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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의 동부 해안을 걸어 내려가고 있는 남파랑길 19코스는 대계 마을을 떠나면 강망산 자락을 올라서 거가대로가 지나는 덕포 터널 위를 지나 덕포 해안으로 내려간다.

 

어제저녁 대계 마을에서 옥포 시내로 이동하여 하룻밤 휴식을 취했던 우리는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하며 점심 식사를 위한 김밥도 준비하고 백반집에서 든든한 아침 식사도 해결했다. 정식이 저렴하기도 했지만 그 비싼 갈치구이를 맛있게 구워서 넉넉하게 주셨다. 반찬들도 정갈했고 소고깃국 또한 일품이었다. 이런 가격, 이런 맛의 식당들이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세상은 내 맘 같지가 않다. 어르신 두 분이 운영하는 경주식당, 엄지 척이다.

 

어제저녁 옆지기를 위해서 떡볶이를 구매했던 옥포 국제 시장 앞에서 32번 버스를 타고 대계 마을로 이동하여 19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떡볶이와 튀김을 구매하며 지갑을 꺼냈더니 현금이 없었다. 주문부터 해버린 상태라 난처해하고 있었는데 주인아주머니가 카드 결제는 안되지만 계좌 이체는 가능하다고 한다. 시끌벅적한 여고생들 사이에서 인터넷뱅킹하느라 계좌 번호를 받아 적는 촌극을 벌여야 했다. 그런데, 물건을 받아 가는데 여고생들도 현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이체했어요!" 하는 것이었다. 아하! 요즘 시장 분식집에서는 이런 문화구나! 하는 첫 경험이었다.

 

남파랑길 19코스 아래에는 "충무공 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 "거제 섬 & 섬 5코스"라는 별칭도 적혀 있었다. 19코스를 걸으며 지나갈 옥포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첫 번째 해전이자 첫 승전인 옥포해전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왜군은 첫 패배로 함선 26척을 잃고 4천 명이 넘는 전사자가 있었다고 한다. 조선군은 단 한 명의 부상자가 있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였다. 남파랑길은 대계 마을의 몽돌 해안을 거쳐서 옥포대첩로 도로로 올라가 도로변을 걷는다.

 

도로변을 걷던 남파랑길은 거가대로가 지나는 다리 아래를 지나 바로 우회전하여 봉수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봉수대를 향해서 올라가는 길, 등 뒤로는 눈부신 아침 해가 우리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등산로 입구에는 거제 섬&섬 표식만 있을 뿐 이곳이 등산로 맞아? 하는 느낌까지 든다.

 

동물을 막으려고 했을까? 사람을 막으려고 했을까? 울타리 같지 않은 울타리와 대나무 숲을 통과하여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쉼 없이 이어지는 오르막길은 고도 2백 미터까지 이어진다.

 

능선에 있는 쉼터에서 땀을 닦고 목을 축인 다음 다시 길을 이어간다.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그늘에 오래 앉아 있는 것보다 걷는 것이 낫다.

 

거제 강망산 봉수대에 도착했다. 전망이 훌륭한 곳이었다. 이제는 장목면에서 덕포동으로 넘어간다. 

 

복원한 봉수대에 오를 수 있도록 해 놓았는데, 북쪽으로는 멀리 거가대교가 보이고 시선을 동쪽으로 조금 돌리면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시야가 시원해진다.

 

시야를 남쪽으로 돌리면 앞으로 우리가 지나갈 옥포 조선소의 모습도 눈에 보이고 좌측으로는 남파랑길 20코스에서 만날 능포 일대도 눈에 들어온다.

 

강망산 봉수대를 지나면 덕포 해수욕장을 향해서 내리막 길을 걷는다. 날은 춥지만 따뜻한 햇살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산을 내려가는 길, 산 아래로는 덕포 터널을 빠져나온 거가대로가 강망산을 벗어나 송정리로 향하고 해안 쪽으로는 덕포 해수욕장의 모래 해변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거제도의 남은 코스에도 산이 많다 보니 멧돼지 안내판에 유독 눈이 많이 간다. 그렇지만, 거제도에서 300Kg에 육박하는 대형 멧돼지가 잡혔다는 뉴스는 많지만 낮에 걷기 여행하는 사람이 피해를 보았다는 뉴스는 없으니 너무 염려할 필요는 없겠다. 

 

덕포 해수욕장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도시 지역이라 그런지 아파트가 많다.

 

덕포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에는 나무 데크도 돌계단도 아닌 건축 현장에서 사용하는 철 비계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런 등산로 입구는 처음이었다. 비가 오거나 살얼음이 있으면 상당히 미끄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내려오면 바로 해안으로 이동하지 않고 도로를 따라서 덕포 해수욕장 입구로 이동한다.

 

도로를 걷다가 덕포 해수욕장 입구에서 좌회전하여 모래 해변으로 나간다.

 

덕포 해수욕장의 잔잔한 물결과 모래 해변 위로는 짚라인도 설치되어 있었다. 완만한 해안으로 가족 해수욕에 적당한 바다다.

 

덕포는 매년 거제도 국제 펭귄 수영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기존에는 1월에 개최했는데 올해는 12월에 개최했다고 한다. 수온이 너무 차가워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수영을 하지만 먼 거리를 가는 것은 아니고 40미터를 왕복한다고 한다. 축제에 국제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거제 양대 조선소의 외국인 근로자 수백 명이 자리를 함께하기 때문이다.

 

남파랑길은 덕포 해수욕장 우측 끝에 있는 짚라인 정류장 뒤쪽으로 이어진다. 해수욕장 벤치에 앉아 넉넉한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짚라인 정류장 뒤쪽으로 이동하여 덕포천을 건너면 동산 아랫자락의 숲길을 통해서 거제 옥포 대첩 기념 공원 방향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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