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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산티아고까지 30여 킬로미터가 남은 상황에서 오 오우테이로(O Outeiro) 마을에서 충분한 휴식과 체력 충전을 하고 아 살쎄다(A Salceda) 마을까지 걷는 여정입니다. 출발 이후 도로 아래의 통로를 통해 횡단한 다음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N-547 국도를 다시 만나서 거의 도로 근처의 길을 걷는 경로입니다.



저희가 한참 동안 휴식을 취했던 티아 돌로레스(Casa Tía Dolores Bar Pensión) 카페 근처에 있는 기념품 가게의 모습입니다. "KM33"이란 이름의 기념품 가게인데 가게 주변을 아기자기하게 가꾸어 놓았습니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입니다. 가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남은 거리가 33Km라는 이야기 입니다.



헌신에 화분을 가꾸고 있는 신발 화분입니다. 신발도 다양하고 꽃도 다채로운 재미 있는 풍경입니다.



조금 걷다가 발견한 또다른 볼거리 달팽이입니다.




나무 기둥과 돌틈 사이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왕달팽이입니다. 낮에는 돌틈에 숨어 있다가 습기가 많은 밤에 활동하면서 곰팡이나 버섯과 같은 균류나 나무의 잎을 먹고 삽니다. 놀멍 쉬멍 걷자 생각하며 천천히 걷다보니 눈에 들어 오는 것이 많습니다.



담벼락에 수국이 활짝 피었습니다.




오 오우테이로(O Outeiro) 마을을 떠나 언덕을 조금 오른 지점에 있는 교차로와 작은 쉼터입니다. 카페가 아니라 이곳에서 쉬었어도 좋을뻔 했습니다. 교차로 우측으로 길이 하나 더 있는데 순례길은 마을에서 올라온 그대로 직진하면 됩니다.



다음에 만나는 교차로에서 중간에 수소 가는 길과 다시 갈라지지만 일단 수소(SUSO) 마을로 향하는 표지판을 따라 갑니다. 이 지점에서 산티아고까지 남은 거리는 29.890Km입니다. 드디어 30Km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오늘 걸을 남은 거리는 아직도 20Km가 남았습니다.




탁 트인 아름다운 들판 풍경을 눈에 담으면서 걷는 즐거움은 비슷한 그림을 다시 만나도 물리지 않습니다.




들길이 물리지 않는 이유는 비슷한듯 하면서도 다르고 곧 숲을 만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숲길을 만나면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수 많은 순례자들을 만났을 나무들이 그 기운을 순례자와 나누기 때문에 저질 체력을 가진 중년의 부부 조차도 걷기의 마력에 빠져 길을 걷습니다.




때로는 순례길 주변에 가꾸어 놓은 예쁜 정원이나 꽃나무를 만나는 즐거움도 누립니다. 순례자들에 대한 축복을 비는 마음인지 아니면 단순한 집주변 정원 관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순례길과 접한 공간을 정성스럽게 관리하는 집들을 만나면 오버 투어리즘으로 신음하는 유명 대도시와는 전혀 다른 시간을 갖습니다. "부엔 까미노"하며 축복하는 집주인들에 대해서 두배로 축복을 비는 감동이 있습니다.



이곳은 보아비스타(Boavista) 마을을 지나 지도상으로는 폰테라스(Fontelos)라는 공원이 위치한 곳입니다. 야자수 가지가 있던 자리에 꽃을 심은 모습입니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그저 "와!"하는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야자수와 꽃이 있던 자리 근처로 아름다운 꽃나무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처음보는 꽃 나무, 후크시아(Fuchsia)  또는 푸크시아라고 부르는 관목입니다. 잎은 장미와 비슷한데 꽃은 마치 때죽나무처럼 아래로 향하는 있습니다. 17세기에 카리브해의 한 섬에서 프랑스인 수도사이자 식물학자가 발견하여 독일 식물학자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 나무도 약간 다른 품종의 후크시아로 보입니다. 빠져들 만큼 매혹적인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난 꽃 또한 남아메리카 원산으로 몬트브레치아(Montbretia), 우리말로 애기범부채라는 꽃입니다. 여러해살이풀로 다양한 교배종이 있는데 7~8월 꽃을 피우고 우리나라에서도 월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빽빽하게 쭉쭉 뻗은 유칼립투스 숲은 바라만 보아도 그림입니다. 이런 숲을 조성하고 돈을 받는 공원으로 개장해도 사람들이 많이 올 텐데 순례길을 걷다보니 무료 산림욕, 힐링 타임을 갖습니다.



아 살쎄다(A Salceda) 마을에 들어서면서 만난 주택 공사 현장 입니다. 집터에 굴러다니는 수많은 돌덩이들도 눈에 들어오지만 흙을 깎아낸 단면에 유독 눈길이 갑니다. 제주도의 토양 처럼 토양은 얼마되지 않고 그 아래로 엄청난 바위가 바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돌집이 많은 이유, 목축업이 발달한 배경을 짐작케하는 모습입니다.



거의 허물어 지기 일보 직전인 곡물창고 오레오(hórreo). 화려한 오레오, 튼튼한 오레오만 보다가 이런 오레오를 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오레오가 쓰러지지 말라고 나무 받침을 받쳐 놓은 모습이 세월따라 세상의 때가 묻고, 몸의 힘도 빠지고 있는 내 모습을 대변하고 있는듯 합니다.




아 살쎄다(A Salceda) 마을로 들어서면서 순례길은 다시 산티아고로 향하는 N-547 국도를 만나 도로와 나란히 걷습니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잠시 숲길로 들어 옵니다. 1993년 이곳 아 살쎄다(A Salceda)에서 숨을 거둔 스위인 순례자 길레모 와트(Guillermo Watt)를 기리는 기념비입니다. 이길을 걷는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떡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걷기 위해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모여 듭니다. 그러다가 목숨까지 잃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멜리데 근처에서는 버스 사고로 많은 희생자가 있었고 자전거에 치여 목숨을 잃었던 일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 길을 걷고 살아서 돌아간 사람들에게도, 목숨을 잃고 하늘로 올라간 사람들에게도 모두 이 길은 가치있고, 의미 있는 길임에 틀림없습니다.




짧은 숲길이지만 조림지의 숲이 얼마나 빽빽한지 나무의 표면은 이끼가 가득합니다. 마치 원시림 사이를 걷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짧은 숲길을 나오면 N-547 국도를 다시 만나는데 이곳에서 국도를 횡단해서 건넙니다. 위험 표지판 외에는 별다른 장치가 없기 때문에 주의해서 길을 건너야 합니다. 길을 건너면 다시 마을길을 거쳐서 들길을 걷습니다.



마을길에서 만난 양 한마리. 털을 깎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민둥민둥한 몸을 가지고 순례자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 봅니다.




목초지와 언덕위 나무들이 영화의 한 장면에 나오는 배경 같습니다.




이곳에 살면서 매일 이런 풍경을 본다면 그저 그런 들판일텐데 멀리서 날아온 순례자에게는 명화 속의 한 장면입니다. 이젤을 펴고 당장이라도 스케치를 시작하고픈 풍경입니다.



아스 라스(As Ras) 마을에서 N-547 국도 아래의 지하 통로로 국도를 횡단한 순례길은 아 브레아(A Brea) 마을을 지나면 다시 N-547 국도로 나와서 한동안 국도를 따라서 걷습니다. 가끔은 길을 횡단해서 걷기도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위치에서 조금 더 걸으면 국도 양쪽으로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는 쎄르세다(Cerceda) 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길을 건너 우회전하여 마을길을 통해서 숲길을 걷습니다.




견공들이 주인인양 순례자들을 구경하는지, 순례자가 견공을 구경하는지 애매한 상황이지만 너무 시끄럽지 않게 반겨주니 고맙네요.




마을길을 거쳐 숲길을 걷다보면 산타 이레네(Santa Irene) 근처에서 다시 국도를 만나게 됩니다.  문명과 자연을 오가는 유랑이라해도 좋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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