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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과 한식을 지나 어제가 곡우였다.


곡식에 필요한 비가 내린다는 곡우, 농사를 짓다보니 해가 갈수록 절기가 기묘하고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밀과 보리, 마늘과 양파 지금 한창 성장하고 있는 작물들에게는 꿀맛같은 비가 되고

한창 못자리를 준비하는 농부에게는 마음을 적시는 샘물이 되니 참으로 탄성이 나오는 봄비다.


서울 여의도에는 윤중로가 벚꽃 축제로 한창이라는데,

이 바람과 비에 꽃이 떨어지면 참으로들 아쉽지 않을까 모르겠다.


도회지를 떠나 농촌에 살게 되면서 처음으로 장에서 사다 심은 나무가 사과나무와 포도나무, 그리고 무화과 였다.


사과나무는 이듬해에 작지만 달콤한 사과들을 꽤 수확했고,

포도나무는 작년에 첫 열매를 딸것으로 기대했는데, 재작년 강추위에 죽고 말았다.


무화과 이놈이 사연이 있다.

심은지 1년이 지나가도록 잎이며 줄기며 영 시원치 않아서 묘목을 뽑아다가 두엄 근처에 대충 꽂아 두고 그 존재를 잃어버렸었다.

매년 여름이면 잡초와의 한바탕 전쟁이 벌어지는데,

두엄 근처 잡초 들은 그 성장 조차 구별되어 덩치들이 장난이 아니다.

잡초가 아닌 왠 나무가 크나 하면서 타 작물에도 도움이 되질 않는데 이걸 뽑아 버려야 하나 고민했었다.

어느날 장모님이 오셨을때 "이게 무슨 나무인지 아세요? "라는 질문에 답하신 장모님의 말씀 "복숭아!"

아, 우리가 장에서 무화과인줄 알고 사온것이 복숭아였고,

죽은줄 알았던 것이 두엄 근처에서 부활한 것이구나.........


복숭아의 존재를 깨달은 순간, 나무는 잡초 부류에서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앞마당 담 옆으로 자리를 옮겨주고, 벌레가 꼬이면 쫓아주고, 줄기에 난 상처는 황토로 싸매주었다.


올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웠다. 봄비와 바람에도 떨어지지 않고 튼튼한 꽃을 보여주었다.





 내게 있지만 내가 잃어버리고 있는 가치가 있는지 돌아보게하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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