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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시장을 빠져나오면 사람 충만한 자갈치 시장을 가로질러 거대한 냉동 창고들 뒤편으로 충무대로 도로를 따라 걷는다. 2코스에 이어서 3코스를 걷는 까닭에 암남동 숙소까지 가려면 시간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체력이 넉넉한 것도 아니므로 송도 해변을 빙 둘러 걷는 대신에 송도 케이블카를 이용하기로 했다. 이 선택이 아니었다면 캄캄한 밤중에 숲길에서 헤맬 뻔했다.

 

국제 시장에서 자갈치 시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때마침 부산 국제 영화제가 한창이라 거리에는 영화제 홍보 부스도 설치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길을 지나는 것 자체가 정신이 나갈 정도였다.

 

사람이 넘쳐나는 것은 자갈치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자갈치라는 과자도 있는데 자갈치는 갈치의 일종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곳이 자갈이 많았던 곳이라 자갈치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자갈치가 무엇인지는 알았는데 은갈치와 먹갈치는 서로 다른 종류인가? 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종류는 한 가지이지만 서식지와 조업 방법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주낙이나 채낚이로 주로 얕은 바다에 잡는 것이 은갈치, 깊은 수심에서 그물로 잡은 것은 먹갈치인 것이다. 먹갈치는 그물로 잡다 보니 비늘도 많이 벗겨지는 것이다. 서식지에 따라 먹이도 다르니 맛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걷기 여행만 아니라면 시장을 지나면서 반건조 생선을 한 아름 구입했을 것이지만 꾹 참고 길을 이어간다.

 

해안 시장을 따라 걸어왔던 남파랑길은 충무동 새벽 시장에서 우회전하여 충무대로로 나간다. 해안으로 더 진행하면 이제는 거대한 냉동 창고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충무동 새벽 시장은 밤 12시에 개장하여 새벽 2시 정도가 한창이라고 한다. 보통 자갈치 시장에서 쓰이는 채소와 야채를 도매로 판매한다.

 

길은 충무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길 좌측은 부산 남항이 위치한다. 신선대 쪽 부두는 컨테이너로 가득 차 있었다면 이곳은 연근해 어선뿐만 아니라 원양 어선까지 집결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수산물 위판장인 부산 공동 어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전국 위판량의 30%가 이곳에서 위판된다고 한다. 길 쪽으로는 거대한 냉동 창고와 가동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제주에서 처음 만났던 먼나무가 이곳에서도 가로수로 자리를 잡고 있다. 제주만큼이나 따뜻한 곳이라는 증명이다. 겨울이면 더욱 멋있는 자태를 뽐낼 것이다.

 

부산 영도구, 중구를 지나 이제는 부산 서구다. 거대한 냉동 냉장창고를 지나 송도 입구에 자리한 거대한 마천루 아파트를 보면서 걷는다.

 

길은 충무대로를 벗어나 해안 방향으로 들어가 등대로 해안길을 걷는다. 해안길에서 바라본 남부민동은 3백여 미터의 천마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남파랑길은 송도 해상 케이블카 앞 해안을 돌아서 송도 해수욕장으로 들어간다. 등대 너머 멀리 묘박지에 떠있는 배들이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해가 뉘엿뉘엿 진고 있는 시각, 송도 해수욕장을 돌아 건너편 암남동 감천항에 있는 숙소까지 가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3 Km가 조금 넘는 거리를 단축하고 체력을 아낄 수 있는 방법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를 건너가기로 했다.

 

부산 갈매기와 케이블카 모양을 한 기념품을 받고 케이블카에 오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 비싼 유리 바닥 케이블카보다는 일반형을 선택하고 있었다.

 

드디어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 위로 나선다. 송도 케이블카 승차장 바로 앞에는 송도 거북섬이 있는데 거북섬 양쪽으로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케이블카에서 바라본 송도 해수욕장의 풍경과 선박 주차장인 묘박지의 배들이 감성을 더해준다. 외국인 커플과 국내 중년 부부 우리 부부 모두 여섯 명이 함께 탔는데 모두들 엉덩이를 들썩이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사이 짧지만 잠시 앉아서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중간에 있는 교각을 지날 때면 덜컹거리며 잠시 긴장감이 들기는 하지만 이내 앞뒤 좌우로 들어오는 주변 풍경을 감상하느라 바다 위를 날아가는 긴장감이 자리할 시간은 없었다.

 

우리가 케이블카를 탔던 방면의 풍경이다. 송도 해수욕장과 남항 대교도 안녕이다.

 

아래로 송도 어항부터 해안 절벽으로 조성된 데크길이 보인다. 절벽 위로 아슬아슬한 산책로가 멋있기는 하지만 남파랑길은 저 길로 가지 않고 송도 어항에서 긴 계단을 올라 암남 공원로 도로를 따라서 걸어 송도 스카이 파크로 들어온다.

 

이제 케이블카로 금방 바다를 건너서 반대편에 도착했다. 스카이 파크 아래로는 넓은 암남공원 주차장이 있는데 아무래도 매립으로 조성한 공간으로 보였다. 이곳도 낚시하는 분들의 인기 장소라고 한다. 수심이 4~5미터에 직벽이니 주차장 앞쪽이 모두 낚시터나 마찬가지다. 매점과 화장실도 있으니 낚시꾼의 최고의 포인트이지 않나 싶다. 부산에 한 달 살기 한다면 이곳에 출근 도장 찍을 것 같다. 왼쪽으로 보이는 작은 섬은 이름이 동섬인데 육지에서 섬으로 송도 용궁 구름다리라는 1백여 미터의 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케이블카 아래로 절벽을 따라 이어진 데크길을 살펴보니 중간중간에 끊어진 구간들이 있었다. 일반적인 데크 산책길이 아니라 절벽에 붙은 잔교 수준으로 아찔해 보인다. 그렇지만 길이 망가지고 위험하니 남파랑길도 이길로 가지 않고 도로를 걷도록 한 모양이다.

 

드디어 반대편 송도 스카이 파크, 암남 공원에 도착했다. 해가 지고 있는 시각, 구름 가득한 하늘은 분위기를 가을 가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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