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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포 마을 이후 원래의 남파랑길이라면 임도로 갔어야 했지만, 입구를 놓쳐 흥선로 해안도로를 걸은 우리는 길을 놓친 아쉬움은 있었지만 해안도로 완만하게 내려 도로에서 보는 훌륭한 경관에 감탄하며 길을 이어간다. 길은 부윤 2리를 지나서 원래의 남파랑길과 합류하여 추도를 거쳐서 당저리로 넘어간다. 당저리 마을을 빠져나온 이후로는 동부대로 도로변을 걸어서 창선교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넓은 갓길을 따라 언덕을 넘어서니 부윤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부윤리 마을 앞에 자리한 구도와 추도 섬도 눈에 들어온다.

 

평화로운 분위기의 부윤 2리를 지나 해안선을 따라 부윤 1리 방향으로 이동한다.

 

물이 빠진 부윤리 앞바다를 보니, 물이 들어와도 큰 배는 들어오지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바로 구도까지는 손에 닿을 듯 지척이다.

 

강렬한 오후의 태양을 정면으로 두고 해안선을 따라 계속 도로변을 걷는다.

 

부윤리 앞바다와 구도 사이에는 물이 오고 가는 길목을 막아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칠 수 있도록 기둥도 있고 돌담도 있다. 지금처럼 물이 빠진 상태에서는 첨벙거리며 바다를 건널 수도 있겠다 싶다. 

 

부윤 1리를 향해서 해안길을 걷다 보니 멀리 좌측으로 추도와 연결되는 둑이 보인다. 이 지점이 바로 임도를 걸어서 내려오는 원래의 남파랑길과 합류하는 지점이다. 이제부터는 원래의 남파랑길 경로대로 걷는다.

 

추도 공원으로 넘어가는 둑길 입구의 표지판을 보니 원래 남파랑길 경로에서는 보현사 표지판이 중요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부윤 2리부터 우리를 지나쳐 앞서 가시던 마을 어르신 한분이 계셨는데 어르신의 경로가 우연히 우리가 가는 길과 계속 겹친다. 어르신의 저녁 산책 경로가 아마도 추도 공원을 한 바퀴 돌아서 집으로 가시는 경로인 모양이다. 힘들다고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거나 이불속에서 텔레비전을 친구 삼을 수도 있었을 텐데 오후의 태양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시간에 제법 긴 거리를 걸으시는 모습을 보니 참 보기 좋았다.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시면서 산책하실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과연 나의 노년은? 어떨까 하는 질문을 던지며 길을 이어간다.

 

남서 방향의 제방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오후의 태양을 감히 사진에 담는다. 서산으로 지는 있는 태양이라서 그럴까 여전히 강렬하지만 빛의 아름다움을 담고 싶은 마음을 주저함 없이 실행한다.

 

제방길에서 바라본 부윤 1리 방향의 전경이다. 시야를 따라서 가다 보면 우리가 지나온 창선면 사무소가 멀지 않은 지역이다.

 

제방길로 육지화되었지만 추도는 창선 추도공원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계단 길로 공원 안으로 진입한다.

 

우리 앞에서 산책을 하시던 어르신을 생각하면 최고의 산책길이 아난가 싶을 정도로 깔끔하게 정비한 공원길이 이어진다.

 

기다란 추도 공원 끝에 이르면 산책길은 길을 돌려 섬 해안선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오래간만에 침목길을 걷는다. 지금이야 콘크리트로 침목을 대신하고 있지만 침목으로 길을 꾸민 길을 지나며 드는 생각은 과연 철도 레일에 사용하던 폐침목 말고 조경이나 기타 국립공원 등에 사용할 용도로 별도로 침목을 생산할까? 하는 호기심이었다.

 

추도 반대편 당저리 쪽으로 나오니 기다란 방파제도 설치되어 있었다.

 

당저리 쪽의 추도 해안선을 걷는 길, 물이 빠져서 뭍에 올려진 어선 한 척을 보니 무슨 설치 예술 작품을 보는 느낌도 든다. 누군가 기막힌 이름이라도 붙이면 그만이다. 

 

적량에서 시작한 남파랑길 38코스와 함께한 남해 바래길의 이름이 말발굽길이란다. 고려 시대에 군사용으로 쓰일 말을 사육하던 곳이라는 데서 유래한 것인데 실제로 적량 지역에서 상당수의 말을 키웠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추도 공원 입구에는 다양한 화석 모형들을 세워 놓았는데 이 추도도 선명한 공룡 화석이 발견된 곳이라고 한다. 우리나라가 세계 3대 화석 산지라고는 하는데 워낙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라서 그런지 전부 만화 같은 느낌이다.

 

추도에서 당저리도 제방길로 연결되어 있으니 추도를 섬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길은 당저리 마을길을 통해서 국도로 나아간다.

 

당저리 마을에서 만난 논을 보니 이곳이 따뜻한 남쪽나라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벼를 베고 난 그루터기에서 이삭까지 나왔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당저리 마을을 빠져나오면 동부대로 국도변을 걷는다. 자동차가 많은 곳이다. 남해 바래길의 친절한 안내판을 지나 국도변을 걷는다.

 

지족 마을을 향해서  가는 길, 석양빛이 강렬하다.

 

2월임에도 봄 농사를 준비하고 있는 창선도의 들판을 보면서 오늘 우리가 휴식을 취할 숙소가 있는 창선교를 향해서 힘을 내며 걸음을 옮긴다.

 

와우! 드디어 오늘의 종착점인 지족 마을 표지석이 등장했다. 바로 옆 바다로는 이곳의 상징과도 같은 죽방렴도 보인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오늘 휴식을 취할 창선교 앞의 숙소에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답게 독특한 구조를 가진 숙소였다. 가족 단위로 방문한 사람들도 여럿이었고 게스트 하우스라는 시각에서 본다면 깔끔하고 훌륭한 숙소였다.

 

다음날 아침 쾌청한 하늘 아래 창선교를 건넌다. 방죽렴을 비추는 강렬한 아침 햇살에 하루의 시작부터 흥분되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다. 어디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을까? 행운 같은 순간이다.

 

아침 햇살을 받으며 창선교를 지나는 시간, 바다 가운데 방죽렴은 그냥 장식이어도 좋을 정도로 훌륭하다. 원시 어업이라는 누군가의 설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원시 어업이 아니라 가장 친환경적인 어업이 아닐까 싶다.

 

이 사진은 정말 유화를 방불케 한다. 이른 아침 창선교 다리 위에 서면 누구나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너무 아름답다.

 

비슷한 구도이지만 이 사진은 아련한 느낌이 든다. 창선도와 남해도 사이의 바다가 이렇게 아름다운지, 그 누가 알리요! 사진으로는 도무지 재현하지 못할 풍경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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