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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긴 거리의 남파랑길 1코스에 이어서 2코스의 일부를 조금 더 걷는다. 부산대교를 건너 영도로 진입한 다음 하룻밤을 쉬고 봉래산 산책길로 진입한다.

 

부산역 우측에 있는 남파랑길 2코스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하여 철길을 따라서 골목길을 걸어간다. 부산역 풍물거리 포장마차에도 엑스포 유치 기원을 위한 심벌을 붙여 놓았다. 출출한 차에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기차가 긴 여정을 끝내고 쉬거나, 긴 여정을 출발하는 철길 옆을 한동안 따라 걷는다. 철길 벽과 고층 빌딩 사이의 길이라 조금은 삭막한 골목인데 오피스텔 한쪽 구석에 세워진 조각 작품이 인상적이다. 거대한 발을 소재로 했는데 발목에는 기계를 표현했다. 인체의 역동적인 모습과 첨단 기계의 조합 속에 나름 여러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철도 정비창을 지나 부산 세관이라고도 하는 부산 본부 세관이 보이면 철길은 모두 끝나고 제1 부두와 제주와 부산을 오가는 부산 연안 여객 터미널을 만날 수 있다.

 

제주로 가는 부산 연안 여객 터미널 진입로를 건너서 부산대교 방면으로 걷는다. 연안 여객 터미널은 이곳 부산항 제1 부두에 위치하지만 일본의 후쿠오카, 시모노세키, 오사카, 대마도로 가는 국제 여객 터미널은 부산역 바로 뒤의 3, 5 부두에 있다. 오사카까지 19시간 걸리는 배를 타면 대마도와 섬들 사이를 지나 오사카 중심지로 바로 갈 수 있다고 하니 흥미로운 여행 상품이기도 하다. 

 

부산 세관 벽면에는 조선 통신사 행렬도가 그려 있었다. 조선 후기 임진왜란 이후 통신사를 일본으로 보내서 명목으로는 일본의 태평성대를 축하하는 것이었지만 일본의 정세를 탐색하는 기회였다고 한다. 일본에서 조선으로는 일본 국왕사가 파견되었다. 전쟁 이후 두 나라의 우호 관계를 복원한 교류의 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식민지라는 불행한 역사를 만났으니 과연 미래의 두나라 관계는 어떻게 될지......

 

부산 세관과 부산 항만 공사 사이로는 국제 시장에서 오는 길을 부산역 뒤편의 국제 여객선 터미널과 지금 한창 건설 중인 부산 북항 마리나와 부산 오페라 하우스로 연결하는 도로가 건설 중이었다. 몇 년 후에는 이곳 풍경도 완전히 바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 대교 전체가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구간에 인도를 설치하고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이어 놓아 다리를 건너 영도로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부산 대교를 올라서 바라본 부산항의 풍경이다. 멀리 크루즈 선도 보이고 해군의 대형 수송함도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해군은 독도함과 마라도함을 운용 중에 있다. 

 

부산 대교를 넘어 영도로 진입한다. 세찬 바람에 모자를 단단히 붙들어야 하는 구간이었다. 영도와 육지를 이어주는 다리는 예전에는 일제 강점기 도개식으로 건설된 영도 다리가 유일했으나 지금은 이곳 부산 대교를 비롯하여 부산항 대교, 남항 대교까지 4개나 된다. 예전에는 영도 다리를 부산 대교라고 불렀다고 한다.

 

부산 대교에서 바라본 영도 조선소의 전경. 지금이야 명성을 잃고 매물로 나온 처지이지만 영도는 우리나라 제일의 조선소가 있던 자리이다. 근대사의 흔적이 깊이 새겨 있는 영도의 풍경을 맞이하니 다가오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오늘 저녁은 영도 초입 인근에 있는 일월 식당에서 기름에 튀겨낸 고등이 구이와 김치찌개로 맛있게 먹었다. 노부부 두 분이 하시는 크지 않은 식당이었지만 저렴한 가격에 맛난 음식으로 하루의 피곤을 보상받는 듯했다.

 

식당 인근의 지오 모텔에서 하룻밤 쉬었다가 다음 일정을 이어간다. 저렴했지만 크고 깨끗한 숙소였다.

 

부산 대교 아래에서 어제 걸었던 길을 이어서 걷는다. 부산 대교를 아래를 나와서 해양 대학교 방면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해야 한다.

 

육지와 영도를 이어주는 남항대교와 부산항 대교는 교량으로 서로 연결되어 간선도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남파랑길은 이 교량을 따라 좌회전했다가 교량 아래를 통과해서 봉래산 자락으로 진입한다.

 

교량 아래를 통과해서 달동네 자락에 새로 들어서 아파트 단지 옆으로 이어지는 봉래 언덕길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한다. 봉래동 봉래 1구역 재개발로 들어선 대단지 아파트라고 한다. 부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개발로 시간이 흐르면 옛 정취는 이제 흔적만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면 옛 정취가 남아 있는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 길 이름이 산유화길인데 길이름이 왜 산유화길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유화는 어떤 꽃의 이름이 아니라 시인 김소월의 시 제목이다. 산에서 피고 지는 꽃이란 의미이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어느 집 방범창에 달린 남파랑길 리본을 지나 봉래길 도로 잠시 따라 걷는다.

 

길은 이제 도심을 벗어나 본격적으로 숲길로 진입한다.  그 시작은 봉래골 그린 공원이다.

 

길은 공원 좌측으로 꺾어져서 봉래산 산 아래 자락을 따라서 걷는다. 산책길이 여러 갈래이므로 남파랑길 표식과 리본을 잘 찾아서 걸어야 한다. 

 

누군가가 오랫동안 쌓았을 돌탑을 지나 길을 이어간다. 영도 앞바다와 부산항이 내려다 보이는 풍경을 만난다.

 

숲 속 벤치에 앉아 영도 앞바다를 보며 멍 때리기 딱 좋은 장소다.

 

주인이 있는지 아니면 무연고 묘지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묘지들에 조화를 꽂아 놓았다. 무슨 사연과 이야기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한겨울에도 지지 않는 꽃과 함께 올 겨울도 지낼 것이다.

 

해돋이 전망대를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표지판에 말이 그려져 있다. 영도는 목도라고 부를 정도로 말 사육장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멀리 영도 해돋이 전망대가 눈에 들러오기 시작한다. 이곳은 영도구 청학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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