의 남파랑길과 합류하여 해안길을 걸어간다. 넉넉한 갓길을 따라 신동리 해안을 걷는다.
전동스쿠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시던 아주머니들은 이 근처에서 작업하셨던 모양이다. 물이 들어오니 서둘러 집으로 가신 것 같다. 물이 들어오고 있어 지금은 뻘을 볼 수 없다.
바위에 정남진이 새겨있고 포토존도 있는 곳을 만났지만 이곳은 좌표상의 정남진은 아니다. 국립지리원의 공인을 받은 정남진 위치는 앞으로 만날 삼산 방조제 초입에 있다. 이곳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한잔하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갔다.
어느덧 길은 작은 산들에 둘러싸인 사금 마을에 도착했다. "살기 좋은 사금 마을이여 영원할 지어다!" 거창한 마을 유래에 미소가 번진다.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이곳을 안적산 분지라 표현하고 있다. 마을 앞의 1.5Km에 달하는 금빛 모래 해변이 있어 사금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지금의 모래 해변은 조금은 초라한 편이다.
사금마을 전망대를 지나 포구를 지난다. 11시 30분이 간조였으니 지금은 물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 시각이다. 갯벌보다는 출렁이는 바닷물을 보면 걷는다.
사금 마을 포구를 지나는데 앞바다에 작업장인지 섬인지 모를 공간이 보인다. 나무 한그루 없는 바위섬인데 자료를 찾아보니 가야도라는 이름이 붙은 지도에도 없는 바위섬이었다. 신선들이 가야금을 타며 놀았다고 가야도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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