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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은 낙동강 하구에 있는 부산 두 가지 명물을 차례로 지난다. 몰운대를 한 바퀴 돌아 다대포 해수욕장을 지난다.

 

안개와 구름 속에 빠진 곳이란 몰운대는 태종대, 해운대와 함께 부산의 3대(臺)로 유명하지만 같은 이름의 명소가 강원도 정선에도 있다. 강원도 정선은 소금강 계곡과 화강암 절벽이 어우러지는 절경이고 이곳은 남해와 낙동강이 만나는 곳의 절경이다. 남파랑길은 몰운대 입구에서 바로 몰운대로 가지 않고 좌측으로 꺾어져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산책로로 반도를 한 바퀴 돈다.

 

몰운대 입구에서 해안 산책길로 내려가는 길 초입부터 울창한 숲이 주민들에게도 타지 사람에게도 훌륭한 휴식처를 제공한다.

 

몰운대 해안 산책길은 바로 아래로 몰운대로 들어오지 않고 해안선으로만 붙어서 가는 또 다른 산책길과 나란히 간다. 바로 옆인데도 바다와 걷는 느낌과 숲길을 걷는 느낌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몰운대는 관리는 부산시 사하구에서 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인 소유인 모양이다. 지자체에서 토지를 구입하려고 했었던 적도 있는 모양인데, 땅을 팔지 않는지 사지 못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런 곳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중간에 있는 체육 시설을 지나 계속 남쪽으로 길을 이어간다. 숲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빛이 감미롭다. 해안을 따라 직진하면 화손대까지 갈 수 있지만 남파랑길은 화손대로는 가지 않고 우회전하여 몰운대로 향한다.

 

가족 단위로 친구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이들은 걸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그저 스마트폰에서 들리는 음악과 동행하며 아무 생각 없이 걷기만 하는 필자와 같은 이도 있다.

 

몰운대 남쪽 끝자락을 따라 걷다 보면 몰운대 앞바다의 무인도들이 시야를 밝혀준다. 좌측은 고래섬이라고도 불리는 모자섬이다. 

 

이제 몰운대의 끝자락에 도착했다. 전망대는 옛 군 초소를 전망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 남파랑길은 관리사무소 방향으로 이동한다.

 

관리사무소를 지나서 만난 다대진 동헌. 몰운대에 다대진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다대초등학교에 있었던 것을 이전 복원한 것이라 한다. 고려 당시부터 왜구를 막기 위한 군사 요충지 역할을 했던 다대포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다대진 동헌을 지나서 큰길을 걸어 내려가면 몰운대 입구가 나오지만 남파랑길은 몰운대 입구로 가지 않고 중간에 낙조 전망대 방면 숲길로 들어간다.

 

좁은 숲길이지만 노랑, 파랑 남파랑길 리본이 좋은 길잡이를 해주고 있다.

 

숲길을 얼마나 걸었을까? 숲 너머로 다대포 해수욕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몰운대 숲에서 다대포 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 경사가 조금 있다고 누군가 임시로 안전 가이드를 해놓았는데 재료가 앵글이다. 지금껏 여러 곳을 다녀 보았지만 앵글로 길을 만들어 놓은 곳은 처음 본다. 엉성 하지만 정성에 미소를 짓는다.

 

뭉게뭉게 흰 구름 아래 카이트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과 넓은 백사장 풍경에 와! 하는 탄성이 나온다.

 

해수욕장 뒤로는 다대포 해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남파랑길은 안쪽 공원길을 따라서 올라간다. 북쪽으로는 넓은 습지가 조성되어 있고 이곳 남쪽으로 물이 나가는 구조이다. 해수욕장이 수로를 사이에 두고 섬처럼 위치하는 모양새다.

 

공원이 조성된 다음부터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고 한다. 부산 지하철 1호선 종점이 바로 다대포 해수욕장 역이다. 공원 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햇빛이 잘 드는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어 간다. 벤치 앉아서 쉬다 보니 산책 나오신 할머니들의 수다가 귓전을 울린다. 서로의 건강을 위한 건강 보조제 이야기, 운동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젊은 어르신이 많은 고령화 사회에서 나의 미래는 어떨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화조풍월(花鳥風月)이라는 이름의 인터렉티브 아트 조형물이다. 사하구의 상징인 고니를 형상화한 작품으로 낮에는 단순한 조형물에 불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밤이면 동작 감응 센서와 영상 장비가 있어 바닥에 영상을 투여하면서 사람의 동작에 따른 영상의 변화를 보여 준다고 한다. 거대한 낙조 분수와 함께 이곳의 흥미로운 시설물의 하나다.

 

잘 정비한 공원과 다대포 해수욕장의 넓은 백사장도 일품이지만 공원 북쪽의 습지 또한 이곳의 대표적인 볼거리이다.

 

공원을 지나 뒤 돌아보니 이곳이 예전에는 생활하수로 악취가 풍기던 곳이라는 것이 상상이 가질 않는다.

 

푸른 하늘과 흰구름, 가을색을 입은 갈대밭, 파도와 하늘을 가르는 카이트 보드까지, 탁 트인 시야와 함께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었던 경치를 누린다.

 

남파랑길은 습지 위로 이어진 데크길을 걷는다. 이 또한 추천할만한 훌륭한 길이었다.

 

갯벌에 구멍을 뚫고 사는 게들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앞에 두고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대포 해수욕장 북쪽 습지에서 바라본 몰운대 방향의 풍경이다.

 

바닷물이 맞는지 수로에는 함초들도 자라고 있다.

 

6백여 미터 이어진 고우니 생태길의 끝자락에서 만난 풍경. 낙동강을 타고 내려온 고운 모래사장과 서서히 내려가는 오후의 태양이 빚어내는 하늘 풍경, 남해의 반짝이는 바다가 한 폭의 그림이다.

 

하늘에는 김해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소리로 그 존재감을 나타낸다. 데크길의 끝은 노을정 휴게소에서 끝이 나고 낙동강 줄기를 따라 올라가는 다대로를 따라 걷다가 우리는 아미산을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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