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변리에서 부구 삼거리까지 가는 해파랑길 27코스 나머지 구간은 비상활주로를 지나고 한울 원자력 발전소를 우회하는 경로이다. 발전소 부근이 오르막이기는 하지만 포장길을 지나므로 큰 무리는 없다. 죽변리 읍내를 떠나면 길은 숲길과 들길을 이어서 간다. 빗속에서 숲길을 걷는 독특한 맛이 있다. 숲길을 지나니 우리를 맞아주는 것은 넓은 들판과 푸릇푸릇한 보리밭이다. 바닷가 마을이지만 산 위에 이런 넓은 들판이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눈에 들어오는 넓은 풍경은 마음까지도 활짝 열어준다. 길은 비상활주로를 가로질러 가야 한다. 비상활주로는 공항이나 공군 기지의 활주로를 사용할 수 없을 때를 위한 공간으로 고속도로에 설치되기도 한다. 길이 막혀 있을 텐데 차 한 대가 들어오더니 잠시 멈추어 있다가 왔던 ..
죽변항에서 시작하는 해파랑길 27코스는 죽변리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 길을 시작한다. 죽변항과 죽변 등대 공원을 지난다. 울진 화성리 향나무도 수령이 500년이 넘은 천연기념물이지만 이곳 후정리 향나무도 500년 수령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이다. 바닷가 해안 도로 옆에 있으면서도 푸른 잎을 자랑하는 모습이 건강해 보인다. 전설에 의하면 울릉도에서 떠내려온 나무라고 한다. 죽변항 표지판을 따라서 항구로 들어간다. 죽변항은 국가 어항으로 해군 부대도 주둔해 있다. "죽변항에 잘 왔니더"하는 사투리로 죽변항을 안내하는 항구 안내판이 정겹다. "핵교 댕개 오겠심더, 집에 갈랍니더, 밥뭇심더"하는 ~더로 끝나는 경상도 사투리들이 나름 정겹다. 우리는 해안 스카이 레일, 후정 해수욕장, 드라마 세트장 방향으로 향한다..
양정항에서 해파랑길 26코스의 종점인 죽변항 입구까지는 평탄한 해안길을 걷는 무난한 길이다. 골장항과 봉평 해수욕장을 거쳐서 죽변항에 이른다. 대나리항을 지나 양정항으로 가는 길은 좌측으로는 경사도 심한 바위산을 우측으로는 흐린 날씨에 해안으로 무섭게 몰아치는 파도를 보는 걷는 길이다. 서늘하게 떨어지는 보슬비는 덤이다. 겨울이 가기 싫은지 늦겨울 내리는 비는 손이 시리게 한다. 산으로는 지난번 울진 산불의 상흔이 엄청나다. 산불로 바닥은 시커멓게 불탔지만 이곳의 나무들은 어느 정도 살아남은 듯하다. 이번에 내리는 비로 잔불도 모두 없어지겠지만 겨울비가 살아남은 나무들이 힘을 내는 영양제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양정항에 도착했다. 방파제가 있지만 항구 내부도 파도로 출렁거린다. 비가 내리는 날인데도 항구에..
부구 삼거리에 차를 세워두고 울진군청까지 버스로 이동한 우리는 지난번 여정의 남대천 천변길에 이어서 해파랑길 26코스를 걷는다. 연호 공원을 지나 대나리항으로 가는 길이 약간 오르막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평탄한 포장길이다. 부구 1리 버스 정류장에서 6시 30분 버스를 타니 오전 7시에 울진군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를 내리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작은 우산을 챙기기는 했지만 약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걷기에는 우비가 낫지 않을까 싶어 편의점에서 우비를 하나 구해 입었다. 눈이 섞여서 내리는 서늘한 날씨에 얇은 우비가 조금은 보온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연호에서 내려오는 실개천을 건너서 읍내리의 공세항길을 걷는다. 아파트 단지 앞 공세항길을 지나면 연호 공원으로 갈 수 있는 건널목을 만날..
해파랑길 25코스를 모두 걸은 다음에는 26코스를 이어서 걷는다. 왕피천을 따라서 이전에는 엑스포 공원으로 불렸던 왕피천 공원 옆길을 걷는다. 오늘은 인도교인 은어 다리까지 걷고 나머지 구간은 다음 여행 때 마저 걷는다. 울진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영덕으로 이동하여 영덕 터미널 인근에 주차해둔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해파랑길 26코스는 왕피천을 건너는 수산교를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왕이 피신한 곳이라고 왕피리라는 이름이 붙은 마을을 지나서 구불구불 내려오는 왕피천은 실제 발원지는 600미터의 높은 분지로 이루어진 경북 영양군 수비면 일원이다. 이 지역에서는 장수포천이라는 이름으로 흐르고 왕피리를 지나면서 왕피천이 된다. 왕피리의 유래에 대해서는 고려말 공민왕이 홍건적을 피해 왕피리에 머물..
오산리를 떠난 해파랑길은 917번 지방도로인 망양정로를 따라서 걸어간다. 태백산맥이 바다를 만나 급하게 멈추어 버린 듯한 산자락을 감싸며 걸어가는 길이다. 길은 매화면 오산리에서 근남면 진복리로 넘어간다. 계속 도로변을 따라 걸어야 하는데 길에 도보길이 따로 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좌우 어떤 곳으로 걸어야 할지 애매할 때가 있다. 차가 많지 않아서 차들이 알아서 비켜가기는 하지만 상호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가끔씩 둘이서 이야기라도 하는 상황이 되면 의도치 않게 도로를 점거해 버리므로 주의해야 한다. 도로 자체가 좁은 구간에서는 정말 난감했다. 어떤 분은 이런 상황이 거슬렸는지 트럭 창문을 내리더니 저기 한쪽으로 가세요! 한마디 내뱉고 가버린다. 바위에 뚫린 작은 구멍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한그..
망양 휴게소에서 영신 해수욕장, 덕신 해수욕장, 오산항을 거쳐 오산 3리 무릉에 이르는 경로다. 망양 휴게소에서 화장실도 다녀오고, 물도 마시고 잠시 앉아 뻥 뚫린 구름 아래로 동해 바다로 쏟아지는 태양빛도 감상한다. 휴게소를 벗어나면 삼척, 울진 방향으로 7번 국도 옆의 작은 길을 따라간다. 휴게소에서 내려오면 매화면 덕신리의 영신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지금은 고요하지만 해변에 얼마나 강한 파도가 몰아쳤는지 파도의 상흔이 보통이 아니다. 북쪽으로는 곧 만나게 될 오산항 방파제가 눈에 들어온다. 덕신리 앞바다는 파도가 강한지 해안 앞으로는 테트라포드들이 늘어서 있다. 잠시 7번 국도변을 걷지만 이내 덕신 1리 마을길로 들어간다. 우리가 망양정까지 계속 따라 걸어야 할 917번 지방도인 망양정로가 시작되..
평해 사구 습지를 떠난 해파랑길은 해안에서 월송정을 돌아 나와 구산 해수욕장에 이른다. 구산 해수욕장 중간에서 길을 나와서 구산리 마을길을 통해 구산항에 도착한다. 평해 사구 습지에서 시작된 해안길에서 해파랑길은 월송정 안으로 들어가라고 안내한다. 고려 충숙왕 당시 처음 세워졌다는 월송정은 조선 시대 중건을 거쳐 1969년 새로 지었지만 옛 모습과 달라 지금의 월송정은 1980년에 고려 양식에 따라 다시 세운 것이라 한다. 관동팔경 중의 하나다. 1980년 재건된 월송정의 현판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최규하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라고 한다. 신군부 세력에 의해 권한 없는 대통령, 최단기 재임 대통령, 비운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월송정 주변으로는 쭉쭉 뻗어있는 소나무 숲 사이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
후포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본격적으로 해파랑길 24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잔잔한 모래 해변으로 설치된 데크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데크길에서 바라본 후포리 해변과 멀리 등기산 스카이워크를 뒤로 하고 길을 이어간다. 평해 광업 사원 아파트와 평해 광업소의 모습. 평해 광업은 한국 공항에 소속되어 있다. 석회석을 채굴하여 판매하는 회사다. 울진군에는 평해읍, 후포면, 근남면 등지에 석회석 광산이 있다고 한다. 석회석은 시멘트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제지 산업에도 사용된다. 후포리 북쪽에 있는 제동항은 석회석을 실어 나르는데 이용되는 사설항으로 지금은 낚시꾼들의 아지터이다. 한국 공항은 광산 사업을 끝내면서 낡은 시설물을 철거하고 반환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데, 2021년 약속을 뒤집고 광업권과 ..
해파랑길 24코스의 시작은 등기산 공원과 스카이워크가 장식한다. 기성 터미널까지 대부분 포장길을 걷기 때문에 나름의 컨디션을 유지하면 큰 무리는 없는 코스이다. 겨울바람이 부는 후포항의 아침 풍경은 일품이다. 사진을 찍을 때 배경으로 들어와 준 갈매기가 얼마나 고맙던지...... 맑은 하늘 그 자체가 최고의 배경이고 최고의 미술가다. 정말 아름답다. 후포면 청년회에서 세웠다는 풍어의 닻. "가자! 청년이여 이 땅의 내일을 위하여"라는 문구에서 열정이 느껴진다. 풍어를 기원하는 것은 어느 항구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닻을 모티브로 한 상징물을 세웠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항구에 있는 한마음 광장이란 곳을 가로질러 모서리 골목으로 가면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 촬영지 안내판이 서 있는데 그 표지판 방향을 따라가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