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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마을을 나온 남파랑길은 광양 경찰서 앞에서 우회전하여 백운로 도로를 따라 광양읍내로 들어간다. 도로를 따라가며 광양 동천을 건너고 광양항 전용 도로와 교차하는 인동 IC도 지난다. 읍내의 유당근린공원을 돌아 광양 터미널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커다란 전광판에서 환경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광양 경찰서 앞에서 우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종점까지 1.6Km만 더 걸으면 된다. 광양 제철소 근처에서는 산업단지 특유의 냄새를 피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그 냄새로부터 어느 정도 멀어진 듯하다. 

 

백운로 도로를 따라 광양읍내로 들어가는 길이 차들이 쌩쌩 달리는 국도변 이기는 하지만, 안전한 인도가 있어 다행이다. 바다가 멀지 않은 광양 동천을 초남교 다리로 건넌다.

 

넓은 둔치를 가지고 있는 동천 위에서 맑은 물속을 노니는 물고기를 보느라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광양 백운산(1,222미터)에서 흘러 내려와 광양만으로 나가는 두 갈래 물줄기 중의 하나다.

 

동천을 건너면 광양항으로 가거나 광양 톨게이트로 고속도로를 진입할 수 있는 인동 IC를 지난다.

 

읍내로 진입하면서 처음 만나는 것은 유당 공원이다. 공원 중앙에 연못과 함께 충혼탑과 충혼각이 있는 공원이다. 조선 중종 당시 광양 읍성을 만들고 바다에서 성이 보이지 않도록 나무를 심었는데 그중에 이팝나무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한다.

 

길은 유당 공원을 좌측으로 휘감아 돌아간다. 공원 잔디에도 서서히 봄이 입혀지고 있다.

 

공원을 좌측으로 휘감아 돌아온 길은 다시 좌회전하여 광양 터미널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조금은 이른 시간에 여정을 끝낸 우리는 터미널 건너편 정오 모텔에서 방을 잡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다가 그냥 영화만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길 건너편에 전남 도립 미술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문적인 예술 지식이나 감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품을 통해 작가들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고 바로 앞이고 시간도 있고 입장료도 저렴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발걸음은 자연스럽지 않지만 저녁 식사 전에 잠깐 다녀오기로 했다.

 

전남 도립 미술관은 독특한 외관부터 감각을 깨운다.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내부로 들어가 관람을 시작한다. 여행자로 보이는 중년의 커플들이 여럿 있었고 가족 단위 관람객도 있었다. 아이들을 데려온 젊은 부모들은 잘 정비된 미술관 외부에서 나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상 깊었던 몇 작품을 남겨 본다.

 

이인 작가의 색색 풍경이라는 작품. 작가가 홍도와 흑산도 여행에서 만난 노을을 종이에 색 번짐 효과와 색채 대비로 표현한 것이다. 청년 시절 강렬한 석양을 쫓아서 서울에서 안면도까지 티코를 몰고 홀로 달려갔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장 미셀 오토니엘의 블랙 토네이도라는 작품. 미술관의 자연 채광과 어우러져 나름의 멋이 더해진다.

 

모양은 해골이지만 아주 작은 글씨들로 이루어진 해골이다. "and did those feet in ancient time"라는 문구로 19세기 초 영국의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제목이다. 그의 시는 영국의 애국가 수준인 예루살렘 찬가의 가사에 해당한다. "옛적에 발걸음을 행하셨도다" 정도의 해석이다. 

 

대만의 작가 리밍웨이의 여행자라는 작품. 2 채널 비디오와 간단한 기념품으로 이루어진 작품으로 구례 출신의 정지아 작가의 안내를 받아 구례를 여행하며 만든 것이라 한다. 정지아 작가의 "빨치산의 딸"이라는 작품에서 느낄 수 있듯이 정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느낌들을 잠시나마 만날 수 있었다.

 

기적을 만드는 중이라는 8 채널 비디오 작품. 각 영상에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리처드 케네디라는 젊은 작가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현시대 예술 경향의 최첨단이라는 미술관의 소개라 그런지 조금은 보기 어려운 작품들이었는데 "고개를 들어봐 캐시"라는 이 작품은 그나마 눈에 들어왔다.

 

"아놀드 파머를 어떻게 만드는지 아니?"라는 작품. 작품 속에서 뭔가 작가의 의도를 찾으려고 하면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미술관 밖으로 나오니 철문도 벤치도 미술관답게 예술적이다. 산책 겸 저녁 먹을 식당을 찾아 나서는 길에서 앞으로 걸을 51코스 안내판을 보며 내일을 기약한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숙소 인근에서 백반으로 해결했다. 여행을 하며 현지의 좋은 백반집을 만나는 것은 기분 좋은 소소한 여행의 즐거움이다. 이 집에서는 식사를 하며 주인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도 있었다. 나중에는 대화를 계속하다가는 끝이 없겠다 싶어 서둘러 식당을 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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