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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포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본격적으로 해파랑길 24코스 걷기를 시작한다. 잔잔한 모래 해변으로 설치된 데크길을 따라 길을 이어간다.

 

데크길에서 바라본 후포리 해변과 멀리 등기산 스카이워크를 뒤로 하고 길을 이어간다.

 

평해 광업 사원 아파트와 평해 광업소의 모습. 평해 광업은 한국 공항에 소속되어 있다. 석회석을 채굴하여 판매하는 회사다. 울진군에는 평해읍, 후포면, 근남면 등지에 석회석 광산이 있다고 한다. 석회석은 시멘트의 원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제지 산업에도 사용된다.

 

후포리 북쪽에 있는 제동항은 석회석을 실어 나르는데 이용되는 사설항으로 지금은 낚시꾼들의 아지터이다. 한국 공항은 광산 사업을 끝내면서 낡은 시설물을 철거하고 반환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데, 2021년 약속을 뒤집고 광업권과 부지를 새 주인에게 일괄 매각하면서 지금은 소송 중이라고 한다. 

 

후포리를 지나면 잘 정비되어 있는 거일리 해변 길을 걷는다.

 

석회석 광산의 새 주인은 제동항의 석회석 선적 시설을 사용한다고 하는데, 부디 흉물로 남지 않기를 바라본다.

 

크기 않은 거일리 모래 해변에는 물새 한 마리 만이 외롭게 나들이 중이다.

 

최근에 정비 공사가 끝났는지 거일리 산책길은 깔끔 그 자체다. 인근 마을에서 산책 나오신 어르신들도 있었다.

 

거일리 산책길에서 바라본 은빛 동해 바다.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울진 대게 원산지 마을이라는 거일 2리에 도착했다. 영덕과 울진은 서로 대게의 원산이라고 투닥이지만, 역사책, 대게의 맛, 모양 누가 심판이 될지...... 원산을 따지기보다 건강한 바다 환경으로 지속 가능한 대게 산업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영덕 강구항에 몰려있는 수많은 대게 식당을 보면 영덕의 대게 수확량이 제일 많을 것 같지만 포항과 울진의 대게가 영덕 강구항으로 가는 것이다.

 

원산지 마을답게 울진 대게 조형물을 세워 놓았다. 황금 대게 평해 공원이다. 대게는 큰 게라는 의미가 아니라 다리가 대나무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란 것을 조형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고려 때부터 대게로 유명했다니..... 상당히 깊은 곳에 서식하는 대게를 그 당시에는 어떻게 잡았을까? 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인근에는 울진 바다목장 해상낚시공원도 있다. 공사 중인지 지금은 문을 닫았다. 인근 바다에 인공 어초를 투하해서 물고기들의 서식 환경을 마련해주고 지역민들이 공원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 의도는 좋지만 유료든, 무료든 시설이 흉물이 되지 않고 많은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해파랑길이 가는 해변길의 이름은 울진대게로 이다. 방호벽에 울진 나름의 색칠을 해놓았다. 거일리 앞바다에는 왕돌초라는 이름의 바닷속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있는 해역에서 대게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

 

해변길 바위 위에 아담하게 만들어 놓은 쉼터에서 목을 축이며 잠시 쉬어간다. 쉼터에서 바라본 해상 낚시 공원의 전경이다.

 

떼배를 띄우고 해녀들이 바위에서 채취한 미역을 싣는 있는 모습을 보았다. 영덕 경정리 해안에서 해안으로 떠밀려온 미역을 건지는 사람들을 보면서 "풍락초를 건진다"는 말을 처음 들었는데, 이곳은 풍락초가 아니라 자연산 돌미역을 본격적으로 수확하고 있는 모습이다. 울진의 바위 해변은 이곳을 돌미역의 보고로 만든 모양이다. 미역은 바닷속 1.5~20 미터의 바위에 붙어 서식하는데 이름 미역 짬이라 부른다. 이른 봄부터의 돌미역 채취를 위해서 가을이면 미역 포자가 잘 붙도록 소위 짬매기를 한다고 한다. 육지 밭의 김매기에 비유할 수 있겠다. 

 

해파랑길은 잠시 마을길 안으로 들어가지만 이내 해변길로 나온다. 마을 전체가 미역발을 꺼내 놓고 미역 말리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곳 사람들에게 돌미역은 돈을 만들어 주는 생명줄과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마을 또는 어촌계별로 미역짬을 나누거나 수확량을 나누는 방식으로 공동 작업하는 모양이었다.

 

마을 앞 작은 포구에는 떼배에 실어오는 미역을 받으려고 마을 사람들이 몰려있고, 트랙터까지 동원했다. 미역을 수확하는 날은 마을의 연중행사일인 모양이었다.

 

해안길 대게와 갈매기 모양이 있는 건조대가 해안길을 장식한다. 무질서한 수산물 건조대보다는 좋아 보이지만 의외로 활용도는 많이 떨어진다고 한다.

 

거일리 마을 곳곳에는 미역을 실어 나를 손수레도 내어 놓았고, 돌미역을 가지런히 널어서 말릴 미역발도 꺼내 놓았다. 어떤 분은 자리 잡고 앉아서 구명 뚫린 미역발을 손 보고 계신 분도 있다. 3월로 넘어가는 시기 거일리는 돌미역의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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