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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 우슈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 벨르뷰(Bellevue)부터 걷기를 시작한 TMB 1 일차는 1,700m~1,800m 사이의 산허리를 걸어서 비오나세이 빙하(glacier de Bionnassay)를 건너는 출렁다리(Passerelle du Glacier)를 지났고 잠시 내려갔다가 트리코 고개(Col de Tricot, 2120m)까지 약 400m를 쭉 올라갑니다. 위의 지도처럼 계곡을 걷는 길입니다. 

봉우리에는 흰구름이 걸려 있고 한쪽에는 녹지 않은 눈이 그대로 있고 다른 한쪽에는 푸른 풀밭과 새파란 하늘이 열려있으니 헉헉 거리며 걷는 중에도  그저 "환상적이다"하는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휴망 계곡(Combe des Juments)의 온갖 야생화들은 걸음을 멈춰 카메라를 들이 대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습니다.

 

등산로 양쪽으로 피어난 알프스의 야생화들은 잎을 내고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울 내내 얼마나 꾹꾹 참았을까요?

 

가끔은 알프스의 꽃들도 아름답지만 TMB 경로를 오며 가며, "봉주흐"로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도 아름답습니다. 세상 속에 얻는 찌든 때는 세상 속에 던져두고 환상적인 풍경에 매료된 미소를 장착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큰 즐거움입니다.

  

묵묵히 걸어 올라가다가 가끔씩 숨을 고르며 뒤돌아 보면 "많이 왔네!" 하는 위안과 함께 전혀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비오나세이 빙하(glacier de Bionnassay)의 모습입니다.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지는 존재입니다. 

 

주위의 산들은 위압적이지만 TMB 코스들은 그나마 걷기 좋은 곳을 통해서 고개를 넘고 계곡들을 지납니다. 휴망 계곡(Combe des Juments)을 지나면 트리코 계곡(Combe de Tricot)을 통과해서 트리코 고개에 이릅니다. 고개까지는 계속 오르막입니다. 

뒤돌아 보니 열심히 고개를 오르는 이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틱을 사용하고 있듯이 저희도 스틱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3일 차에서는 경사진 눈길에서 미끄럼을 막아 주었고 눈길에서 미끄러져 구를 때는 브레이크 역할도 했습니다.

 

고도를 높이며 이동하는 중에도 주변 풍경은 계속 새로운 표정을 지어줍니다. 구름에 가려있던 봉우리가 드러나고, 어떤 봉우리들은 흰구름으로 새롭게 목도리를 하는 등 손님맞이가 훌륭합니다.

 

7월에도 남아있는 잔설을 배경으로 피어있는 야생화들. 알프스의 야생화는 6월에서 8월까지 볼 수 있고 고도 1,000m~1,800m 사이에 있다고 합니다.  여름에는 소를 키우는 목초지가 되고 겨울이면 눈이 쌓이는 곳에서 알프스의 꽃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은 농약에서도 자유로우니까요.

 

고도가 높아져 갈수록 키가 큰 교목은 적어지고 키 작은 관목과 풀들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돌아보면 멀리, 오늘 TMB 걷기를 시작했던 벨르뷰(Bellevue)도 평평한 언덕 뒤로 보이는 듯 하지만 이 근처에서 제일 높은 비오나세이 봉우리(Aiguille de Bionnassay)에 무릎 꿇는 작은 봉우리들을 보면 벨르뷰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꼭대기였지만 작은 언덕에 지나지 않네요.

 

트리코 계곡(Combe de Tricot)에서 잠시 쉴 겸 야생화 감상 시간을 갖습니다.

 

앙증맞은 산미나리아재비(Mountain buttercup, Ranunculus montanus). 별명이 "Molten Gold, 녹인 금"이라고 하는데 찬란한 노란색을 가진 꽃의 별명을 누군가 잘 지었습니다.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알펜로즈(Alpenrose) 입니다. 같은 이름의 일본 애니가 있어 이름이 익숙했던 것 같은데 만화에서는 알프스 장미라고 번역한 모양인데 실상은 알프스 철쭉입니다. 이건 풀이 아니라 나무죠.

 

서양톱풀 또는 얘로라 불리는 꽃(Achillea distans). 색이며 모양, 자태가 우아하기 그지없습니다.

 

핫도그 같기도 하고 도깨비방망이 같기도 한 독특한 야생화입니다.

 

부추 꽃, 클로버 꽃을 닮은 야생화.

 

과연 알프스 민들레 일지 우리 집 주변에서 봄이면 노란 꽃으로 존재감을 뽐내는 서양 민들레 일지 풀숲 속에 있어서 알기 어렵지만 알프스 민들레는 종이 완전히 다르다고 하네요.

 

노란 미나리아재비가 다른 풀들 속에서 벌레들을 부르고 있습니다.

 

트리코 고개의 고갯마루가 보이는 듯합니다. 

 

트리코 고개 근처에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한때 누군가가 머물렀던 완전히 돌로만 만든 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내부가 궁금해지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었죠.

 

트리코 고개 근처에 오니 이제 비오나세이 빙하(glacier de Bionnassay) 쪽은 가려서 보이지 않습니다. 고갯마루 쪽으로는 알펜로즈 천지입니다.

 

올라온 길을 돌아보니 까마득하고,  고개를 오르는 행렬은 쭉 이어지고 있습니다.

 

흰 구름이 고개 옆 민둥산을 스치듯 지나갑니다.

 

드디어 트리코 고개(Col de Tricot, 2120m)에 도착했습니다. 표지판으로는 벨르뷰(Bellevue)까지 1시간 55분이라고 했지만 거북이 커플의 걷기는 넉넉한 휴식과 사진 찍기 덕택에 2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평소 등산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들이고 체력도 저질인데 이 정도면 훌륭하다는 자평입니다. TMB에서 누리는 최고의 즐거움 중 하나는 코스마다 있는 주요 고개의 고갯마루에서 누리는 꿀맛 같은 휴식입니다. 힘들게 고개를 올라와서 배낭을 벗고 막힘없이 눈으로 들어오는 환상적인 뷰를 바라보며 간식을 먹는 휴식 시간은 정말 꿀맛입니다. 휴식 후에는 내리막이니 마음 부담을 덜어 그 또한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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