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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여울 마을을 지나 남항 대교 아래로 방파제를 따라 걷는다. 길은 깡깡이 마을을 거쳐 영도 대교 입구에서 남파랑길 2코스를 마무리한다.

 

부산의 산토리니 흰여울 마을을 뒤로하고 남항대교 아래로 걷는다.

 

거대한 테트라포드로 삭막했을 공간인데 그 위로 시민들을 위한 산책로를 조성해 놓았다. 다리 아래에서는 주민들이 낚시 삼매경이었다. 어떤 분은 잡은 물고기를 회치고 있기도 하고 ㅎㅎ 한편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

 

남항대교는 영도와 송도를 이어주는 다리로 영도구 영선동과 서구 암남동을 이어준다. 다리 건너편에는 마천루 아파트가 도시의 멋을 더해준다. 때마침 남항 대교를 지나고 있는 배는 일명 자갈치 크루즈라는 유람선이다. 자갈치 시장에서 출발하여 암남 공원과 태종대를 거쳐 다시 자갈치 시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가지고 있다.

 

해안길을 따라 남항 동방파제 등대가 있는 끝까지 내려왔는데 아뿔싸 남항동으로 나가는 길을 막아 놓았다. 철책 너머로 남파랑길 표식이 보이지만 무거운 발을 이끌고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가 중간에서 길을 돌아가야 했다. ㅠㅠ

 

저질 체력을 돌아가게 만들다니...... 쇠사슬로 꽁꽁 묶어놓은 철책문이 야속하다.

 

벽면으로 흐르는 붉은 녹이 조선소 지대에 들어서고 있음을 알려준다. 가는 길에는 부산항 국제 선용품 유통센터를 지나는데 선용품은 다양한 선박 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물품을 일컫는 것으로 식품이나 의류와 같은 일상용품부터 기계류, 유류 등 그 종류가 아주 많다고 한다.

 

배들이 차곡차곡 붙어 있는 포구를 지나 좌회전하면 깡깡이 예술 마을로 들어간다.

 

깡깡이 마을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기름 냄새 물씬 풍기는 거리를 지난다. 

 

깡깡이 마을 공작소는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목조 주택을 리모델링한 체험 공간이라고 한다. 이제 크레인이 등장하면서 큰 배들을 다루는 조선소들을 만난다.

 

초대형 선박은 아니지만 상당한 규모의 배들이 수리를 받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이런 큰 배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니 깡깡이 마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조선소 벽면에는 배의 구조와 배수리 과정을 한눈에 보여주고 있는 그림이 있었다. 배를 육지로 올리는 상가부터 세척과 도장 후 아연판 붙이기까지 배를 정비하는 것이 간단한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하여 깡깡이 예술 마을 거리 박물관이다. 멋있는 건물은 없지만 역사와 관련 정보를 만날 수 있으니 거리 박물관 맞다. 일제 강점기 발동기가 달린 목선을 우리나라 처음으로 만들기 시작한 다나카 조선소가 이곳에 세워졌고 이후로 인근에 60여 개의 조선소가 들어섰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22년 상반기 기준으로 세계 1위의 조선 수주량을 기록했다.

 

정비를 받기 위해 육지에 올려진 다양한 선박과 깡깡이 안내센터 앞을 지나 영도 대교를 향해서 길을 돌아간다.

 

영도 대교를 향해서 가는 길 아파트 단지 바로 앞으로 항구가 있는 풍경도 독특하다.

 

드디어 영도 대교 입구에 도착했다. 우리 민족에게 한국 전쟁이라는 비극이 없었다면 영도 다리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기억에 깊이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영도 다리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남기고 가족과 헤어진 수많은 피난민의 사연들, 오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영도 다리 주변에서 정착했던 피난민들, 슬픈 우리네 역사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다리 입구에는 옛 영도의 모습이 입체 그림으로 재현해 놓았고 현인 노래비도 있었다. 현인의 "굳세어라 금순아"는 "바람찬 흥남부두에"하는 가사는 익숙했지만 영도 다리와 무슨 관련이 있다 싶었는데 2절을 보니 영도 다리가 나온다.

1.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로 가고 길을 잃고 헤매 였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이후 나 홀로 왔다

2. 일가친척 없는 몸이 지금은 무엇을 하나
이 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금순아 보고 싶구나 고향봄도 그리워지는데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큰 버스가 지날 때면 흔들흔들하는 영도 대교를 걸어서 건넌다. 영도대교 도개 시간이 오후 2시인데 시간이 늦어서 도개 장면을 보지는 못했다. 이제 영도를 뒤로하고 도심으로 들어간다.

 

영도 대교에서 바라본 자갈치 시장 방면의 모습이다. 다리에서 자갈치 시장으로 가는 길에는 유라리 광장이라는 이름의 공간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남기고 있다. 유라시아 인들이 모여 함께 즐기는 공간이라는 의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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