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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티아고 4일차 걷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작은 마을들과 산티아고 공항을 지나 라바꼬야(Lavacolla)에 이르는 28Km 대장정입니다. 어제 28Km를 걷고 아르주아에 도착할 당시의 무릎과 발의 상태를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푹쉬었으니 쉬엄 쉬엄 거북이처럼 걸어가 볼까 합니다.



어찌 하다보니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매일 아침 7시 20~30분 사이에 길을 나서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걷기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아르주아 시내를 떠나는 지점에 아침 일찍부터 하얀 수녀복을 입은 수녀님들이 물을 나누어 주시면서 순례자 여권에 도장도 찍어 주셨습니다. "예수님이 당신과 함께 걷습니다, Jesus Camina Contigo"라는 문구가 힘을 줍니다.




수녀님이 어디서 왔냐는 물음과 함께 찍어 주신 도장입니다.




순례길은 오랜 우물과 "아스 바로사스, AS BARROSAS" 마을을 지납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많은 순례자들이 길을 나섭니다. 저희는 라바꼬야(Lavacolla)에서 멈출 예정이지만 아르주아를 마지막 기착지로 하고 오늘 산티아고까지 모두 걷는 이들도 꽤 많다고 합니다. 라바꼬야에서 9Km만 더 걸으면 되니까요. 저희는 마지막날 산티아고 시내 걷기를 예정하고 있어서 라바꼬야에서 멈추는 것이지만 앞서 걷는 이들의 걸음을 보니 산티아고를 앞둔 설레임이 보입니다.




라이도(Raído) 마을 들판을 지납니다. 



때로는 저렇게 친구들이 한 떼로 몰려 지나가는 것이 부럽기도 하지만 순례길 내내 시끄럽게 떠들것을 생각하면 혼자 혹은 단 둘이 조용히 걷는 순례길이 저에게는 딱입니다. 순례길은 프레곤토뇨(Pregontoño) 마을을 지나 작은 언덕을 지나면서 N-547 국도를 횡단하게 됩니다. 



언덕 위에서는 다양한 지팡이들을 조각해서 판매하는 분이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순례자들은 구경하기도 하고 길을 가다보니 구입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비행기로 집에 가야 하는 저희는 짐일 뿐이라 그냥 지나갑니다.



지팡이 조각해서 팔고 자판기 커피도 팔고 이분은 나름 장사가 쏠쏠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가 없는 표지석. 아르주아에서 프레곤토뇨(Pregontoño) 마을을 지난 이곳까지 3Km 정도이니 이제 10%정도 걸은 것입니다. 



N-547 국도 아래의 지하 통로를 통해서 국도를 횡단한 다음 언덕에서 바라본 아르주아(Arzúa)의 모습입니다. 체력이 남아 있었다면 시내를 돌아 보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면 아르주아와 작별합니다.




너른 목초지가 잔잔한 푸른 호수와 같습니다. 마음을 잔잔하게 가라 앉히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구불 구불 아르주아로 향하는 N-547 국도와 아르주아를 뒤로 하고 순례길을 이어 갑니다.




아 페로사(A Peroxa) 마을을 지납니다.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을 가진 사람이라면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부러워 할만한 집을 만났습니다. 아 페로사(A Peroxa) 마을을 지나서 숲길에 들어가기 직전에 위치한 집으로 적색 기와를 올리고 넉넉한 테라스를 가진 2층 집, 마당 한켠에 크지 않은 수영장, 뒷편으로는 산, 앞으로는 넓은 들, 텃밭도 있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집입니다. 부러움의 시선을 어렵사리 떼어 내고 걷기를 계속해야 했습니다.



이런 숲길은 걷기를 지루하지 않게 지켜줍니다.



숲길에서 당나귀와 함께 순례길을 걷고 있는 헝가리 출신의 순례자 롤랑과 그의 당나귀(Roland y Rocinante)를 만났습니다. 순례자들에게 자신의 도장을 찍어 주는 모습입니다. 순례자들이 건네는 작은 기부금으로 여행하는 모양이었습니다. 로시난테(Rosinante)는 돈키호테에 나오는 돈키호테의 당나귀 이름입니다. 



당나귀 순례자 롤랑이 묵었던 흔적입니다. 까미노에서 사는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돌아갈 시간이 정해져 있어 힘들어도 계속 걷지만 이 분에게는 우리 처럼 시간에 쫓길 일은 없어 보입니다.




그에게서 받은 롤랑과 로시난테(Roland y Rocinante) 도장 입니다.




순례길은 폰테라스(Fontelas) 마을을 지납니다.




아스 낀타스(As Quintas) 마을을 지나서 조금 걸으면 한창 도로를 만들고 있는 A-54 4차선 고속도로 공사 현장을 지납니다. 산티아고 시내에서 공항까지는 이미 개통했고 산티아고 공항에서 아르주아(Arzúa)까지 4차선 고속도로를 한창 만들고 있는 중 입니다. 아르주아 외곽에서 N-547국도와 만납니다. 




위성 사진을 보면 사진에서 보이는 공사중인 황토길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런 도로 개통으로 주민과 여행자는 편해지겠지만 엄청난 환경 파괴가 가해진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는 계기였습니다.



칼사다(Calzada) 마을을 지납니다.




이곳의 젖소들은 풀을 끋으러 나갈 준비를 하는지 아무래도 우리에서 나온지 얼마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순례길의 가로수를 보존하면서도 길을 따라 나무들 사이로 돌담을 쌓아 놓았습니다.  내땅만 중요해! 하는 욕심대신 순례자와 나무도 배려하면서 자신의 생계도 보살피는 이곳 사람들의 지혜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줄 맞추어 가지런히 심어진 조림지. 자연적인 숲이 아니라 사람의 손에서 시작한 조림지라는 특성을 드러내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이곳에 나무를 심은 주체가 누구일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목축을 많이 하는 이 지역의 특성상 더욱 많은 목초지를 확보하는 것은 가축의 사육 비용과 연계되는 문제인데 이 넓은 땅에 나무를 심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 것입니다. 순례길 도중에 이런 인공 조림지를 수없이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토지라면 이해가 가긴 합니다.



오 오우테이로(O Outeiro) 마을로 들어 갑니다.



오 오우테이로(O Outeiro) 마을에서 만난 주택 리모델링 현장 입니다. 살릴 만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걷어낸 다음 그 위에 새로운 주택을 짓는 방식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주택 공사에 타워 크레인까지 동원 될 정도이니 간단한 작업은 아닌 모양입니다. 완전히 부셔 버리고 새롭게 짓는것 보다는 훨씬 좋아 보입니다.




아르주아에서 출발한지 2시간을 바라보는 시각. 정문이며, 도랑까지 맥주병으로 장식해 놓은 카페 티아 돌로레스(Casa Tía Dolores Bar Pensión)에서 쉬어 가기로 했습니다.




맥주병을 다양한 모양으로 쌓아놓은 것도 재미있었지만 마음껏 낙서를 하든 메시지를 남기라고 칠판을 걸어 놓으신 주인장의 센스가 돋보이는 카페였습니다.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해서 야외 파라솔 아래 의자에 앉아 간식과 함께 커피를 마시려는데 커다란 세퍼드 한마리가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목줄 없는 커다란 세퍼드가 손님들 사이를 다니다가 우리에게 다가와서 한입 달라고 들이대는데 평소 개와 친하지 않은 저는 그저 손바닥을 보이며 "No"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개가 "No"하니까 다른 곳으로 가긴 했는데 정말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개가 음식을 빼앗으려고 달려 들면 그저 속수무책인 상황이었죠.  잠시후 주인장이 오셔서 개를 우리 속에 넣어서 상황이 종료되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화분에 까지 맥주병을 꽂아둔 참 독특했던 카페에서 30여분 푹 쉬다가 다시 길을 나섭니다.





카페 티아 돌로레스(Casa Tía Dolores Bar Pensión)의 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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