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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 3일차의 목적지인 아르주아(Arzúa)에 도착합니다. 팔라스 데 레이(Palas de Rei)를 출발하여 멜리데(Melide)까지 14 km, 멜리데에서 아르주아(Arzúa)까지 14Km 총 28Km가 넘는 거리를 걸었습니다.
드디어 아르주아 시내에 입성합니다. 무릎과 발목은 이제 거의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N-547국도를 따라가면 됩니다.
인도를 장식한 순례길 표식입니다.
순례길 표식이 있는 인도를 따라서 깔끔하게 예쁜 아르주아 시내로 들어갑니다.
인구 6천여명의 도시로 목축과 순례자를 대상으로 하는 여행업이 핵심인 아르주아는 갈리시아 지방에서 1인당 소의 마리수가 많은 곳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시내 근처에도 넓은 목초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프로이스 슈퍼(Supermercados Froiz)에서 저녁 먹거리와 내일 도시락 준비물 등을 넉넉히 구입했습니다. 이렇게 넉넉히 구입해도 1만원 내외이니 배낭 여행자에게 스페인 슈퍼는 좋은 동반자입니다. 물론 한국에서 헝겊으로으로 된 간단한 장바구니를 가져가서 들고 오는 것도 문제 없구요. 순례길에서 헝겊 장바구니 하나쯤은 챙겨 가는 것이 좋습니다. 프로이스 슈퍼는 순례길이 있는 갈리시아 지방에서 세번째로 큰 슈퍼마켓 체인이라고 합니다. 상품도 다양하고 가격도 착하니 좋았습니다. 28Km 걷기 여정에 지친 옆지기는 마트 입구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고 물건들은 제 마음대로 고른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거꾸로인데 몸이 지치니 마트에 와도 생기가 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순례길에서 만나는 슈퍼마켓들은 편의점이 아니라 말 그대로 물건을 싸게 파는 슈퍼마켓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영업 시간인데 오전 9:30~오후 2:30, 오후 5:00~9:30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는 일요일은 휴무하는 곳이 많다는 점입니다. 감안해서 잘 이용하면 즐거운 여행의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저희가 묵을 숙소가 아르주아 산티아고 교회(Iglesia de Santiago de Arzúa)에 있고 숙소와 교회 모두 순례길 도중에 있기 때문에 순례길을 따라 가면 됩니다. 가는 길을 장식한 네온 사인. 아마도 "보아스 페스타스, Boas Festas"라고 적힌 문구와 장식으로 보이는데 보아스 페스타스는 "좋은 축제"라는 의미 입니다. 우리나라의 설날과 추석 같은 명절때 보아스 페스타스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스페인의 대표적인 명절이라면 신년과 크리스마스가 있는데 저는 생소 하지만 1월 6일을 "동방박사의 날, Los Reyes Magos"이라 해서 카 퍼레이드도 벌이고 크리스마스 보다 더 큰 축제로 즐긴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카톨릭의 배경의 다양한 축제가 있어서 저렇게 네온 사인을 남겨둔 모양입니다.
예전 사진을 보면 이쪽 벽은 낙서로 지저분하고 삭막했는데, 칠을 하고 화분을 걸어 놓으니 시멘트 벽돌의 벽이라도 깔끔하고 이쁘네요. 이곳 사람들의 이런 마음들 때문에 이곳을 찾는 순례자들이 끊이질 않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르주아 공립 알베르게(Albergue público de Arzua) 바로 옆에 있는 "마달레나 예배당, CAPELA DA MADALENA" 14세기에 지어진 것이라 합니다. 공립 알베르게도 예배당도 전통식으로 지은 돌집 건물인데 예배당을 덮고 있는 담쟁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르주아 산티아고 교회(Iglesia de Santiago de Arzúa). 이곳에 도착한 시간이 5시 30분인데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평일 오후 7시에 미사가 열린다고 합니다.
최근에 리모델링을 했는지 건물은 돌집이지만 시설은 최신식으로 재정비한 펜시온 도머스 갤러리(Pensión Domus Gallery)에 패밀리룸으로 넓직한 방을 예약 했었습니다. 예약 당시에 개별 샤워실이 있는 숙소로는 그나마 저렴했었습니다. 28Km를 걸었는데 이 정도는 쉬어 주어야죠.
넓직하고 깔끔한 욕실.
샤워실, TV, 옷장을 비롯해서 설비는 최신식이었지만 건물의 옛 흔적은 그대로 남긴 마음에 드는 숙소 였습니다. 많은 스페인 숙소들처럼 부엌이나 커피 포트가 없는 점이 아쉬웠지만 배낭에 남은 식량도 넉넉하고 슈퍼에서 먹을 거리도 충분히 구입했으니 부족 한것은 없었습니다. 3명이 사용하면 좋았을 방이지만 공간을 넉넉히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유료 건조기가 있었지만 누군가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귀챦아서 한국에서 챙겨온 빨래줄을 치고 간단하게 빨래를 해서 널었습니다. 이번 여행 마지막 빨래입니다. 이제 부터는 빨래할 필요없이 땀에 절은 것들은 냄새 나지 않도록 비닐에 잘 챙겨 집에 가면 됩니다.
55유로로 다른 지역의 숙소 보다는 조금 세기 했지만 괜찮았습니다. 한국에서 이 숙소를 예약할 당시에는 와이파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되어 한국으로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안내문을 보면 2층에 코인 세탁기와 건조기가 설치되어 있고 체크 아웃은 오전 10시 이전이라는 내용입니다.
숙소 도무스 갤러리의 도장입니다. 푹 쉬고 내일 산티아고 순례길 4일차, 이번 여행 마지막 고비 28Km를 잘 걸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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