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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리의 산전마을을 지난 남파랑길 57코스는 구미제 저수지를 지나 저수지에서 해안으로 나가는 물길을 따라 전동마을을 거쳐 구미마을로  내려간다. 구미마을을 지나면 해안도로 대신 이목마을의 마을길을 관통하여 나간다. 이목마을 이후는 해안길을 통해 서연마을에 이른다. 

 

산전마을을 지나면 구미제 저수지를 돌아 저수지에서 해안으로 이어지는 개천과 함께 내려가는 길을 따라 해안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이목리 전동마을에 들어서니 커다란 나무들이 마을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마을 정자가 있는 곳에 서있는 나무도 보호수인데 오랜 세월의 연륜이 무색하게 푸르름이 가득하다.

 

개천 둑에 자리한 나무도 보호수인데 수령이 130년이 넘는 느티나무라고 한다. 당산나무라고 하는데 어찌하다가 저렇게 둑에 갇혔는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나무를 보전하고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전동마을을 지나니 멀리 해안으로 구미마을이 시야에 들어온다.

 

구미마을 입구에서 863번 지방도 화서로를 만나는데 남파랑길은 이곳에서 우회전하여 도로를 따라 구미제에서 내려오는 개천을 건넌다. 이 도로에서 반대편으로 가면 다리로 조발도, 둔병도, 낭도, 적금도 섬 4개를 거쳐 고흥으로 갈 수 있다. 고흥의 팔영산을 만난다.

 

이목리의 들판은 양파 수확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버스로 일꾼들을 데려와서 양파를 뽑아 말리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양파나 마늘 수확철이 되면 농부들은 인부를 구하지 못해 애가 탄다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도 일당 15만 원에 구하기 어렵다고 하니, 차분히 생각하면 농업을 1차 산업이라고 하지만 많은 일을 외주에 의존하고 있으니 실제로는 사업체 경영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구미마을을 지나 개천을 건너면 언덕길을 통해 이목마을로 향한다.

 

언덕길을 오르는데 어디에선가 향긋한 냄새가 풍겨온다. 주위를 둘러보니 창과 칼 같은 무시무시한 가시 사이로 하얀 탱자 꽃이 피었다. 꽃조차 이렇게 향기롭다니, 공간만 허락한다면 탱자나무 울타리도 갖고 싶다.

 

한쪽에서는 하얀 탱자 꽃이 지고 토실토실한 탱자 열매가 달렸다. 식중독 예방에도 좋고 불면증에도 좋다니 그 언젠가 내 정원에서 탱자를 볼 날이 있을지......

 

언덕 위에서 만난 한 밭에서 꼼꼼한 농부의 정성을 만난다. 완두콩에는 나뭇가지들을 하나씩 꽂아주어 덩굴이 가지를 타고 가도록 해주었고, 덩굴콩을 심으신 모양인데 그곳에는 키 큰 장대로 견인대를 만들어 주셨다. 그냥, 대충, 이런 말로 자신의 게으름을 대신하지 않고 밭에 정성을 쏟으신 모습이 인상적이다. 나의 삶도 그럴 것이다. 부지런하게 마음을 쏟는 일은 그만큼의 결과물을 얻을 것이다. 비록 결과에 큰 차이가 없더라도 게으름을 대신 정성을 쏟을 때는 기대와 소망을 품게 마련이니까......

 

언덕에서 바라본 좌측 구미마을과 중앙의 이목마을, 그리고 우측 해안을 돌아 있는 서연마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길가의 장딸기가 꽃을 피웠다. 제주와 전남 해안의 야산에 자생한다는 딸기다. 열매는 따 먹을 수 있다. 남파랑길 여행에서 언젠가 장딸기를 맛볼 날이 있을 것이다.

 

이목마을의 골목길을 가로질러 길을 이어간다. 집은 새로 지은 모양인데 좁은 골목길에 집을 떠받치고 있는 돌담은 세월의  흔적이 역력하다.

 

길은 언덕 위의 이목교회를 지나는데 때마침 주일 예배가 끝났는지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서 쏟아져 나왔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 것처럼 상당히 많은 분들이 계셨다. 그분들의 일부는 남파랑길이 가는 방향 쪽에 집이 있는 분들이라 그분들과는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을 수밖에 없었다.

 

종모양의 노란 꽃을 피운 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빨간 열매를 선물하는 보리수나무다. 기관지에도 좋고 간 해독 효과도 뛰어나다고 한다.

 

길은 이목리 마을 회관을 지나 계속 골목길로 마을을 빠져나간다.

 

이목 마을 끝자락에 있는 밭을 보니 조금 겨어사가 있기는 하지만 남해의 다랭이밭처럼 돌담을 쌓아 밭을 만들었다. 

 

마을끝자락 언덕에서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해안길과 서연마을을 바라본다.

 

언덕배기의 이목마을 골목을 걸었던 남파랑길은 도로로 내려가 좌회전하여 해안길을 걷는다.

 

도로변에서 익숙한 듯 다른 식물을 만났다. 잎은 자주 만났던 살갈퀴와 비슷한데 꽃 모양이 달랐다. 등갈퀴, 갈퀴나물이라고 한다. 살갈퀴는 두해살이에 콩꼬투리로 씨앗을 내지만 갈퀴나물은 여러해살이 풀로 땅속 기는줄기로 번식한다고 한다. 둘 다 콩과 식물로 가축 사료에도 좋지만 녹비작물로 주목받는 식물이다.

 

얼마가지 않아 나비 모양의 꽃을 피운 살갈퀴를 만났다. 살갈퀴와 갈퀴나물은 꽃이 피기 전에는 구분이 어렵지만 위의 그림처럼 꽃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땅을 살리는 이런 식물을 버려진 땅에 뿌리고 소를 키우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이목마을을 뒤로하고 해안길을 걸어 서연마을로 들어간다. 

 

남파랑길 57코스는 여수 섬숲길과 함께한다.

 

지금 걷고 있는 해안길의 서연마을은 일제강점기 이전만 해도 서우 또는 시우라는 물고기를 많이 잡던 곳이라고 한다. 서연마을의 이름이 서우개와 연말마을을 합친 것이데 서우개가 바로 서우가 많이 나던 곳이라는 의미다. 그렇지만 서우 또는 시우에 대한 정보는 찾기 어려웠다. 누군가는 상어의 일종, 누군가는 돌고래의 일종이라고 하는데 그저 구전에 의한 정보인 모양이다. 우리도 모르게 잊히고 사라지는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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