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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전리의 강동 초등학교를 떠난 해파랑길 37코스는 모전리 마을길을 가로질러 정감이 마을 등산로로 들어간다. 이름은 등산로라고 하지만 높지 않은 산 능선을 따라 숲 속 산책길을 걷는 길이다.

 

강동 초등학교를 지나 모전리 마을길로 들어서면 청보리밭이 우리를 반겨준다. 5월 이삭이 올라올 무렵이면 더 아름답겠지만 초봄의 푸른 보리밭도 상춘객을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해파랑길은 뙡마을 복지회관 뒤편으로 이어지는데 뙡마을 복지회관 뒤에는 작은 쉼터가 있어서 잠시 쉼터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시장기를 느끼는 옆지기를 위한 챙겨 온 도시락으로 요기도 했다. 이름도 특이한 뙡마을은 모전리를 지칭하는 것으로 모전리 일대는 예전에 늪 지역으로 띠라는 풀이 많았다고 떼 밭이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인근에는 모전리 마을 회관도 있다. 

 

쉼터 바로 앞에 있는 유럽 여행에서나 볼 법한 돌로 쌓은 건물이었다. 창고처럼 투박해 보이기도 하고, 근대 건물에서나 느껴지는 유서 깊은 분위기도 풍긴다. 그런데, 건물의 정체는 케이디 음향이라는 스피커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회사였다. 작은 회사가 20년이 넘도록 지역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좋아 보였다. 도시로 도시로만 향하는 시대 흐름과는 다르지만 전문성을 가진 회사가 지역에서 롱런하기를 바라본다.

 

모전 1리에서 정감이 마을로 이어지는 둔지길은 하얀 벚꽃이 절정이다. 와! 하는 탄성으로 길을 지난다.

 

환상적인 벚꽃 터널은 오롯이 우리 부부의 차지다. 해파랑길에서 이런 호사를 누린다.

 

벚꽃 터널이 있는 둔지길을 벗어나면 정감이 마을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정감이 마을은 "정이 많고 감이 많은 동네"라는 의미로 모전 1리, 상시동 2리, 언별 1,2리에 걸쳐 있다. 갈림길에서 좌회전하면 정감이 마을로 갈 수 있고, 감이 맛있기로 유명해서 곶감 체험, 감물 들이기 체험 등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해파랑길은 정감이 마을로 가지 않고 갈림길에서 우회전한다.

 

해파랑길이 정감이 마을로 들어가지는 않지만, 멋있게 지어진 전원주택들을 지나서 정감이 마을 등산로로 들어간다. 정감이 마을 뒤편의 산 능선을 걷는 것이다.

 

정감이 마을 등산로에 진입하기 전에 바라본 강릉 둔지 마을의 전경이다. 작은 동산이 포근하게 품고 있는 모습의 마을이 이런 곳에 살아도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솔향이 은은하게 퍼져오고, 따스한 햇살이 숲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최고의 산책길을 걷는다.

 

길은 모전리에서 언별리로 넘어간다. 언별리라는 이름이 이쁘기도 하고 독특한데 그 기원은 마을에 있는 송담 서원과 관련이 있다. 1천 미터가 넘는 만덕봉을 품고 있는 언별리의 송담 서원은 율곡 이이를 추모하기 위해 인조 때 학산리에 석천 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창건했고, 현재의 위치로는 효종 때 이전한 것이라 한다. 문제는 이 서원이 순조 때 산불로 불타 없어지자 서원에서 공부하던 상당히 많은 수의 유생들이 이곳을 떠나버렸는데 선비들이 떠나버렸다는 의미로 언별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언별 1리에 있는 송담 서원은 1904년 유림들이 복원한 것이라 한다.

 

숲 속 산책길을 걷다가 만난 쉼터. 물 한 모금 마시며 잠시 쉬어간다.

 

작은 봉우리의 이름을 시둔지봉으로 부르자는 누군가가 자신의 제안을 탁자에 붙여 놓았다. 세 마을이 교차하는 곳으로 시동 마을, 둔지 마을, 가둔지 마을의 글자를 따서 시둔지봉으로 부르자는 제안이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곳 산책로에서는 안인해변 화력발전소에서 시작하는 송전탑과 서너 번 만나게 된다.

 

소나무가 촘촘하게 들어선 산 능선을 걷는데, 숲 속 나무 모양이 특이하다. 

 

능선 남쪽과 능선 북쪽의 나무껍질이 다르다. 같은 나무인데도 남쪽은 옷을 벗었다. 신기한 풍경이었다.

 

길은 잠시 숲을 나와서 규모가 있는 태양광 발전 단지 옆을 지난다.

 

다시 숲길로 돌아오면 북쪽의 덕현리 방향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언별리를 향해서 길을 이어간다.

 

산속 숲길을 걷지만 어제 괘방산처럼 높은 산도 아니고, 널찍한 솔숲 산책길은 그저 좋을 뿐이다. 숲을 제대로 즐기는 시간이다.

 

언별 2리 마을 회관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해파랑길과 바우길은 언별 1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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