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미아주 산장 옆 빙하수가 흐르는 개울가에서 발을 담그며 신선처럼 휴식을 취한 저희는 미아주 산장을 뒤로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트휙 산장으로 향합니다. 산장 옆으로 흘러 내려가는 빙하수는 생기가 넘치고 밋밋한 푸른 언덕을 배경으로 한 산장의 모습은 고즈넉합니다.

 

산장 입구 표지판 앞에서 갈 길을 확인하고 있는 사람들의 가벼운 차림의 모습입니다. 가벼운 차림은 두 가지의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근처에서 TMB 경로를 따라 시계 방향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일주하지 않고 당일 코스로 다녀가는 사람들인 경우입니다. 다른 한 경우는 TMB 일주는 하지만 저희처럼 무식하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숙소 간의 짐 운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로 물이나 간식처럼 걷기에 꼭 필요한 것만 가볍게 들고 다닙니다. 저분들은 길을 따라 내려가더군요.

 

표지판이 서있는 장소가 갈림길로 트휙 산장으로 가려면 좌측 오르막으로 가야 하고 우측 비포장 도로를 따라 시내로 갈 수도 있습니다. 소를 키우는 산장이라면 매일 우유차가 와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위의 그림 같은 비포장 도로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차가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면 짐 운반 서비스도 가능한 것입니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오르막을 시작해서 오늘 걷기의 마지막 고비에 도전합니다.

 

지그재그로 급한 경사의 오르막을 오르면 설산을 배경으로 한 트휙 산장의 안내판을 만납니다. 흰 눈이 남아있는 설산을 배경으로 한 푸른 숲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트휙 산장 근처에서 만난 야외테이블이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하는 듯합니다. 한 동안 부드러운 언덕길이 이어지는데 이런 언덕도 산이니 봉우리가 있을 텐데 트휙봉(Mont Truc, 1,811m)이 TMB경로는 아니지만 15분 거리라 합니다. 주위의 산들을 조망하기 좋다고 합니다. 

 

트휙 산장에 거의 다 왔는데, 오늘 나름 잘 걸었던 옆지기에게서 이상 신호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발에 물집이 잡혔는지, 속이 불편한지, 속 시원하게 말은 안 하고 그저 걸을 만하답니다. 아주 심한 것이 아닌 이상 뭐라고 할 수도 없고 아주 천천히 이동하며 풍경 감상과 기다리기를 반복합니다. 첨부 동영상은 트휙 산장 근처에서 바라본 웅장한 주위 풍경입니다.

 

산장이 바로 옆인지 소 울타리가 길을 가로지르는데 사람들이 많이 다니다 보니 지나가라고 울타리를 올려놓았네요. "동 동 동대문을 열어라~"하는 동요가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트휙 산장 근처로는 작은 기도처와 연못도 있었습니다. 지나가며 이곳은 연못도 있고 물 걱정은 없겠다! 했는데, 사실 TMB 경로의 대부분의 산장들은 물이 있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샤워가 어려운 곳은 많지만 식수는 문제가 없습니다. 저희가 초반에 얼마 되지는 않지만 불필요한 물 운반으로 체력 낭비를 초래한 오류가 있었습니다.

    

트휙 산장 근처에서는 텐트도 칠 수 있고 취사도 가능했습니다. 모든 산장이 캠핑과 취사가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산장 예약이 되지 않았거나, 비상시에는 체력만 된다면 텐트로 움직이는 것이 좀 더 자유롭겠다 싶었습니다. 트휙 산장에서는 한국인 남성 두 분이 텐트를 치고 취사하시는 모습과 허스키와 함께 한 텐트에서 밤을 지내는 청년을 만났고 다을 날에는 걷다 보니 한 젊은 여성이 혼자서 길가 공터에 텐트를 치고 밤을 지냈더군요.

 

트휙 산장(Auberge du Truc, 1750m)의 모습입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이 식당이고 숙소는 바로 옆으로 별도 건물에 있습니다. 내일의 경로는 레 꽁따민느(Les Contamines) 시내를 통과하는 코스입니다.

 

저희가 내려온 언덕길. "알프스 소녀 하이디"와 같은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만화영화가 생각나는 경치입니다. 숙소 바로 앞에서는 소 두 마리가 환영 인사를 해줍니다. 멀리서 보면 좋은 공기와 경치 속에서 풀을 뜯는 소들이 "참 좋겠다!" 싶지만, 막상 가까이에서 보니 고지가 높은 곳임에도 파리들이 소들을 귀챦게 하고 있었습니다. 파리를 쫓느라 연신 꼬리를 흔들어 댑니다. 다른 소들은 워낭 소리를 내며 다른 곳에 모여 있는데 두 마리만 따로 놓고 목에 워낭도 채우지 않은 것이 아마도 새끼를 곧 출산할 예정이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힘들었지만 겨우 산장에 도착한 옆지기는 침상을 배정받자마자 바로 누워 버립니다. 

728x90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