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도 해변의 숙소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했던 우리는 해파랑길 49코스 나머지와 50코스의 도보 여행 가능 구간까지 걷는 것으로 여정을 마무리한다. 하룻밤 묵은 부천장 모텔은 연식이 오래되기는 했어도 나름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었다. 해파랑길을 걷다가 해수욕을 하는 꿈만 같은 일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해수욕을 위한 준비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숙소 바로 앞바다에서 조개도 잡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젖은 옷은 빨아서 베란다에서 말릴 수 있었으니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주인장이 바다가 보이는 방을 주셨는데 방안 벽면에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어찌 보면 낙서지만 벽에 나름 정성스럽게 적어 놓은 글을 읽으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모..
거진 등대에서 시작한 숲길 걷기는 김일성 별장을 내려가면서 끝이 나고 이제는 온전히 오후의 태양을 맞으면서 화진포 호숫길과 화진포 해수욕장, 초도항을 거쳐 초도 해변에 도착한다. 초도 해변에서 하룻밤 쉬고 내일 49코스 나머지와 50코스를 걷는 것으로 해파랑길을 마무리한다. 산림 테라피원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직진한다. 산림 테라피원, 습지원 등은 모두 화진포 소나무 숲 산림욕장에 속한 시설들이다. 김일성 별장 내부로 들어가려면 입장권이 있어야 하지만, 해파랑길은 별장 옆으로 지나간다. 예전에 한두 번 다녀온 기억도 있으므로 우리는 그냥 스쳐 지나갈 예정이다. 하산길 솔숲도 여전히 훌륭하다.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도 훨씬 가까워졌다. 산책로 좌측으로 관람객들로 북적거리는 일명 김일성 별장으로 불리는 ..
고성군 거진읍 화포리를 걷고 있는 해파랑길 49코스는 화진포의 명물인 응봉을 오른다. 응봉에서의 환상적인 뷰를 즐긴 다음에는 해안 능선을 따라서 김일성 별장 방면으로 하산한다. 하산 길은 화진포 소나무 숲 산림욕장을 지난다. 응봉이라고 착각했던 봉우리를 내려가면 포장도로를 가로질러 다시 숲길로 들어간다. 다시 오르막 앞에서 응봉(정상) 표지판을 만난다. 응봉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을 때는 진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봉우리인 줄 알았다. 화진포 근방에서는 높은 봉우리로 매가 앉아 있는 형상이라고 응봉이라 이름 붙은 명소인데 그것을 몰랐었다. 아무튼 키 큰 소나무가 직사광선을 막아주고 작은 나무들이 싱그러운 공기와 냄새를 전해주는 숲길 걷기는 정말 좋다. 길은 화진포 해맞이교를 지난다. 거진리 해변을 한 ..
해파랑길 49코스는 거진항을 출발하여 항구 뒤편 거진 등대를 거쳐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 거진 해맞이봉 산림욕장을 걷는다. 약간의 굴곡이 있지만 어렵지 않은 숲 속 길을 걷는 시간이다. 산림욕장은 화진포까지 이어진다. 거진항 바로 뒤편으로는 거진리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작은 전시 공간이 있었다. 1970년대 오징어가 많이 잡히던 시절에는 인구가 2만 5천까지 늘었고 거진리는 거진 10리까지 분할되었고 1980년대 초에는 거진 11리까지 생겼다. 지금은 화진포의 관광 배후 지역으로 인기가 있지만 인구가 줄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벤치에서 바로 앞 마트에서 구입해온 아이스바와 냉커피를 마시며 넉넉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커다란 벽화 위에 "거진미항"이라 적은 언덕 위로 데크 계단을 올라 48코스..
작년 가을 우연히 시작한 해파랑길 걷기는 많은 추억과 기쁨을 선사해 주었다. 농번기를 피해 시간이 나는 대로 움직인 덕택에 올해 가을이나 가야 끝낼 것 같았던 50코스 완주도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에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중부 서해안에서 고성까지 가는 것은 그야말로 도전이다. 자동차를 몰고 갈 수도 있지만 원거리 운전이 마뜩하지 않기도 하지만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구간이면 버스나 기차에 몸을 맡기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일단 고성 지역으로 이동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서울 터미널에서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중간에 경유지가 있는데 버스 별로 경유지에 따라 180분이 걸리기도 하고 150분 만에 가기도 한다. 동서울 터미널까지 이동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KTX와 전철을 이용할 수도 있고,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