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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랑길 37코스는 바다를 등지고 내륙으로 들아가는 길이다. 강릉 바우길 7구간과 함께하는 길로 풍호연가길이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바우길 7구간에서는 거리가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강릉시 강동면에 위치한 풍호 연꽃 단지가 있어 붙인 이름이 아닌가 싶다. 안인항은 1천 미터가 넘는 봉우리인 만덕봉에서 발원한 군선강이 동해와 만나는 지점에 있는 항구인데 37코스는 군선강을 따라가며 모전리에 있는 강동 초등학교에 이른다.
안인 해변에 설치되어 있는 돛단배 모양의 조형물을 뒤로하고 해파랑길 37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포털 사이트의 지도에서는 안인항이라 표시하고 있지만 강릉시에서 말하는 이곳 어항의 정식 이름은 안인진항이다. 실제 주소도 안인진리다. 안인리도 있는데 군선강 너머 북쪽에 있는 마을이 안인리이고 강 남쪽은 안인진리이다. 조선 숙종 때까지 수군 진영이 있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안인이라는 이름은 "강릉의 동쪽이 평안하다"는 의미라고 한다.
안인진항 바로 뒤 마을길을 통해 길을 시작하면 곧바로 영동선 철로 아래를 통과하는 굴다리를 지난다.
그야말로 평안한 안인진길을 벗어나면 해안으로 이어지는 율곡로 큰길을 만나는데 이곳에 바로 우회전하여 논길을 가로지른다.
그런데, 우회전하여 논길로 들어서는데 아무 생각 없이 멀리 보며 걷다가 그만 다리를 쩍 벌리며 미끄러지고 말았다.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발목이 상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발목이라도 다쳤으면 여정 초반에 걷기는 물 건너가고 말았을 텐데 천만다행이었다. 툴툴 털고 일어나 바닥을 보니 범인은 동글동글한 비료 알갱이들이었다. 아마도 논에 뿌리려고 가다가 흘린 모양이었다. 내가 저런 비료 알갱이에게 당하다니......
논을 가로질러 군선강변에 도착하면 좌회전하여 강변길을 따라 올라간다. 강변 풍경은 강하구 바다 쪽은 1970년대 초반에 건설된 영동 화력 발전소가 있고 내륙 쪽으로는 천연가스 공급 설비의 하나인 방산탑이 강변에 우뚝 서 있다. 방산탑은 보수 정비나 비상 상황 시 배관 내의 가스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설비인데 해파랑길을 걷다 보면 제한 구역 내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가끔씩 만나게 된다. 보통은 조각 작품처럼 조형물로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왜 저런 것이 여기에 있지? 하는 의문이 들고는 했었다. 그 정체는 가스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산탑이었던 것이다. 가스 배관망은 땅속에 묻히게 되는데 전국적으로 깔린 주 배관망의 길이만 약 5천 Km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20여 개국으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데 1, 2, 3위는 카타르, 호주, 미국이라고 한다.
군선강변을 걷다 보면 한창 건설 중인 국내 최대 규모의 화력 발전소인 안인 화력 발전소가 눈에 들어온다.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 설비 배출기준으로 설계해서 1호기가 올해, 2호기가 내년에 준공한다는데, 5조 넘게 투입된 민자 발전이 석탄 발전의 새로운 모델이 될지, 아니면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한동안 강변을 걷던 해파랑길은 잠시 율곡로 큰길로 나가서 군선교 다리를 통해서 군선강을 건넌다. 커다란 발전소 공사 차량이 많이 다니는 곳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군선교를 지나며 바라본 군선강 상류의 모습. 십 년에 한 번씩 큰 물이 흘러 강이 범람하기도 한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강둑을 높게 쌓아 놓았다.
군선교를 지나면 좌회전하여 대동제방길을 걷는다. 안인리 마을 풍경을 천천히 감상하며 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길이었다.
밭 가장자리에 심은 엄나무가 순을 내고 있다. 엄나무 순은 개두릅이라고도 부르는데, 실제로 엄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한다. 엄나무의 정식 이름은 음나무이다. 닭백숙에도 엄나무를 넣지만 약용 식물이다. 엄청난 가시로 위협하지만 껍질, 뿌리, 열매 모두 약용으로 쓰이는 유용한 나무이다.
안인리 강변길을 계속 걸으면 길이 없기 때문에 안장교 다리를 통해 다시 군선강을 건너서 안인리에서 모전리로 넘어간다.
모전리 강변길에서 만난 안인보의 어도 안내판을 보면 연어, 황어, 은어가 올 수 있게 아이스하버식으로 어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보통은 계단식과 벽을 지그재그로 만드는 도벽식 어도를 많이 설치하는데 아이스하버식 어도는 물의 흐름이 고르고 중간중간에 물고기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어도라고 한다. 가끔씩 연어가 올라온 흔적이 발견되기도 한다고 한다.
해파랑길은 다시 모진 1교 다리로 군선강을 건너서 좌회전하고, 7번 국도가 지나는 다리 아래를 통과하여 우회전하여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간다.
강동 초등학교 앞에서 좌회전하여 학교 앞 길을 따라 걷는다.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유서 깊은 학교이다. 이곳도 벚꽃이 절정이다.
초등학교 한쪽으로는 박태기나무들이 이른 봄 분홍색 꽃을 피웠다.
활짝 피지 않은 꽃봉오리의 모양이 밥알을 닮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밥알을 "밥 티기"라 부르는데 이것이 박태기나무가 된 것이다. 특이한 것은 아카시 나무처럼 콩과 식물이어서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고 한다.
초등학교를 돌아서 모전리 마을길로 길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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