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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서 경유지인 중국 청두로 가는 하늘길은 구름 한 점 없는 풍경 속에서 지상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 줍니다. 가끔씩 창밖을 구경하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에 담아온 네팔 숫자 읽기와 기본 회화를 익혀 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엑, 두이, 띤, 짤, 빠쯔, 처, 사뜨, 아트, 너우, 더스, 지천명의 나이에 바위 같은 머리에 네팔 숫자 읽기를 열심히 밀어 넣어 보지만 숫자 읽는 소리는 머리를 타고 흘러내리고, 이마에서 튕겨 나갑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하나, 둘, 셋을 가르치던 때의 기억을 소환해 봅니다. 백일을 보내고 돌을 지나 직립보행을 기적처럼 만난 다음에도 한참의 시간이 지나야 손가락을 겨우 접어가며 따라 했던 하나, 둘, 셋이 아니던가? 걸음마를 배우면서 수십, 수백 번 들었을 하나, 둘, 셋. 몸으로 귀로 눈으로 배우던 하나, 둘, 셋을 초단기 속성으로 머리에 집어 넣으려 하니 들어갈 리 만무한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비행기 창 밖으로 중국 땅 위를 돌아 다니고 있는 흰구름이 엑, 두이, 띤. 흐흐 이제 나도 네팔어를 할 수 있다고 옆지기에게 으스대 보지만 이렇게 익힌 네팔 숫자 읽기는 과연 네팔에서 써먹을 수 있을까? 어디서 처음 네팔 숫자를 접하게 될까? 버스터미널에서 티켓을 구입할 때 가격이 얼마인지, 잔돈이 얼마인지 과연 알아들을 수 있을까? 카트만두 시장에서 모모를 사 먹으며 값을 지불할 수 있을까? 지름신이 오셔서 시장 아줌마와 흥정이라도 한다면? 상상해도 짜릿해지는 광경들입니다. 두서너 마디의 현지어로 짧게나마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은 그야말로 흥분되는 일입니다. 엑, 두이, 띤, 다시 네팔 숫자 읽기를 웅얼거려 봅니다.

여행 후기이지만 네팔 시장에서도 산장에서도 네팔 현지어를 사용할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대부분 기본적인 영어를 구사하셨고 영어로 충분히 소통이 가능했습니다. 유일하게 네팔 숫자 읽기를 활용한것은 버스를 기다리면서 빵집에서 잠시 머문 적이 있었는데 주인장의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어 숫자 읽기를 보여준 것이 전부였습니다.

  

청두행 비행기가 산악지대에 접어드니 독특한 지형의 산맥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엄청난 단층 지대로 비행기 항로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산둥반도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탄루 단층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탄루 단층대가 맞다면 한반도에게 있어 지진 방파제와 역할을 하는 단층대라고 합니다. 이제 서해를 지나서 산둥반도 근처를 지나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가 항공사가 아니니 3~4 시간의 길지 않은 비행시간임에도 기내식을 제공해 줍니다. 기내식의 품질은 비행기 출발지 공항의 케이터링 업체가 잘 만드는지에 따라 그 질이 판가름나기 마련이죠. 인천 공항에서 출발했으니 대한항공 케이터링에서 만든 기내식이 제공되었습니다. 저렴한 항공권에 인천-청두, 청두-카트만두 두 번의 기내식에 무료 환승 호텔까지 이만하면 청두 경유로 여유 있는 히말라야 트레킹 하는 선택도 괜찮습니다.

 

안타깝게도 개인별 스크린이 고장인지 동작하지 않아서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등의 시간을 갖지 못해 글쓰기 하거나 네팔 숫자 연습, 창밖 풍경 감상으로 그 시간을 대신 했습니다. 한국으로 올 때는 다행히 정상 동작하더군요.

 

4시간여의 비행 끝에 비행기는 중국 청두 공항에 무사히 도착 했습니다. 중국에서 베이징과 청두는 도시화가 진행된 만큼 스모그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이죠. 저녁 시간이기도 하지만 하늘이 뿌옅습니다.

 

2년 전 파리로 가면서 경우 했던 중국 청두에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그때만해도 부부가 처음 나서는 해외 여행이라는 설레임이 가득했는데 이번에는 조금은 차분한 느낌입니다. 2년전 청두 환승 호텔로 가는 길에 만났던 한국 청년의 행선지인 카트만두를 이제 저희가 가게 됩니다. 그때 잠시 스쳤던 인연의 결과가 이렇게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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