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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케이블카를 타고 도착한 송도 스카이 파크에서 암남공원 숲길을 걸어 감천항으로 나간다. 늦은 시간 숲길 걷기는 정말 아슬아슬했다. 케이블카를 타지 않았다면? 하는 질문을 던지면 정말 잘 탔다 싶다.

 

케이블카를 나와서 발을 디딘 공원은 초저녁 놀이 공원에 들어온 느낌이다.

 

머리를 움직이는 공룡도 방문객들을 반겨준다. 티라노사우루스 목에 치료중이라는 밴드를 감아 놓은 것이 재미있다.

 

암남 공원 숲길은 여러 갈래로 준비되어 있지만 남파랑길은 스카이 파크에서 시작하여 송도 반도 끝의 두도 전망대까지 가서 길을 돌아 공원 후문으로 빠져나간다. 암남동의 암남이란 이름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바위 남쪽이라는 의미인데 아미산 남쪽이란 의미라고 추정한다는 말이 있다. 

 

깔끔한 산책길을 따라 일단 두도 전망대 방향으로 이동한다.

 

가는 길에는 부산 비엔날레에 출품되었던 수준 높은 조각 작품들을 만날 수도 있다. 위의 그림은 이영춘 작가의 2001년 작품인 "잃어버린 시간"으로 현재의 문명, 문화, 시간에 대한 생각을 말로 비유해서 표현했다고 한다.

 

데이비드 에비슨(영국)의 "은은한 선, Silken Tread"이란 작품. 투박한 강철의 직선과 부드러운 곡선의 조화가 아름답다.

 

알그리다스 보사스(리투아니아, 2002)의 "천국의 열쇠"라는 작품. 같은 이름의 영화, 소설, 수필도 있지만 천국의 열쇠는 인류의 베스트셀러인 성경에 등장하는데 베드로가 열쇠를 가진 자로 등장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천국의 열쇠라는 교과서적인 대답이 있지만 이것에 대한 각 사람의 생각에 따라 삶은 하늘과 땅의 차이를 보인다. 단순한 조각 작품이지만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중간중간에 여러 전망대와 쉼터가 있지만 우리는 계속 두도 전망대를 향해 이동한다. 

 

암남 공원 산책로 걷기는 의외로 오르락내리락 산길을 걸어가야 했다.

 

공원 외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와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면 이름하여 사랑 계단을 지난다. 나들이 나온 사람들에게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도록 해주는 공간이다. 사랑 계단 아래 우측의 길은 암남 공원 후문으로 나가는 길이다. 두도 전망대를 한 바퀴 돌아 나오면 길은 사랑 계단 우측 길로 나간다.

 

송도 앞바다 묘박지에 나란히 정박해 있는 선박들도 하나 둘 불을 켜기 시작했다.

 

나무 밑동에서 세 갈래로 갈라져 올라간 허그 나무 아래서 한컷 남기고 두도 전망대로 향한다.

 

드디어 송도 반도 끝의 두도 전망대에 도착했다. 두도의 두자는 머리 두자인데 이름의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다. 퇴적암 바위로 이루어진 무인도로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예전에 연결 통로가 있었던 모양이다. 부산 서구에서는 두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출렁다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두도의 퇴적암 층에서는 공룡알 화석이 대량으로 나왔다고 한다.

 

전망대 우측으로는 감천항의 거대한 방파제 사이로 큰 배 한 척이 항구로 유유히 들어가고 있다. 감천항은 부산항의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부산 북항의 보조항으로 시작했는데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20여 년에 걸쳐 감천만 전체가 큰 배가 접안할 수 있는 항구로 변모했다. 암남동이 있는 감천항 동편 부두는 수산물 시장과 거대한 냉장, 냉동 창고들이 즐비하고 중앙 부두와 건너편 제1 부두에서 제7 부두는 철강, 조선, 고철 등 다양한 품목을 취급한다. 남파랑길은 감천만을 한 바퀴 돌아 건너편 다대포로 넘어간다.

 

두도 전망대를 돌아서 이제는 암남 공원 후문을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어두컴컴해진 산책로를 걸을수록 긴장감이 점점 더해진다.

 

송도 반도 끝자락에서 바라본 암남 공원 동쪽의 모습. 민낯이 드러난 해안 절벽의 퇴적층과 함께 스카이 파트 앞에 있는 동섬을 연결하고 있는 송도 용궁 구름다리가 불을 밝히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그 뒤로는 영도의 아파트 불빛도 감성을 자극한다.

 

두도 전망대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만난 사랑 계단. 이번에는 계단으로 가지 않고 계단 옆으로 이어진 오솔길을 통해서 공원 후문을 향해 걷는다. 점점 더 길이 잘 보이지 않기 시작한다. 조명이 없는 구간인데 플래시도 없어서 오로지 야간 시력에 의지해서 길을 이어간다.

 

캄캄한 산책로에서 만날 수 있는 불빛이라고는 감천항 부두의 불빛뿐이다.

 

어둠 속에서도 감천항 수산물 시장으로 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시장으로 연결되는 길로 내려가도 큰길이 나오므로 원래 코스로 갈 수 있지만 인근에 공원 후문이 있으므로 우리는 그대로 길을 이어간다.

 

드디어 긴 어둠 끝에 가로등을 만났다. 불빛이 얼마나 반가운지, 공원 후문에 거의 다 도착한 것이다. 화장실도 풍차가 달린 럭셔리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ㅎㅎ

 

해도 지고 캄캄한 가운데 공원 후문을 통과했지만, 케이블카로 경로를 단축시키지 않았다면 이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늘은 정말 쫄깃쫄깃한 여정이었다. 공원 후문을 나오면 수산 가공 선진화 단지에서 감천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원양로 도로를 따라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원양로라는 도로 이름답게 이곳은 원양 어선들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항구에, 원양 어선을 수리해주는 조선소에, 국내 최대라는 부산 공동 어시장의 3배 규모라는 국제 수산물 도매 시장, 그리고 원료를 보관하는 거대한 냉장, 냉동 창고와 수산 가공 선진화 단지까지 수산업의 모든 것이 집약된 곳이다. 아무튼 원양로와 암남공원로가 만나는 지점 인근 식당에서 동태탕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먹어보니 내 입맛에는 동태탕은 집에서 끓여 먹는 것이 맛도 양도 최고가 아닌가 싶다.

 

내일을 기약하면 오늘 밤은 언덕길에 있는 파인힐 모텔에서 휴식을 취한다. 숙소 창문에서 바라본 감천항 동편 부두의 모습이다. 커다란 원양 어선에서 밤샘 하역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거대한 냉장, 냉동 창고의 모습조차 불빛에 감성을 흘리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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