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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피해로 해안 산책로를 제대로 걷지 못하지만 남파랑길은 중리 바닷가에서 절영 해안 산책로 입구까지 절영로 도로를 따라서 해안가를 걷는다.

 

중리 해변에서 처음 마주한 것은 중리 맛집 거리라는 커다란 표시판과 영도 해녀 문화 전시관이다. 맛집 거리는 아파트 단지를 지나 바닷가로 내려오면서 만난 여러 식당을 가리키는 것으로 우리도 여기서 제육볶음과 김치찌개 정식으로 푸짐한 점식식사를 했다. 도시락을 챙기지 않는 걷기 여행이라면 이곳이 선택의 여지가 많으니 추천할만하다. 영도 해녀 문화 전시관은 1층은 해녀들의 수산물 판매장으로 2층은 전시관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전시관 방향의 산책로를 통하면 감지 해변 산책로를 거쳐 태종대 입구로 바로 갈 수도 있다.

 

섬 반대편에서는 일출 전망대가 있지만 이곳은 일몰과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다. 중리는 조선 후기 수군 진영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절영도진이다.

 

멋모르고 들어간 해안 산책로는 아기자기하게 잘 조성되어 있었지만 일정 구간을 지나니 길인지 아닌지 아리송할 정도로 길이 망가져 있었다. 어디로 가야지? 하며 당황하던 순간 그제야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이 구간이 태풍 피해를 입었다는 공지를 본 것이 생각났다.

 

아니나 다를까 근처에는 출입통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중간 계단을 따라 절영로 도로로 올라가 길을 이어간다.

 

절영로를 따라 걷다가 만난 85 광장. 조금 더 지나면 75 광장도 있는데 처음에는 이름에 무슨 사연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1985년에 만들어져서 85 광장, 1975년에 만들어서 75 광장이었다. 김 빠지는 사연이지만 전망만큼은 좋은 곳이다.

 

부산 영도와 송도 해수욕장이 있는 부산 서구 사이 앞바다는 부산항의 묘박지이다. 육지로 말하면 주차장에 해당하는 곳인데 부두에 들어가기 전에 닻을 내리고 대기하거나 급유를 받는 장소이다. 일본이나 제주로 가는 배가 다니는 항로에서 벗어난 곳으로 백 여척이 머무를 수 있다고 한다. 작은 배는 가까운 곳에 큰 배는 먼 곳에 정박한다. 바다 위에 나란히 떠 있는 배들을 보는 풍경도 나름 독특한 경험이다.

 

75 광장에서 바라본 중리 해변과 중리산의 풍경이다. 75 광장에서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커다락 누각도 마련되어 있다.

 

봉래산 둘레길 표지판에 계속 등장했던 말 그림이 이제는 절영교 다리에도 나타났다. 영도가 과거 말 키우던 곳이라는 점을 제대로 표현하고 있다. 75 광장 길 건너편으로는 목장원이라는 큰 건물이 있었는데 이름도 그렇고 말과 관련한 무슨 전시관인가? 하는 추측을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고깃집이었다. 소 목장을 하시던 분이 고깃집을 열었고 고깃집을 연지 30여 년만에 대형 외식 업체로 성장했다고 한다.

 

길은 하늘 전망대로 이어진다. 부산 시티투어 버스 그린라인도 이곳과 중리 마을을 거쳐 태종대로 간다. 이곳도 75 광장, 85 광장도 태풍 피해 때문에 해안으로 내려가는 길을 막아 놓았다.

 

묘박지에 떠있는 배들과 바다 건너편, 오늘 우리가 가야 할 남파랑길 3코스의 송도 해수욕장과 암남 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다.

 

사격장이 있는 함지골 수련원 앞을 지나니 송도 앞바다가 좀 더 가까이 눈에 들어온다.

 

해안 산책로를 가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절영로 옆 데크길을 걸으며 그 아쉬움을 달랜다. 데크길에는 영도의 지형을 소재로 한 특이한 벤치도 설치되어 있었다. 봉래산을 중심으로 중리산과 태종산, 그리고 조도의 아치산의 존재를 단순한 조형물로 제대로 표현했다.

 

흰여울 문화 마을에 도착하니 다양한 조형물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의 인파가 우리를 맞이 한다. 영도의 대표적인 명소인 만큼 주말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로 부딪히지 않고 길을 지나기가 어려울 정도다. 흰여울이라는 이름은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봉래산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거친 물살을 지칭한 것이라 한다.

 

길 아래쪽 절영 해안 산책로를 내려다보니 배낭을 멘 상태로 저 많은 사람들을 헤치고 나가는 것이 녹록지 않아 보였다. 우리는 그냥 계속 도로를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옛 마을을 도시 재생 사업으로 아름답고 사람이 다시 찾는 마을로 만드는 것 까지는 좋은데, 오버 투어리즘, 젠트리피케이션과 같은 용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방문자와 주민이 모두 상생하는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지금은 만나기 어려운 스레트 지붕을 가진 옛집과 스레트에 우레탄을 입힌 지붕을 가진 옛집, 그리고 새롭게 단장한 집들이 어우러진 풍경을 가진 동네다.

 

곳곳에 흰여울 문화 마을 안내가 설치되어 있으니 마을을 다녀오는 것은 무리가 없다. 마을 안내 센터에는 망원경도 설치해 놓았다.

 

마을 공터에 설치된 조형물, 가게 위에 설치된 조형물, 바다와 마을 풍경까지 방문자에게 질리지 않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네다.

 

해안 산책로를 보니 아래 해안길로 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해안 산책로에서는 바다 풍경과 마을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7백여 미터에 이르는 흰여울길의 시작점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원래의 남파랑길을 따라간다. 이곳은 송도 건너편에 있는 마을이라고 이송도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흰여울 마을 입구 바닷가에는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앞바다에 떠있는 커다란 배들이 독특한 풍경을 선사하는 곳이기도 하다. 길은 아파트 단지 앞에서 좌회전하여 남항 방파제로 향한다. 절영 해안 산책로는 이곳에서 시작하여 흰여울 마을, 75 광장, 중리 해녀촌을 거쳐 감지 해변 산책로로 이어진다. 태종대까지 이어진다.

 

아파트 단지 앞을 지난 거대한 테트라포드가 방호벽을 치고 있는 남항 호안 해상 조망로로 올라간다.

 

남항 방파제 위로 올라오니 흰여울길이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의 산토리니라 부르는 것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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