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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전마을 포구에 도착한 남파랑길은 해안길이 아니라 마을 안으로 마을길을 가로질러 광암마을로 넘어가고 광암마을을 지나면 농로로 해안으로 나간다. 광암마을 방조제부터는 가람산 아랫자락 해안을 도는 해상 데크길을 걷고 데크길이 끝나면 해안도로를 통해서 두랭이 해변을 지난다. 두랭이 마을부터는 여수시의 가장 북단인 상봉리를 걷고 평촌천을 건너는 두봉교 다리를 지나면서 순천시 해룡면으로 넘어간다. 도로를 따라 순천시로 넘어오면 해안으로 좌회전하여 와온길 해안도로를 걸어 와온 해변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물이 빠진 봉전마을 포구를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간다. 여자만을 앞에 두고 있는 포구다. 봉전마을은 새꼬막 양식의 최적지라고 한다. 인공으로 종패를 수정, 채묘한 다음 바다에 뿌려 2~3년간 키워서 채취한다고 한다. 우리는 잘 알지 못하지만 이곳 어민들은 환경의 변화를 몸으로 체감하고 계신다. 지금 양식하는 새꼬막은 폐사하는 것이 부지기수이고, 예전에는 이곳이 참꼬막의 종묘를 채취하던 곳인데, 이제는 참꼬막을 거의 구경할 수 없다고 한다.
조용한 봉전마을 마을길을 가로지른다. 소뎅이길이란 이름이 붙어 있는데 봉전마을 앞에 있는 바위섬과 연관이 있다. 섬이 솥뚜껑을 뒤집어 놓은 모양이라고 소뎅이라 불렀다고 한다.
옛 돌담이 남아 있는 마을길을 지나며 이곳에 사시는 분들의 사는 모습을 살짝 눈에 담으며 길을 이어간다. 마을 회관을 2층으로 큼지막하게 지어 놓으셨다. 봉전 마을은 한때 개발을 위해 토지 거래 허가 구역으로 묶인 적도 있는데 마을 주민들이 회의 끝에 보전을 택했다고 한다. 율촌 산업단지의 배후 택지 개발이라는데 시간이 지나며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다.
마을길을 따라 봉전마을을 빠져나가 광암마을로 향한다. 들판에 청보리의 물결이 환상적이다.
봉전마을 진입로를 나서면 바로 저 너머에 광암마을이 보인다.
광암마을로 들러서는 길목에서 서쪽을 바라보니 모내기를 위해서 물을 대고 있는 들판 너머로 방조제 뒤에 단도라는 작은 섬도 시야에 들어온다. 마을 입구에 마을에서 운영하는 작은 가게가 있었는데 아이스커피도 팔고 아이스크림도 팔고 있어서 땡볕 아래서 걷던 우리에게는 참 고마운 존재였다. 간단한 안주거리도 팔고 계셔서 마을의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는지 오후 시간 조금 출출해질 시간에 새참과 함께 한잔하러 오시는 마을분들이 여러분이셨다.
마을 슈퍼에서 구입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광암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봉전제라는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개천을 따라 올라간다.
개천을 따라 걷던 길은 광암마을 뒤편의 작은 고개를 넘어 해안으로 향한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고갯길에서 언덕배기에 돌담으로 쌓고 지은 집들을 보니 오랜 마을 역사가 느껴지는 듯하다.
고개를 넘으면 서쪽으로 해안을 향해서 내려간다. 길 표지에는 여수의 가장 북쪽 마을인 두봉마을이 등장했다.
해안으로 나오면 가람산 아랫자락 해안을 도는 해상 데크길을 걷는다.
데크길을 걷는데 노부부 두 분이 갯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계셨다. 그런데 이분들은 바로 해안으로 나가시는 것이 아니라 사각형 물통 옆에 자리를 하고 장화며 도구를 씻으신다. 갯일을 끝내신 분들이 사용하기 위한 물통임을 짐작은 했지만, 실제 그 현장을 보니 앞으로 남은 남파랑길을 걸으며 바닷가에서 수없이 만날 물통을 보면 주위에 앉아 뻘과 피로를 씻어내실 그분들을 상상할 것 같다.
많은 배들이 포구가 아니라 육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정박해 있다. 오후의 태양빛을 받으며 여자만 바다 위에 떠있는 배들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새꼬막 양식을 많이 하는 곳이니 대부분 새꼬막 채취선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뻘배를 타고 나가 사람 손으로 캐는 것은 참꼬막으로 꼬막 종류 중에 크기는 가장 작지만 가격은 새꼬막의 3배가 넘는다고 한다. 봉전마을 일대에서 양식을 많이 하는 새꼬막은 수심 3~5미터의 갯벌에서 양식하는데 배에 형망을 달고 끄는 방법으로 채취한다고 한다. 참꼬막은 4년은 커야 상품성이 있고 새꼬막은 2년이면 채취한다는데 참꼬막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고 한다.
해상 데크길에서 보는 여자만의 은빛 바다는 환상적이다. 붉은빛이 도는 석양은 얼마나 더 멋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제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한 모양이다.
해상데크길을 걷다 보니 바다 건너로 작은 산봉우리 아래로 60코스의 종점인 와온 해변이 보이기 시작한다.
데크길이 끝나면 길은 해안 도로를 따라 두랭이 해변을 지나 여수 끝자락인 두봉마을까지 가야 한다.
갯벌에서는 뻘배를 타고 한창 작업 중이셨는데 언뜻 보니 갯길이 바다 건너편 와온해변까지 연결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 안쪽을 빙 둘러서 가지 말고 그냥 바다를 건너가면 어떤가 하는 잔머리를 굴린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포구에 앉아 있는 현지분들에게 혹시 갯길로 바다를 건널 수 있냐고 물으니 잘 모르지만 중간이 깊은 곳이 있다고 하신다. 어떤 여성분이 놀리는지 그냥 가보세요! 했지만 확신이 없어 그냥 원래길로 가기로 했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의 이름은 두랭이길이란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이길 끝에서 만난 여수 끝자락의 두봉마을과도 연관이 있다는 안내와 함께 옛적 볏짚으로 엮어 어깨에 메던 비옷인 도롱이의 전라도 방언이 두랭이라고 한다.
두언길 도로를 걷던 길은 어느덧 두봉마을에 도착한다.
여수에서 순천으로 넘어가는 지점에 있는 너와지붕 쉼터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길을 이어간다. 두봉교 다리를 건너면 순천시 해룡면으로 넘어간다.
길은 넓은 갯벌을 감싸며 돌아 와온 해변 방향으로 이동한다. 광양에서 여수로 넘어오며 잠시 들렀던 순천왜성도 표지판에 등장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와온해변으로 가는 길은 눈부신 오후의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걷는 길이다. 태양이 눈부셔 저절로 고개를 숙이며 걸어야 하는 길이다.
눈부신 태양을 걷다가 잠시 우리가 걸어왔던 남쪽으로 시선을 돌려도 풍경이 달라진다. 저 태양이 서산 아래로 내려가며 붉은빛을 보이기 시작하면 이곳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상상하며 걷는 길이다.
원래의 남파랑길은 언덕 위로 올라가 사찰을 지나 산중턱의 마을길을 걷지만 우리는 그냥 해변 풍경을 감상하며 해안도로를 걷기로 했다.
종점 인근에 있는 남파랑 쉼터가 8백 미터 남았다고 한다. 오후의 태양이 작렬하는 은빛 갯벌이 눈부시다.
와온항 인근에는 데크 산책로도 마련되어 있었다. 데크길은 와온항까지 이어진다. 와온 이름이 독특한데 누울 와(臥), 따뜻할 온(溫) 자를 사용한다. 마을 뒷산 바위가 소가 누운 형상이고 마을 아래로 따뜻한 물이 흐른다고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에 한옥 펜션이 여러 개 운영되고 있었다.
와온해변에서 60코스를 마무리하고 순천 시내버스로 순천시내로 이동하여 하룻밤 쉬고 내일 다시 61코스를 시작한다. 순천 시내에서 저렴한 숙소도 선택할 수 있고 식당과 편의점도 있고 무엇보다 시내버스를 간편하게 이동할 수 있으니 시내버스 이동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오늘 저녁식사는 순천 이마트 식당가에서 불고기 백반으로 먹었다. 시가지인데 예상외로 숙소 인근에 식당이 별로 없었다. 남파랑길 걸으며 대형마트 식당가에서 식사를 하니 별일이 다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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