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61코스 - 순천만 정원에서 갯벌 관찰장

순천만 갈대 군락지를 지난 남파랑길 61코스는 순천 동천을 건너자마자 좌회전하여 순천만 습지 둑방길을 걷는다. 

 

순천만 갈대 군락지를 가로지르는 데크길을 걷다 보면 갈대숲에 사는 작은 게 들의 움직임에도 눈길이 가고 새롭게 돋아나고 있는 푸른 잎의 갈대에도 시선이 머문다.

 

우리가 지나왔던 용산 방면으로도 순천만 습지 공원 방면으로 절경이 펼쳐진다. 갈대밭이 이런 훌륭한 공원으로 변모할 것이라고는 이 지역 주민들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람의 꾸준한 관리가 없다면 볼 수 없는 그림이기는 하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엄청나게 거대한 정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물론 갈대밭의 주인은 자연이지만 사람이 숟가락 하나 얹고 주인인양 행세하는 모양새다.

 

망둥어 다리라 이름 붙인 이곳도 가을 갈대를 베어 놓지 않았다면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푸릇푸릇 돋아나는 갈대 사이의 물길이 아름답다. 

 

데크길은 무진교 다리를 통해 순천 동천을 넘어간다. 다리를 건너면 수로를 따라 순천만을 돌아볼 수 있는 생태체험선이 출발하는 선착장이다. 

 

순천 동천을 건너는 다리에서 바라본 바다 쪽 풍경에는 데크길이 깔린 갈대 군락지와는 다른 엄청난 규모의 갈대밭이 수로 옆으로 펼쳐져 있다. 반대 상류 쪽으로 하천을 따라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책로를 따라가면 낭트 정원과 순천문학관을 지나고 더 올라가면 순천만 국가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순천만 습지는 유료 입장인 곳으로 곳곳에는 놀이 공원처럼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곳곳에 있었다. 남파랑길 여행자와 관람객을 다루는 일이 애매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한쪽에는 이곳 무진교와 순천 문학관을 오가는 순천만 갈대 열차도 있었다. 기차는 아니고 바퀴 달린 버스다. 문학관에서는 다시 스카이큐브를 타고 국가정원까지 갈 수 있다. 스카이큐브는 PRT라고도 부르는 소형 궤도차량인데, 역이 두 개이다 보니 역이 여러 개 있을 때의 궤도 택시라고도 하는 PRT 특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길은 생태체험선과 무진교를 뒤로하고 남도 삼백리 1코스의 다음 목적지인 별량 장산마을을 향해서 둑방길 방면으로 이동한다. 남도 삼백리 길표지를 보니 괜히 다시 심술이 올라온다. 남파랑길은 남도 삼백리길을 따라갈 뿐인데, 남도 삼백리 길을 만든 것은 순천시인데, 순천시가 그 길을 막아 놓았으니 그저 답답한 마음이다.

 

순천만 자연의 소리체험관을 지나는 곳에는 남파랑길 표식이 복잡하게 붙어 있는데 우리가 걷고 있는 61코스는 하계 코스이고 철새들이 있는 동계에는 61-1코스로 가란 안내이다.

 

둑방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옆으로 생태체험선이 물길을 가르며 바다 쪽으로 나아간다. 둑방길도 공원에서 관리하는지 잘 정비해 놓았다. 공원 측에서는 둑방길을 따라 탐조대와 안풍습지를 만나도록 가이드하고 있다.

 

둑방길에도 정원처럼 좋은 쉼터들을 만들어 놓았다. 소나무 정자에 앉아서 이른 점심도 먹고 넉넉하게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용산 아랫자락을 지나며 긴장했던 마음이 이제야 조금씩 풀리는 것 같다.

 

둑방길에서는 바다 쪽으로 거대한 습지를, 내륙 쪽으로는 광대한 농지를 보면서 걷는다. 이곳의 평야에는 흑두루미 희망농업단지가 있는데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고 벼를 재배하여 흑두루미의 먹이로 공급한다고 한다. 흑두루미 들은 밤에는 포식자가 없는 갯벌에서 잠을 자고 낮이면 농가로 날아오는데 새들이 전깃줄에 걸리지 않도록 평야의 전봇대도 뽑았다고 한다. 먹이를 공급하는 이유는 흑두루미가 멀리 이동하여 조류독감을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의도도 있다고 한다.

 

광대한 순천만의 습지를 보면서 걷는 길, 둑방길에서는 바다가 아예 보이질 않는다.

 

주변 풍경을 파노라마 사진으로 남겨 보지만 역시 사진은 실제로 보는 것을 따라가지 못한다.

 

순천만 자전거 하이킹로는 탐조대에서 끝나고 습지 공원으로 되돌아간다.

 

별량 장산마을로 향하는 둑방길에서는 안풍습지도 지난다. 이곳은 간척 사업 당시 저류지로 이용하다가 버리는 흙을 쌓아두던 버려진 땅이었는데 순천시가 국가로부터 매입하여 습지로 조성했다고 한다.

 

우리가 지나왔던 길도 우리가 앞으로 갈 길의 끝도 가물가물하다.

 

작은 수로를 따라 들어온 작은 어선 한 척을 보니 어민들이야 물때와 물길을 잘 알겠지만 혹여라도 배가 갯벌에 박히기라도 하면 진짜 난감하겠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리 생각하다 보니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이 농민과 어민이구나 하는 생각도 한다.

 

하계코스인 61코스와 동계코스인 61-1 코스는 순천시 안풍동과 별량면을 가르는 하천을 건너는 인안교 앞에서 합류하여 다리를 건넌다. 이제 별량면 학산리로 진입한다.

 

둑방길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던 남파랑길은 인안교 다리를 건너 별량면으로 들어서면서 다시 둑방길로 올라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61코스의 종점인 화포마을이 있는 봉화산이 남쪽으로 전면에 있고 좌측으로 돌면서 파노라마로 순천만을 담은 사진이다. 바다 건너 여수의 앵무산이 이 그림의 주인공이다.

 

둑방길은 장산 갯벌 관찰장을 지난다. 순천만 갈대 군락지처럼 갈대밭 사이로 데크길을 설치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