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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남 지방에서 부부가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가는 것과 경차를 가지고 공항으로 이동하여 장기 주차장에 자동차를 두고 이동하는 것을 비교하면 기름값, 통행료, 경차 하루당 4,500 원하는 장기주차장 비용을 감안해도 비용과 시간적으로 모두 자동차 이동이 장점이 많았습니다. 이번에도 장기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낮이다 보니 주차 타워 근처에는 자리가 없었고 4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무료 셔틀버스로 출국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자동차를 세워둔 곳을 기억하기 위해서 근처 위치를 사진으로 남겨 놓습니다.  

 

출국장에 도착하여 먼저 저희가 이용할 항공편의 체크인 카운터를 확인합니다. 카트만두로 가는 직항편을 이용했다면 2 터미널로 가야 했겠지만 저희는 직항의 절반이 안 되는 가격으로 카트만두로 가기 때문에 1 터미널에서 에어차이나의 중국 청두 공항 환승 편을 이용했습니다. 중국 성도(청두)행 에어차이나 항공편은 L 영역에서 체크인을 했습니다. 저희 항공편이 CA402인데 아시아나 항공도 코드셰어로 이 항공편을 이용하고 있네요.  

 

에어차이나는 인천공항도 그렇고 청두 공항에서도 "Self Check-in, Baggage Drop"이라고 적힌 별도의 체크인 카운터를 운영하고 있어서 30시간 이전부터 가능한 온라인 체크인을 해두면 줄을 거의 서지 않고 바로 짐을 붙이고 정식 탑승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 체크인을 완료하면 PDF로 다운로드하거나, 이메일로 온라인 탑승권을 전송하는 등의 작업을 할 수 있기는 한데 체크인 카운터에서는 굳이 제시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인천공항과 중국 청두 공항 모두 온라인 체크인 이후에도 정식 탑승권을 받아야 합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네팔 카트만두 공항은 아직 온라인 체크인이 불가능하므로 감안하셔서 공항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비수기인 11월인 까닭일까? 인천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줄서지 않고 출국하기는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체크인 카운터도 온라인 체크인 덕택에 줄을 서지 않고 빠르게 배낭을 붙였는데 보안 검색과 출국 심사까지 총알같이 끝났으니 탑승구 근처에 앉아서 한가함을 마음껏 누립니다. 여행을 다닐수록 무엇이 문제가 될지 사전에 자기 검열하는 수준이 높아지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는 항공 비수기에 여행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예상치 못한 한가함 앞에 놓여진 인간은 마치 대양을 유리하는 스티로폼처럼 어찌할 바를 몰라 멍한 상태가 되는 모양입니다. 창밖으로는 중국 청두에서 날아온 비행기에서 승객들의 짐과 화물을 내리느라 요원들이 여념이 없습니다. 저들에게 할당된 항공편의 개수가 몇 개인지 알 수 없지만 저들의 분주함은 최고 수준의 공항 서비스를 말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저들에게도 한 항공편을 보내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잠깐의 한가함이 있겠지요? 네팔 안나푸르나로 떠나는 여행길에서 몇 번의 걷기 여행 경험 덕택에 설렘과 조마조마함이 만드는 분주함이 줄어든 자리를 한가함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매일의 노동과 일상의 피곤함을 던져 버린 자리에 한가함과 여유가 자리하긴 했지만 이 귀중한 한가함을 그냥 TV에 눈길을 빼앗기고 눈을 감고 잠으로 보내기에는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눈에 보이는 것이 많아집니다. 방금 도착해서 짐을 내리고 있는 비행기 주기장 바닥을 보니 B707, MD11, IL62M, A346과 같은 비행기 기종을 새겨 놓았습니다. 각 비행기 종류별로 앞바퀴를 정지시키는 위치라고 합니다. 비행기 종류별로 앞바퀴와 출입문의 사이의 거리가 다르므로 앞바퀴를 기준으로 정지선을 그려놓고 탑승교(PBB, Passenger Boarding Bridge)를 최소한으로 움직여서 비행기 기체와 붙이는 접현(Onblock)을 한다고 합니다. 현재 인천공항과 중국 청두 사이에는 중형 항공기인 A330-200을 운항하고 있었습니다.

가벼운 한가함, 멍한 한가함도 때로는 의미가 있지만 이번 여행에서 만날 수많은 한가함이 무겁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허투루 바람에 날아가는 가벼운 한가함이 되지 않기를, 회색빛 멍함이 짙은 안개처럼 시야를 가려버리지 않기를, 끝없는 쳇바퀴 같은 세상 고민과 세상 일을 던져 버리고 맑은 가을 하늘 같이 깨끗하게 비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산하와 아름다운 사람들을 마음에 담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드디어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떠나 네팔을 향해서 중간 환승지인 중국 청두를 향해 날아갑니다. 품격 있는 한가함의 한 방법으로 독서도 생각해 보았지만 몇 그램이라도 줄여서 산행의 부담을 덜어보자는 의도로 아주 작은 수첩과 펜으로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창작, 끌어냄, 쥐어짬, 손 근육 운동 등 글쓰기의 부담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수고로 품격 있는 여행을 하게 됩니다. 밤에 출발하는 비행편이라면 엄두도 못 내고 바로 취침에 빠졌을 일이지만 낮 출발 비행기가 여행의 품격을 올려 줍니다. 다음 여행 때는 두 권 이상의 책을 꼭 가져오리라 결심해 봅니다.

 

비행기는 인천 공항을 떠나 어느덧 구름 위로 올라왔습니다. 1시간이지만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비행입니다. 중국 전체는 단 한 개의 표준시를(+8) 사용하고 있으며 한국(+9)과는 1시간의 시차가 납니다.

그런데, 땅덩어리가 큰 중국이 왜 한 가지의 표준시만을 사용할까? 하는 의문점이 생겼습니다. 보통 경도 15도마다 1시간의 차이가 나기 마련이어서 중국은 4가지의 표준시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왜 베이징을 기준으로 한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미국 본토의 경우에도 서해안(Pacific), 산악지대(mountain), 중부(Central), 동부(Eastern) 4가지의 표준시를 사용하고 있고 러시아도 11가지의 표준시가 있는데 중국은 1974년부터 베이징 표준시만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유인즉 인구 대부분이 중국 동부에 살고 있어서 이렇게 하는 것이 "펀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무튼 비행기는 그 중국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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