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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인도와 금호도의 제철소 앞을 지난 남파랑길은 제철로 도로를 따라 구봉산 임도 입구까지 도달하여 이후로는 구봉산 자락을 돌아가는 임도를 따라 걷는다. 고도 2백 미터 내외의 높이로 초반에 조금 고도를 높이면 이후로면 평탄하고 구봉산과 봉화산 사이의 배나무재를 넘으면 이후로는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아파트 단지로 제철로 도로 사이의 중동 근린공원에서 17.6Km의 여정을 시작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아래로 봄기운이 살아나고 있는 공원을 걸으니 기분이 상쾌하다.

 

남해 고속도로 동광양 IC에서 광양항으로 이어지는 광양항 전용 도로 다리 아래를 통과하여 제철로 옆의 인도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제철로 바로 좌측으로는 광양제철선 철도도 같이 가는 길이다.

 

60여 미터의 댕평산을 자르고 지나가는 고갯길을 지난다. 이 지역은 광양시 골약동에 해당하는데 광양의 가야산이 금강산의 다른 이름인 개골산(皆骨山)과 비슷하다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삭막한 분위기의 산업도로를 밝혀주는 존재가 있다. 주렁주렁 포도송이처럼 탐스러운 꽃을 자랑하는 연자줏빛의 등나무꽃이다. 거의 앞만 보며 걷던 우리의 코를 향기롭게 자극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보니 아름다운 자태의 등나무꽃을 발견하게 되었다. 대나무 사이에서 철망을 타고 올라와 향기를 내뿜는 등나무를 떠나기 아쉬울 정도였다.

 

구봉산 자락에서 시작한 성황천을 건너니 전면으로 구봉산을 보면서 걷게 된다. 우측으로 광양골약중학교가 보이는데 중학교 인근에서 구봉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로도 있다. 

 

도이동 인근으로는 거대한 방음벽이 세워져 있었는데 아마도 우측에 진행되고 있는 성황 도이지구 도시개발사업 때문인 모양이다. 부지 조성은 끝났고 아파트가 한참 올라가고 있다.

 

택시 복합 할증 구역 표식이 서있는 도이동 삼거리를 지난다. 보통 도시 지역을 운행하는 택시는 일반 미터 요금을 받지만 도심을 벗어나 읍면 지역으로 가면 되돌아갈 때 빈차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추가 요금을 받는 구간을 복합 할증 구역이라 한다. 어릴 적 서울 외곽에서 서울로 오가는 버스들도 시 경계를 지나면 추가 요금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와우! 이곳은 등나무꽃이 철망을 완전히 뒤덮었다. 코를 드리대지 않아도 은은하게 퍼지는 꽃향기에 몸이 가벼워진다. 등나무 꽃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중학교, 고등학교 교정에는 등나무가 있기 마련이었을 텐데 그때는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등나무꽃의 아름다움을 광양 도로변에서 발견한다.

 

이제 제철로 도로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구봉산 임도로 진입한다. 경사가 조금은 급하지만 경사가 급한 만큼 오르막은 길지 않다는 희망을 가지고 천천히 오르막을 오른다. 임도 초입은 새순이 돋는 나무들, 꽃을 피운 나무들로 봄기운이 완연하다. 

 

오르막길을 조금 오르니 동쪽으로 광양 가야산 자락에 포근하게 안겨 있는 광양 시내가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이 아파트 단지이다. 30평대가 넘어가면 2억을 넘기니 수도권과 다를 바가 없는 것 아닌가 싶다. 아무튼 길을 돌려 오르막길을 이어간다. 임도 양쪽으로 나무들을 가지런히 심어 놓아 잘 정비된 산책길과 다를 바가 없다.

 

헉헉거리며 길을 오르다 쉼터를 만났는데, 중년으로 보이는 여성 혼자서 자리를 잡고 쉬고 계셔서 그냥 지나가기로 한다. 말을 걸고 인사하는 것도 좋기는 하지만 때로는 조용히 쉬고 싶을 수도 있으므로...... 조금 더 걸으니 남쪽으로 전망이 열린 곳에서 광활한 광양항이 눈에 들어온다. 광양항 중간에 우뚝 솟은 여수광양항만공사 건물이 존재를 뽐낸다.

 

4월 초의 봄 햇살은 따스함을 넘어서 뜨겁다. 자연스럽게 나무 그늘을 찾아 걷는다.

 

구봉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로 가는 길이 있지만 남파랑길은 정상으로는 가지 않고 굽이굽이 임도를 따라간다. 산 반대편 용장 마을에서 전망대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길이 있다. 산 아래에서 전망대가 살짝 보이는데 전망대가 아니더라도 임도에서도 좋은 전망을 볼 수 있는 구간이 있다.

 

시원한 나무 그늘의 보호를 받으며 봄의 생명력이 가득한 구봉산 임도를 걷는다. 임도를 만들기 위해 깎아낸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나무를 보면 항상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을 하게 된다. 빗물에 씻겨 내려가 흙 한 톨 없을 것 같은 바위틈에 어떻게 뿌리를 내렸는지, 정말 신기하다.

 

산 아래로 광양항과 함께 2번 국도가 보이는데 구봉산과 가야산을 관통하여 하동까지 이어지는 도로다. 구봉산 자락에만 황금터널, 황길터널, 성황터널이 뚫려 있다. 동쪽으로는 광양항 너머 이순신대교도 눈에 들어온다.

 

운동 시설이 있는 곳에 설치된 남파랑길 돌의자를 보니 독특한 디자인이 기억에 남을듯하다. 이곳에서 김밥으로 이른 점심을 먹으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갖는다. 앞선 쉼터에서 스쳐 지나갔던 여성분도 우리를 따라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신다. 말을 걸며 대화가 이뤄질까 싶었는데 멀찍이 앉아 간식을 드시니 자연스레 자신들만의 시간을 가진다. 어디서 왔냐? 어디까지 가냐? 하는 뻔한 대화도 나쁘지는 않지만, 방해받지 않는 휴식도 좋다.

 

국내 3대 컨테이너 항만이라고 하면 부산항, 인천항 그리고 광양항인데 남파랑길에서 부산항과 광양항을 모두 만났다. 부두의 길이만 6Km가 넘고 33척을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고 하니 실로 엄청난 규모이다.

 

황곡마을에서 시작하여 구봉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를 지나쳐 길을 이어간다. 구봉산 임도 구간 중에 가장 남쪽으로 내려오는 지점이다.

 

임도를 따라서 줄지어 심어 놓은 나무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가장 근접한 것은 상록 활엽 교목인 참가시 나무였다.

 

구봉산 전망대로 가는 또 다른 갈림길을 지난다. 이곳에도 쉼터가 있다.

 

왼쪽의 상록 활엽수, 오른쪽의 상록 소나무 사이에서 작은 꽃을 피운 나무들이 도드라져 보인다.

 

서쪽으로 구봉산 임도를 걸어왔던 남파랑길은 이제 봉화산과 구봉산 사이의 배나무재를 향해서 북쪽으로 길을 잡는다. 바다 건너 여수의 율촌 산업단지도 보인다. 우측으로 구봉산 희양 숲길의 입구도 만나는데 구봉산 정상부의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이다.

 

보통 임도라고 하면 조립한 편백나무숲이나 삼나무 숲을 만나는 것이 보통인데 구봉산 임도에서는 배니무재 인근에서 처음 만났다. 경제성보다는 생물 다양성이 존중되는 숲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드디어 배나무재 고개를 넘으니 신나는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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