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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이레네(Santa Irene) 마을 근처에 도착하니 시간은 정오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어제 28Km를 넘게 걸어서 오늘은 아주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무난하게 걷고 있습니다. 잠시 쉬며 도시락으로 점심을 챙겨 먹고 오 페드루조(O Pedrouzo) 시내를 거쳐서 산 안톤(San Anton) 마을에 이르는 여정을 걷습니다. 중간에 오 부르고(O Burgo)에서 옛 순례길로 가려면 3차선이 넘는 길을 횡단해야 하는데 위험하기도 하고 도로 바닥에 표시된 화살표는 오 페드루조(O Pedrouzo) 시내를 거쳐 가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시내를 거쳐서 산 안톤(San Anton) 마을에서 원래의 순례길과 합류 했습니다.



N-547 국도 아래의 지하 통로에 세워진 표지판입니다. 원래의 순례길은 산타 이레네 마을을 거쳐서 가는 길이지만 위험 구간이 있어서 오 페드루조(O Pedrouzo) 쪽으로 국도를 따라 가는 길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는 표지판입니다.




길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카페와 알베르게가 있는 곳 근처에 넓다란 쉼터가 있었는데 그곳에 개 한마리와 순례길을 걷는 "La Soledad Compartida", 우리말로 직역하면 "고독을 나눕니다" 정도로 책을 쓰시는 분인 모양이었습니다. 도장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이 근처에서는 저희에게 어디서 왔느냐며 반갑게 말을 거는 분을 만났습니다. 알고 보니 그분들은 대만에서 오신분들이었는데 어쩌다 만나는 동양인이 반가웠나 봅니다. 




"La Soledad Compartida"의 도장입니다.




N-547 국도 옆이기는 하지만 넓직한 공간이라서 쉬기에 참 좋았습니다. 한쪽으로는 가족으로 보이는 분들이 저희처럼 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신발도 벗고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 신발로 제주 올레길도, 지리산 둘레길도, 파리의 골목들도 다녔는데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잘 견뎌주네요. 




쉼터 주변으로 캐모마일(chamomile)로 보이는 꽃들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레보란(Leborán) 마을 표지판 쪽이 아니라 국도를 따라 걷습니다. 저희를 앞서 걷고 계신 노부부의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습니다. 두분 모두 머리는 파뿌리가 되었지만 우리도 저 나이가 되면 저분들처럼 살아야 되겠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산타 이레네(Santa Irene) 마을을 지나쳐 국도 곁을 따라가는 순례길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나무들과 함께하는 숲길입니다. 자연스레 산림욕을 하면서 걷습니다.



숲길을 나오면 또다시 N-547 국도 아래의 지하 통로를 통해서 국도를 횡단합니다. 도로 아래 통로를 통해 나오면 만나게 되는 아담한 쉼터입니다. 지도를 보면서 얼마나 걸어 왔고 얼마나 가야 할지를 가늠하는 모습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지요, 가끔은 쉬어가면서 내가 걸어온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어느 정도의 속도와 힘을 쏟으며 나아갈 것인지 가늠해야 의미있고 보람있는 인생을 살 수 있는 법이니까요.



"소녀와 아버지". 결코 작지 않은 배낭을 둘러멘 소녀와 묵묵히 길을 걷는 아버지의 모습이 가슴을 울렁이게 합니다. 내 딸이 어렸을때 이곳을 데려 왔었더라면 얼마나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까 하는 상상을 했습니다. 물론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딸도 좋아해야 하겠지만 저 나이에 순례길을 걸은 기억은 인생을 사는데 얼마나 큰 자산이 될까! 하는 울컥함으로 남습니다.




아 루아(A Rúa, O Pino) 마을 진입 전에 통과하는 300여 미터의 숲도 환상적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작은 마을마다 군데 군데 숲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나무 숲은 산에 가야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처럼 마을마다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마을 회관과 경로당이 마을의 자산이 아니라 쭉쭉뻗은 나무들이 모인 숲이 마을의 진정한 자산이 되는 그런 날이 우리나라에도 오길 바래 봅니다. 후손을 위하는 진정한 길은 나무를 심는 것이지요.



아 루아(A Rúa, O Pino)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40여분 걸었으니 또 쉬어 가야지요.




넓다란 잔디밭 위에 테이블을 펴 놓은 오 아씨브로(Restaurante O Acivro) 레스토랑에서 쉬어 가기로 했습니다. 



순례길에 바로 붙어 있는 레스토랑이긴 했지만 측백나무 울타리 덕택에 조용하게 쉼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30여분을 푹 쉬었던것 같습니다. 돌아보면 저희가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쉬었던 가장 큰 이유는 도장과 화장실이었습니다. 





오렌지 주스와 맥주 한잔을 시켰는데 주문하면서 레스토랑 내부를 보니 순례자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식당이었습니다. 뜬금없는 동양인의 등장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죠.




식당에서 찍은 도장은 나름 개성있게 만들었습니다. 




부르고(Burgo) 마을 직전 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전원 풍경입니다. 고사리가 울타리처럼 자라고 있고 언덕위의 집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입니다. 





교차로가 있는 부르고(Burgo) 마을에 도착하면 경로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직진해서 거의 4차선이 되는 길을 건너 숲길을 걷는 원래의 순례길(노란색 경로)로 갈 것인지 아니면 바로 죄회전하여 오 페드루조(O Pedrouzo) 시내를 거쳐서 산 안톤(San Anton) 마을에서 원래의 순례길과 합류하는 방법입니다.  저희는 오 페드루조(O Pedrouzo) 시내를 거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돌아보면 마지막날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작은 마을인 라바꼬야 보다는 시내인 오 페드루조에서 묵는 것도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부르고(Burgo) 마을에서 좌회전하여 국도를 따라 오 페드루조(O Pedrouzo) 시내를 향합니다. CEPSA는 REPSOL과 함께 스페인의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으로 세계 최대의 세제 원료 기업이고 국내 현대 오일 뱅크를 통해 한국에도 진출한 기업입니다.




오 페드루조(O Pedrouzo) 시내에 진입합니다. 시내의 분위기는 오늘 걷기의 출발지 였던 아르주아와 비슷하지만 인구는 1천여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르주아에서 오 페드루조까지 19Km이니까 남은 거리는 9Km입니다. 이제 삼분의일만 더 가면 됩니다.




인구는 적지만 오 피노 시청(Ayuntamiento de O Pino)이 있을 정도로 결코 작지 않고 식당과 숙소를 비롯해서 상점들이 많아서 작은 마을보다는 선택이 폭이 넓은 곳입니다. 다음에 다시 순례길을 온다면 산티아고 전 마지막 숙소는 이곳에 예약할 것 같습니다. N-547 국도를 따라서 계속 걷습니다.



국도를 따라 걷다가 산 안톤(San Anton) 마을 표지판을 보고 우회전 하면 원래의 순례길과 합류 할 수 있습니다.



산 안톤(San Anton) 마을의 전경입니다. 




마을길 한쪽을 장식하고 있는 데이지. 



2020년까지 진행되는 이 지역에 대한 유럽 연합 차원의 농촌 개발 정책을 설명하는 안내판입니다. 농촌 경제 개발을 통한 빈곤 감소, 사회 네트워크 강화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앙이고 지역이고 정치인들이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울 거리를 중구 난방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야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예산을 사용한다면 우리나라의 기초도 더욱 튼튼해질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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