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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온항을 떠난 남파랑길은 순천만 정원에 대한 기대를 안고 순천만의 해안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순천시 가장 남쪽의 상내리를 떠나 농주리 해변을 걷는다.

 

이른 아침 와온항 앞바다는 밀물 때인지 물이 가득하다. 갯벌 대신 첨벙거리는 바닷물을 보며 하루의 여정을 시작한다.

 

와온마을 앞바다에 작은 사기도라는 무인도가 하나 보이는데 섬의 별칭이 재미있다. 솔섬이라는 별칭도 있는데 어민들이 조업을 하다가 화장실로 사용했다고 똥섬이라는 별칭도 붙여놓았다.

 

마을 앞을 지나는데 담벼락을 장식한 독특한 개조심 경고가 아침을 미소로 시작하게 해 준다.

 

이제 길은 도로를 벗어나 와온 공원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이후로는 자동차 없는 길을 걷다가 코스 종점 인근에서야 도로를 만난다.

 

물이 가득 들어온 바다를 보는 느낌과 물이 빠진 갯벌을 보는 것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서서히 갈대밭이 펼쳐지는 것이 순천만 습지가 멀지 않음을 말해주는 것 같다.

 

한쪽은 습지의 갈대, 다른 한쪽은 조릿대를 보면서 걷는, 와온 공원으로 가는 길은 독특한 풍경을 선사한다. 사기도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데크 계단을 올라가면 와온 공원이다. 와온공원은 주차장과 쉼터와 조형물, 안전시설까지 나름 잘 다듬어 놓은 공원이었다.

 

우리야 해안 산책로로 공원에 들어왔지만,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이곳을 찾으신 분들도 여러분 계셨다. 공원 한쪽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순천만 갯벌, 보성, 순천 갯벌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도가 우리나라의 유일한 세계자연유산이었는데 2021년에 신안, 고창, 서천, 보성 및 순천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추가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지역들은 개발은 어렵게 되고 공무원들의 일은 복잡해지지만 어민들의 삶은 달라질 것이 없다. 세계 5대 갯벌에 속하는 강화 갯벌은 지자체에서 개발을 염두에 두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등록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길은 전망대 옆을 통과해 해안을 따라 공원을 나간다.

 

물이 가득 들어온 순천만 바다를 보면서 데크길을 통해 와온공원을 빠져나간다.

 

공원에서 내려오면 방조제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이곳도 공원과 연결되도록 보행로를 잘 만들어 놓았다.

 

등나무 쉼터에 향기로운 연한 자줏빛 등나무 꽃들이 향기로운 냄새를 내뿜는다.

 

빨려 들어갈 듯한 등나무 꽃을 자세히 보면 연한 자줏빛과 함께 노란색이 섞여 있다. 우스개 소리지만 칡덩굴만 없으면 갈등 없이 등나무 나름의 가치를 표현하면서 잘 살 것이다. 그런데, 칡과 등나무 모두 콩과 덩굴식물이지만  칡은 왼쪽으로 덩굴을 감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덩굴을 감는 특성 때문에 둘이 만나면 도저히 풀 수 없을 것이란 생각에 갈등이란 말이 등장했다지만 실상 주위에서 등나무와 칡덩굴이 서로를 꽁꽁 매고 있는 모습은 쉽게 만나볼 수 없다.

 

방조제 사이에 작은 산 하나가 길을 막고 있는데, 이곳에는 산 주위로 해상 데크길을 설치해 놓았다. 갈대밭까지 들어온 물 너머로 사기도가 외로이 떠있다. 석양 풍경에서는 아주 중요한 배경일 텐데 흐린 하늘 아래로 지금은 쓸쓸한 분위기다.

 

또 다른 둑방길 끝에는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전망대 앞으로는 갯벌 공동작업장과 작업장으로 가는 길이 있는데 지금은 물에 잠기고 보이지 않는다. 멀리 사기도, 솔섬 만이 우리와 인사를 나눈다. 이 길은 순천시가 조성한 남도삼백리길의 일부인데 국내 최대 흑두루미 월동지인 순천만 갯벌답게 흑두루미가 모델로 나섰다.

 

노월마을로 들어서면서 무슨 창고 건물인가 했는데 공중 화장실이었다. 보행로에 좋은 화장실을 준비해 놓다니 고맙고 훌륭했다.

 

엄청난 규모의 갈대밭이 있는 순천만 습지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순천만 초입인 이곳의 갈대밭도 장난이 아니다. 길은 해안으로 바싹 붙어 길을 만들며 나아간다.

 

바다 건너 별량면의 봉화산이 지척이다. 오늘의 목적지인 별량 화포가 저 산아래에 있다.

 

길은 순천만 가야 정원 외곽으로 돌아서 간다. 10여 년 전부터 한 개인이 폐염전을 정원으로 가꾼 것이라 한다.

 

가야 공원을 돌아가는 길 이제 북쪽의 순천만 가장 깊은 곳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닷물이 오가는 곳에서 어떻게 식물이 자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안내판을 보니 순천만의 염생 식물만 해도 116종이 넘는다고 한다. 염분이 많은 땅에서도 잘 자라는 염생식물은 실제로 세포 속에도 염분이 많고 물을 잘 흡수한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갈대이고 순천만에서는 칠면초도 많다고 한다.

 

엄청난 갈대숲이 순천만 습지에 가까이 왔음을 알려준다. 아직은 지난가을의 흔적이 많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푸른 잎이 올라올 것이다. 수질과 토양을 정화하고 다양한 동물들의 안식처가 되는 갈대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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