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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산 둘레길을 걸어 나오면 남파랑길은 두모 마을 거쳐서 두모 몽돌 해변에 닿는다. 두모 몽돌 해변에 이어서 해안길을 걸으면 대금 마을과 매미성이 있는 복항 마을을 지난다.

 

관포리의 신봉산 둘레길을 돌아가는 길 이곳에도 푸릇푸릇한 대나무가 튼실하다.

 

땅이 기름져서 그럴까? 이곳의 대나무는 푸르다 못해 시퍼렇다. 철철 넘치는 생명력에 누가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와우! 하는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다.

 

임도 중간에 있는 넓은 공터에 앉아 점심 도시락을 챙겨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길을 이어간다. 고현 터미널 인근 밥상이라는 집에서 이틀 연속 김밥을 구매해서 먹는데 질리지 않고 맛도 좋았다.

해변으로 나가는 갈림길이 나오는데 남파랑길은 산 아래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우측길로 간다.

 

계곡 사이로 섬도, 육지도 없는 뻥 뚫린 수평선이 보이기도 하고, 조금 더 걸으니 수평선 옆으로 동쪽으로 부산 가덕도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길이 남쪽으로 좀 더 내려가니 북동쪽 방향으로 나무 사이로 거가대교도 보인다.

 

길은 숲길을 나와 햇빛 가득한 공동묘지를 가로질러 간다. 앞산 너머로 두모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름 모를 묘지들 너머 바다에는 이물도, 학섬이라고도 불리는 이수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방리에 속하는 섬으로 작은 섬인데도 주민이 1백여 명으로 대부분 민박이나 펜션을 운영한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수도의 여러 숙소들은 모두 동일한 가격으로 손님을 받는다고 한다.

 

가다 보면 또 다른 갈림길이 나오는데 특이하게 바닥에 남파랑길 표식을 붙여 놓았다. 우측 길로 진행한다.

 

햇살이 들어와 더욱 가을가을하는 숲길을 지나면 두모 마을의 해안 풍경이 우리를 반긴다. 해변으로는 펜션과 풀빌라들이 즐비하다.

 

길은 두모 마을을 거쳐서 해안으로 이어진다.

 

마을길 이름에 두모실이 들어가 있는데 우리가 걸어온 신봉산 자락의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라고 두모실이라 불렀다고 한다. 마을길에서 바로 해안으로 나가면 좋겠지만 공사 중이라 큰길로 우회하여 해안으로 나간다.

 

해안으로 나오니 멀리 저도를 거쳐 가덕도로 이어지는 거가 대교가 한눈에 들어온다. 거가 대교와 해저 터널만을 보기 위해서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것은 분명하다.

 

맑은 날씨에 만난 두모 몽돌 해변의 풍경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동해안의 몽돌 해변처럼 파도가 몰려왔다가 나가면서 들리는 몽돌 소리가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바다가 잔잔하니 몽돌 소리를 듣기는 만무한 상황이다.

 

몽돌 해안 벤치에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며 한참을 쉬었다. 좌측으로는 거가대교 전경이, 우측으로는 앞으로 지나갈 대금 마을 전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다니 겨울 걷기 여행을 떠난 보람이 있었다.

 

깔끔하게 정비된 해안 산책로를 따라 길을 이어간다.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게 해 주었던 두모 몽돌 해변에 대한 아쉬움에 한 번 더 뒤돌아보게 된다. 다시 찾아오고 싶은 곳이었다.

 

대금 마을 포구에 닿으니 몽돌은 간데없고 뻘밭 해안에서 갈매기들만 휴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옆지기가 볼일이 너무 급하다는 것이다. 공중 화장실을 찾을 수 없어서 아무 카페나 들어갈까도 생각했다. 이리저리 헤매다가 동네 할머님께 여기 혹시 공중 화장실이 있는지 여쭈어 보니 손으로 부두 쪽을 가리키면서 저렇게 가까이에 있는 것을 왜 못 찾냐는 눈치시다. 연속해서 꽁꽁 잠긴 화장실들을 만난 까닭일까? 우리는 근처까지 갔었는데 화장실인지 알지 못했었다. 아무튼 할머님 덕택에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길을 이어간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다.

 

대금 마을의 이름은 우리가 앞으로 오를 대금산(大錦山)에서 온 이름이다. 대금 마을을 빠져나오면 좌회전하여 옥포 대첩로 도로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옥포 대첩로는 장목항에서 옥포까지 남북으로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이다. 앞으로 남파랑길을 이어 걸으며 자주 만날 도로이기도 하다.

 

매미성이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이 있었는데 복항 마을을 지나다 보니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2003년 당시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를 입혔던 태풍 매미에서 그 유래가 있었다. 지자체나 기관에서 만든 것도, 역사적 기념물도 아니고 태풍 피해를 입은 농민이 바닷가 바위 위에 혼자서 돌과 시멘트로 옹벽을 쌓아 올렸는데, 단순한 옹벽이 아니라 중세 유럽의 성벽을 연상시킬 정도로 나름의 모양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이곳에서 옆지기는 호떡 군것질을 하느라 신나 했었다.

 

매미성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주말을 맞아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대금 마을 인근부터 주차 전쟁을 방불케 했다. 매미성과 함께 시방리에서 출발하는 이수도 관광지까지 있으니 사람들이 몰려들고 사람들이 몰리니 카페와 펜션이 들어선 형국이다. 많은 인파를 뚫고 우리는 도로를 따라 우리의 갈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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