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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 사거리를 출발한 남파랑길 4코스는 부산 화력 발전소를 한 바퀴 돌아 감천항 중앙 부두를 지난다. 구평동에 들어서면 도로에서 벗어나 산길을 통해서 다대동으로 들어가게 된다.

 

남파랑길 4코스는 부산 복합 화력 발전소 앞에서 시작한다. LNG를 연료로 하는 발전소로 부산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절반 이상을 공급한다고 한다.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재를 쌓아두는 곳을 회사장이라고 부르는데 이곳은 원래 회사장이었다고 한다. 복합 화력 발전은 석탄 발전에 비해 이산화탄소는 절반 정도 배출하고 분진과 황산화물 배출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재생 에너지 발전에 미칠 수준은 아니다. 

 

감천 사거리에서 감천 문화 마을이 보일까 싶었는데, 근처 천마산 자락 언덕배기에 자리한 집들만 보이고 감천 문화 마을은 보이지 않는다. 사거리에서는 보이지 않고 아미산 방향으로 좀 더 들어가야 볼 수 있다. 매년 봄이면 감천 문화 마을 골목 축제를 한다.

 

발전소에서 만든 감천 나누리 파크를 지나 길을 이어간다.

 

LNG 발전도 굴뚝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하긴 천연가스(LNG)도 화석 연료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이 발전소는 1960년대에는 무연탄과 중유를 사용하다가 2004년 LNG를 사용하는 발전소로 바뀌었다. 우리나라를 산유국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동해 가스전은 2021년 생산이 끝났다고 하니 100%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연료가 LNG이다. 높다란 발전소 담장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담쟁이가 담을 넘었던 모양인데 이곳 담쟁이들은 싹둑싹둑 가지가 잘렸다. 아무래도 담쟁이가 벽을 넘으면 담장 곳곳에 배치된 CCTV의 시야를 방해하는 등 보안상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덕분에 담쟁이 줄기가 얼마나 굵고 튼튼하며, 어떻게 벽을 타고 올라가는지 그 흔적도 볼 수 있었다.

 

도로변을 걷지만 담쟁이와 은행나무 사이를 걸으니 수준 있는 산책길 같다. 담장 너머로 "빗물 저장 탱크"라고 적힌 커다란 물탱크가 보이는데 이 발전소는 특이하게도 발전에 필요한 물로 빗물을 활용한다고 한다. 평상시에 물탱크에 빗물을 모아서 발전에 재활용하는 것이다. 돈으로 따지면 크지 않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사소한 노력들이 모여 환경을 지키는 것이 아니겠나 싶다.

 

발전소를 지나면 감천 중앙 부두 쪽으로 들어가 부두 옆길을 걷는다.

 

발전소는 높은 벽돌 담장이더만 이곳은 높은 철망 담장이다.

 

철망 담장 안쪽으로 정박해 있는 배 앞에는 러시아 글자가 적혀있고, 배 뒤에는 러시아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다양한 국적의 배가 오고 가는 곳이니 기본적인 보안은 중요한 사항일 것이다. 

 

중앙부두 옆으로는 차례로 Y.K부두, 감천 5 부두, 감천 6 부두, 감천 7 부두, 다대부두가 이어진다. 배를 수리하는 조선소도 있고 목재, 철재, 고철 등을 취급한다.

 

이번에는 담쟁이 담벼락도 아니고 철망 아니다. 그냥 단단하게 세워진 차단막을 지나 길을 이어간다. 감천 5 부두 쪽에는 엄청난 양의 고철이 쌓여 있기 때문에 튼튼한 차단막의 존재가 안전할 듯싶다. 이제 사하구 감천동에서 구평동으로 진입한다.

 

엄청난 고철 더미의 용도가 궁금했는데 바로 옆에 제철소가 있었다. 포항, 당진, 인천, 광양 등에 제철소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부산에 제철소가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철근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인데 2024년까지 충남 당진으로 본사와 공장을 모두 옮겨갈 예정이라고 한다. 나중에 들어온 아파트 단지에서 제기하는 민원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고 한다. 제철소 바로 옆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있는 그림은 처음이었다. 제철소 입장에서는 아파트 단지에 나중에 들어온 것이니 억울한 점도 있을 듯하다.

 

구평동에 있는 회화나무 보호수 앞에서 도로를 건넌다. 감천항로 큰 도로가 지나는 곳인데 마을의 보호수를 없애지 않고 보존하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도로 중앙이라 나무가 힘들어 보이기는 했지만 보존한다는 것이 어디인가? 160년 된 회화나무 옆에 작은 사당도 있는데 마을에서는 매년 음력 10월에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구평동 버스 정류장에서 우회전하여 산길로 들어서기 시작한다.

 

두송로 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고개 끝에서 감천항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멀리 감천항 방파제가 보일 정도로 탁 트인 시야로 감천항 전경을 바라보면서 산자락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포장 길이 끝나는 지점에 갈맷길 길안내가 세워져 있는데 그 옆에서 사하구에서 세워 놓은 경고판을 또 만났다. "경사가 심하고 인적이 드물어 혼자서 탐방하기에는 위험하다"는 경고판인데 동일한 것을 조금 인적이 뜸하다 싶은 곳이면 동일한 내용의 경고판을 세워 놓은 모양이다. 포장이 되지는 않았어도 경사가 심하지는 않고 길도 넓은데, 이 정도면 부모님 잔소리 수준이다. 해파랑길, 남파랑길 대부분은 휴일 빼고는 인적이 드물다. 비포장 도로로 들어서는 지점에는 마지막 공장이 있었는데 주물 공장인 모양이었다. 한 분이 붉은 쇳물을 붓고 계셨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광경인데, 멀리서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의 쇳물을 다루는 모습을 거리가 멀지만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비포장 임도를 따라 두송 반도 전망대 방향으로 길을 계속 걷는다. 사하구에서 설치한 바람개비 조형물만이 우리를 반길 뿐 주위는 온통 조용하다.

 

길을 가다 보면 다대동에서 올라오는 산책길과 만나는 지점에 두송 반도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이 숲길은 원래 군사용 작전 도로였다고 한다. 

 

숲 너머로는 다대동의 아파트 단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파랑길은 갈림길에서 다대동으로 내려가지 않고 계속 직진한다. 이제부터는 구평동에서 다대동이다.

 

남파랑길은 갈맷길처럼 두송 반도 전망대로 가지 않는다. 야망대라 적힌 표지판을 따라 다대동으로 내려간다. 야망대는 다대포항 안쪽의 갯바위 지역으로 지금은 식당만 있고 흔적도 없는 장소지만 예전에는 해질 무렵 멸치 떼가 나타나는지를 지켜보는 장소였다고 한다. 미리 그물을 쳐 놓았다가 멸치 떼가 나타나면 그물을 당겨서 멸치를 잡았다고 한다. 숲길 입구에도 사하구의 경고판이 붙어 있다. 이곳의 길이 조금 경사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

 

다대동 숲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간다. 이곳은 온전한 숲길이다.

 

숲에서 바라본 다대동 전경. 다대동 전경의 주인은 아파트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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