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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항에 있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쉬고 진정산과 장군산 자락의 임도를 걸어 감천 사거리에서 남파랑길 3코스를 마무리한다.

 

어젯밤 불을 환하게 밝히며 밤샘 하역 작업을 하던 선박은 아침에는 조용하다. 어떤 바다에서 조업을 하다 왔을지는 모르겠지만 배에서 냉동 창고까지 10분이면 입고가 끝난다고 한다.

 

진정산 자락의 임도 입구에는 여러 숙박시설들이 몰려 있는데, 우리는 파인힐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하고 숙소 바로 앞의 남파랑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길의 시작은 오르막 임도로 시작한다. 포장된 좋은 길이라도 오르막은 힘을 요구하고 몸에서 열을 내고 머리에서 땀을 배출시킨다. 

 

남파랑길 3코스의 암남공원에서 감천항 중앙 부두까지 가는 길은 부산 갈맷길 4-1코스와 함께 간다. 

 

오르막 끝 고개에 올라서니 감천항 중앙 부두와 반대쪽 방파제까지 커다란 선박들이 정박해 있는 감천항 내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지나 완만한 길로 이어지는 산책길은 살랑살랑 가을 냄새와 함께 기분을 상긋하게 한다.

 

기분 좋게 걷기를 함께한 임도 산책로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제부터는 시내 구간의 도로 옆을 걸어야 한다. 길은 부산시 서구 암남동에서 사하구 감천동으로 넘어간다. 감천동이라 이름의 유래를 따라가 보면 "신의 마을"이란 의미로 오랜 역사가 있는 마을이다. 화력 발전소 자리에는 고인돌도 있었다고 한다.

 

남파랑길 표식과 갈맷길 표식이 나란히 이제부터는 도로를 따라 걸으라고 안내하고 있다. 거대한 냉장, 냉동 창고들이 이어진다. 이곳의 냉장, 냉동 창고들에게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재난일 것 같은데 다행스럽게도 이곳 감천항에는 부산 지역 전기의 65%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LNG 기반의 화력 발전소가 위치하고 있다. 전기가 끊어질 염려는 없을 것 같다. 

 

암남공원로 도로는 우측으로 돌아 감천로 큰길로 나가지만 갈맷길과 남파랑길은 오솔길을 통해서 바로 마을로 내려간다. 사하구에서 붙여 놓은 안내판은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한 친절함이 있었다. 길을 지나 보니  "이곳 갈맷길은 경사가 심하고 인적이 드물어 혼자 탐방하기에는 위험한 구간이므로 동반자와 함께 산책하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가 공감이 되었다.

 

사하구청의 안내처럼 마을 뒷산인 이곳의 오솔길은 좁고 가파르다.

 

마을 뒷산이라 하더라도 산행길이니 갈맷길 표식과 남파랑길 리본을 따라 천천히 길을 내려간다.

 

길이 가파르고 위험하다는 안내판의 내용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은 길바닥에 떨어진 도토리들이었다. 경사진 곳에 떨어진 도토리를 잘못 밟으면  엉덩 방아를 찧는 것은 물론 부상 위험이 있을 수도 있다.

 

산을 내려오면 남파랑길 표식을 따라서 구불구불 골목길을 빠져나간다. 세월의 깊은 흔적이 배어 있는 동네를 빠져나간다.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원양로 큰길에서 우회전하여 길을 이어간다. 길을 걷다 보면 감천 초등학교 앞에 있는 감천동 팽나무 공원을 지난다. 

 

팽나무 공원이기는 하지만 마을을 지켜준 4백 년 넘은 팽나무 곁에는 2백 년 넘은 느릅나무가 함께하고 있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지극 정성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남파랑길은 길을 건너서 높다란 담장이 둘러싸고 있는 조선소를 돌아간다. 배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조선소라고 한다. 

 

드디어 3코스의 종착지인 감천 사거리에 도착했다. 우측으로 가면 감천로를 통해서 송도로 이어지고, 직진하면 아미동이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이 사거리 아래로는 감천 지하 차도가 지나고 있다. 감천 지하 차도는 동쪽으로는 천마산 터널과 남항대교를 통해서 영도와 연결되고 서쪽으로는 을숙도 대로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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