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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등 마을을 출발한 남파랑길 79코스는 덕양풍길로 도로를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마상천을 건넌 다음에 잠시 농로를 우회하지만 다시 도로로 올라와 도로를 따라 풍길 마을에 닿는다. 계속 도로를 걷는 길은 두암 마을, 신풍 마을, 산정 마을을 차례로 지나고 산정 마을에서 잠시 마을길 걷지만 이내 도로로 나와서 상발 마을에 닿는다. 예전에는 신풍 마을 이후에 산길로 상발 마을까지 오는 길이었으나 지금은 도로만 이용한다.
장흥 시내에서 하룻밤 묵고 용산면 덕암리 원등 마을을 돌아온 우리는 마을 회관 앞의 커다란 나무와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어제 장흥으로 들어오면서 소머리 버스 정류장 표식을 보았지만 아침에 다시 보니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장흥을 북에서 남으로 길게 내려가는 79코스는 원등 마을을 벗어나 남상천 위로 놓인 덕암교를 건너는 것으로 시작한다.
남상천 하천변은 풀이 가득하고 물안개가 자욱하다. 덕암교 다리를 지나면 바로 좌회전하여 남상천 둑방길을 따라가다가 우측 농로를 가로지른다.
원래의 남파랑길은 둑방길을 걷다가 중간에 우회전하여 농로를 걸어야 하는데 별생각 없이 걷다가 그만 남상천 둑방길 끝까지 가서 빙 둘러 가고 말았다.
이른 아침에 만나는 신비로운 강변 풍경을 감상하다가 그만 길을 놓치고 말았다. 둑방길을 한참 가고서야 길을 잘못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조금 더 걸을 뿐이고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은은하게 여명이 비치는 남상천 풍경이 일품이다.
원등 마을 쪽을 돌아보니 낮은 구름이 조금씩 걷히며 마치 신선이 사는 마을과 같은 분위기를 만든다.
구름을 뚫고 동쪽으로 떠오르는 붉은 아침의 태양을 맞이한다. 둑방길은 소형곡산이라는 작은 산으로 연결되는데 산 아래에서 바라보는 해맞이 풍경은 일품이었다.
둑방길을 걸어 내려온 우리는 소형곡산 앞에서 큰길 방향으로 농로를 걷는다. 그런데, 아뿔싸 논에서 내려온 물이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원래의 경로대로 갔으면 거치지 않아도 될 길인데 풀밭 둑방으로 겨우 우회했다. 매년 이 구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곤란을 겪었을 테니 경로를 농로를 걷도록 바꾼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원래의 남파랑길 경로를 만나서 덕암풍길로 도로로 올라가 산정 마을까지 남쪽으로 도로를 걷는다.
덕암풍길로 도로가 갓길이 넓지는 않지만 다니는 차가 많지 않으므로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다만 이런 길에서는 항상 자동차를 마주 보며 걸어야 덜 위험하다. 대부분의 차량은 도보 여행자가 있으면 도로변에서 거리를 두며 운전하려는 매너를 보이지만, 때로는 일부러 위협하려는 듯 아주 가까이로 붙이는 차들도 있고, 도보 여행자를 미처 보지 못하는 운전자도 있을 수 있으므로 자동차가 오면 불편하더라도 갓길로 사람이 비겨주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얼마 전 여행부터 옆지기가 배낭 어깨끈에 야광 패드를 붙여 주었는데 큰 효과가 아니더라도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를 위한 작은 소품이다.
농어두 마을을 지나 길을 이어간다. 이제는 적응할 때도 되었는데 버스 정류장의 소머리를 보면 여전히 웃음이 나온다. 마을 앞에서 농어가 많이 잡혔다고 농어리라 했다가 마을 모양이 소머리를 닮았다고 농우두라 했다가 농어두로 바뀌었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소머리와 연관이 있는 동네다.
농어두 마을의 논 바로 뒤로는 농어두제 저수지가 자리하고 있고 그 너머로 남상천 둑방길도 눈에 들어온다. 산자락에 남아 있는 낮은 구름들은 풍경을 신비롭게 만든다. 이젤 놓고 앉아서 스케치라도 하고 싶은 풍경이다.
길은 마을 입구에 풍산 길지라 새겨놓은 풍길 마을을 지난다. 한 노승이 마을을 지나다가 마을 앞에 방죽이 생기면 풍년이 들어 대길할 것이라 하여 풍길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교차로에서 좌측으로 이동하면 두암 마을을 지난다. 교차로 우측은 장흥 내륙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두암 마을의 뒷산은 노승봉이라 하는데 노승봉에는 동학 혁명 당시 억불산과 봉화를 주고받던 봉화터가 있다. 두암천은 마을 뒤에 있는 두암제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하천이다. 두암이라는 마을 이름은 노승봉 아래의 바위가 말머리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벚나무가 양쪽으로 늘어선 접정남포로 도로 바닥은 버찌의 계절인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익어서 떨어진 버찌가 도로를 물들이고 있다.
어느덧 구름과 안개는 사라지고 강렬한 태양이 작렬하기 시작했다. 이 동네에는 6월 중순에 아직 모내기를 하지 않은 곳도 있다. 아마도 소먹이풀과 벼를 이모작 하는 논이 아닌가 싶다. 멀리 둑방 너머로 어제 걸었던 사촌, 해창간 방조제도 시야에 들어온다. 신풍 마을이라는 이름은 풍길리 간석지 인근에 새로 생긴 마을이라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신풍 마을은 풍길리 끝자락에 있는 마을로 신풍 마을 지나 고개를 넘으면 용산면 상발리로 넘어간다.
고개를 넘어가는 길에서는 계곡 아래로 멀리 장재도와 용산면 상발리를 잇는 정남진 대교도 보인다.
고개를 넘고 산을 돌아가면 산정 마을의 논들이 눈에 들어온다. 갯벌을 막아 만든 바둑판같은 넓은 논들을 보다가 산을 일구어 만든 계단식 논들을 보니 이제는 이상한 느낌마저 든다.
도로를 걸어왔던 길은 산정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좌회전하여 도로를 벗어나 얼마간 마을길을 걷는다. 마을길을 걷다가 산정 삼거리에서 다시 도로로 나온다.
계단식 논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내려간다.
산정 마을이라는 이름은 바다에서 보면 마치 산에 정자가 있는 것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 끝자락에는 한옥으로 지은 커다란 건물이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상발진료소이고 다른 하나는 2010년에 종합문화복지센터로 지은 것인데 잘 활용이 되지 않으니 최근에는 민박 및 펜션으로 바꾸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산정 마을에 초등학교가 있었다고 하는데 폐교된 것을 활용한 것인 모양이다. 길은 산정삼거리에서 우측 길로 가면 된다. 좌측으로 가면 해안의 남포 마을로 가게 된다.
바다 풍경을 보면서 서쪽으로 도로를 걷는 길이다.
도로를 걷다 보면 우리가 앞으로 계속 걸어야 하는 정남진 해안로의 시작점을 만난다.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면 정남진 해안로를 걷어서 나중에 남파랑길과 합류하지만 남파랑길은 직진하여 상발 마을을 들러서 간다. 조금 돌아가는 길이기는 하다. 상발리 표식이 등장했다. 상발의 발(鉢)은 사발, 주발의 발과 같은 그릇의 의미다. 아마도 마을 지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마을 앞바다의 무인도 자라섬이 상발 마을에 속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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