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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량 화포에서 시작하는 남파랑길 62코스는 일부를 순천의 남도 삼백리길 2코스와 함께한다. 화포마을을 떠나면서 잠시 도로를 따라 걷지만 금천마을 앞에서 다시 해변으로 나가 죽전마을, 창산마을을 지나 뻘배 체험장이 있는 거차마을에 닿는다.
순천 아랫장에는 유난히 국밥집이 많았다. 남파랑길 아침 식사는 뭐니 뭐니 해도 돼지국밥이나 콩나물국밥이 최고다.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여정을 시작한다. 아랫장은 순천의 유명한 시장이니만큼 봄을 맞이하여 갖가지 모종들이 시내버스 정류장 앞의 가게 앞 인도를 채우고 있다.
순천 아랫장 정류장에서 81번 시내버스를 타고 화포 마을로 이동한다. 대도시라 그런지 시내버스 정보 안내는 편리하다. 식사를 하면서도 버스의 도착 예정 시간을 알 수 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릴 수 있었다.
오전 9시 10분 정도에 화포 마을에 도착했다. 날이 맑지 않지만 이번 여행에는 다 큰 딸내미가 동행했다. 남파랑길 여행을 위해서 일부러 걷기를 했다고 하는데 잘 걸을지 모르겠다.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정류장에서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 마을 건물에 걸린 깃발들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데 거센 바람을 오랜 받은 까닭인지 새마을기, 태극기, 순천시 깃발이 모두 찢어져 있다. 마을이 곶으로 튀어나온 지형이라고 하지만 깃발이 찢어질 정도를 바람이 분다는 말인가! 해안으로 내려오니 바다는 물이 빠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모양이다. 오늘은 물이 출렁거리는 바닷물보다는 바닥이 드러난 갯벌을 많이 볼 모양이다.
화포마을 해안길을 따라 62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4월의 화포마을 아침바다는 평화로움 그 자체다.
해변길 주위로는 통발, 주꾸미 잡이용 소라 껍데기, 양식용 장대까지 갖가지 어구들의 전시장 같다.
여수반도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는 화포해변에는 화포항으로 진입하는 곳과 마을길 끝에서 해상 데크길을 설치해 놓았지만 지금은 개통하지 않았다. 생태 훼손을 염려하는 환경 단체의 반대가 심한 모양이다. 해상 데크길이 개통되면 도로로 나가서 돌아갈 필요가 없어진다.
길은 언덕길을 올라 일출로 도로로 나간다.
언덕 위에 올라서니 여자만 바다를 확 트인 시야로 바라보게 된다. 벚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일출로 도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일출로를 걸으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모습은 물이 빠지고 있는 갯벌의 독특한 모습과 화포마을과 금천마을을 이어주고 있지만 지금은 개통하지 않은 해상 데크길이다.
갯벌에 격자 모양으로 수많은 말뚝이 박혀 있고 일부에는 그물도 쳐있다. 밀물 때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그물에 갇히도록 하는 개매기 그물은 아닌 것 같고, 혹시 갯벌에 영역을 표시한 것인가 하는 상상도 해본다.
4월 하순에 찾은 순천에서는 향기로운 아카시 꽃이 감미로운 향기를 흘려보내고 있다. 만나고 또 만나도 늘 반가운 꽃이다. 같은 콩과 식물이라서 그럴까? 다시 보니 언뜻 등나무 꽃과 닮은 듯하다.
길은 금천마을 앞에서 금천제 저수지에서 내려오는 개천을 건너 좌회전하여 해변으로 나간다.
해변으로 나오니 배 조형물로 쉼터를 만들어 놓았다. 인증숏 남기기에 딱 좋은 장소다.
이곳에서 보니 갯벌에 박힌 기둥과 그물은 사각형이다. 아무래도 영역을 표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심증이 굳어졌지만 알고 보니 칠게를 잡는 그물이었다. 발이라고 부른다. 칠게를 찬반으로도 먹지만 낙지 미끼로 사용되기 때문에 어민들에게 짭짤한 소득원이 된다고 한다. 누군가 뻘배라고도 하는 널배를 주차해 놓고 가셨다.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인데 두께가 결코 얇지 않다. 100Kg도 싣는 분이 있고 잘 움직이려고 물을 뿌려 놓는 분도 있다고 한다. 저것을 타고 나가 꼬막을 잡으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나가신 분들을 생각하면 갯벌은 그분들의 귀한 직장이니 여수, 순천, 고흥, 장흥 등지에서는 어촌계별로 갯벌을 어민 단위로 배분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갯벌은 공유 수면으로 개인 소유가 될 수는 없지만 어촌계 단위로 개인별 관리 권한을 인정하기도 하는 것이다.
길은 죽전 방조제를 지나 죽전마을로 향한다.
죽전마을로 향하는 길에서는 매실이 탐스럽게 맺혔다. 하얀 매화꽃을 보며 섬진강변을 걸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쏜살같이 달려간다.
갯일을 끝내고 나오면서 뻘 흙을 씻어내는 물통 옆에는 나무 기둥을 박아놓고 뻘배를 매어 놓으셨다. 뻘배도 배이니 잘 정박해 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갯벌에는 뻘배가 다니던 길이 선명하다. 다니던 길로 다녀야 물이 자박하게 있어 뻘배도 쭉쭉 잘 나갈 것이다. 이곳 사람들의 삶의 현장을 제대로 보면서 지나간다.
창산마을로 가는 동안 1Km 정도 도로를 걸으니 위험 구간 안내가 붙어있다. 마산해안로 도로를 걷는다. 위쪽 지방은 아직 마늘이 한창 크고 있는데 이곳의 마늘은 수확을 앞두고 마늘쫑 뽑기를 하고 계신다. 이곳도 따뜻한 남쪽나라 맞다.
어느덧 길은 창산마을에 도착했다. 창산마을에서 화포마을 쪽을 보니 마을 뒤의 봉화산과 바다로 툭 튀어나온 화포항이 여수반도를 배경으로 그 존재를 선명하게 보여 준다.
창선마을 포구 에는 깔끔한 쉼터도 마련되어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걸었으니 목도 축이고 잠시 쉬어간다.
창선마을 입구를 지나면 길은 도로를 벗어나 방조제 길을 통하여 거차마을로 향한다. 거차마을 뒤에서 마을을 지키고 있는 146미터의 천마산이 저곳에 거차마을이 있음을 알려준다.
거차마을이 있는 천마산을 보면서 둑방길을 걷는다.
뻘흙을 씻어내는 물통 주위로 플라스틱 바구니, 대야, 분류대, 뻘배까지 다양한 작업 도구들이 마치 야외 전시장처럼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멀리 뻘배가 지나갔던 흔적은 작은 물길이 되어있는 모습이다.
자율관리 어업공동체 활동 안내를 보니 갯벌도 마을마다 어장 구분이 있고, 채취 시기가 있으며 크기도 나름 제한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채포라는 말을 쓰고 있었는데 수산물을 채취하거나 포획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길을 거차마을로 들어서면서 다시 도로를 걷는다.
작은 갈대밭 옆에 묵어 놓은 작은 배 한 척과 갯벌 그림만으로도 한 폭의 유화를 보는듯하다.
바다로 길게 뻗어나간 포구를 가진 거차마을에 도착했다. 바위가 거칠게 생긴 포구 마을이란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 바로 뒤로 천마산이 있는 이 마을은 농지가 거의 없어 바다와 갯벌에 의지해서 살아가는 동네다. 예전에는 도로도 버스도 없어 갯벌에서 채취한 것을 머리에 이고 10리 길을 걸어 별량장에 내다 팔았다고 하니 그 거친 삶이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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