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TMB경로가 아닌 GR5 경로 중에 있는 로베르 블랑 산장을 출발하여 프랑스-이탈리아 국경인 세이뉴 고개를 지나서 이탈리아 쿠르메이유까지 이동하는 TMB 4일 차 걷기는 세이뉴 고개를 앞둔 지점까지 왔으니 큰 고비는 넘긴 것입니다. 14Km가 넘는 걷기 일정 중에서 눈길과 암벽 타기, 쇠줄 타기가 있었던 초반 4Km의 난 코스를 지나왔기 때문에 남은 거리가 10Km가 넘기는 하지만 완만한 내리막 길이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은 없는 길입니다. 쇠줄을 붙잡으면서 절벽을 타고 오르면 완만한 내리막 아래로 멀리 세이뉴 고개가 보입니다. 저희 TMB 걷기 일정중에는 계속 날씨가 좋았는데 오늘은 조금 흐린 지 아침에는 눈이 내렸고 세이뉴 고개에 이르니 강한 바람과 함께 안개가 자욱합니다. 아무래도 고개가 구름..
글레이셔 빙하(Le glacier des Glaciers) 아래 부분을 가로지르는 과정에서 망가진 출렁다리 덕택에 없어진 길을 등산화를 물에 적셔가며 겨우 건넜는데 TMB 걷기 4일 차는 이제 산등성이를 하나 넘고 계곡을 가로지러 다시 산등성이를 하나 오르면 위험한 구간은 완전히 벗어나서 세이뉴 고개에서 클래식 TMB 경로와 합류하게 됩니다. 길 없는 계곡을 뚫고 지나오니 드디어 쇠줄을 붙잡고 지나야 하는 구간이 나타납니다. 무거운 배낭을 뒤에 매달고 쇠줄을 타는 것은 보기와 달리 긴장감 가득이었습니다. 다행히 손아귀의 힘은 누구 못지않은 옆지기도 차분하게 잘 따라 오릅니다. 힘들기는 하지만 가파른데 아무런 장치가 없는 구간보다는 나았습니다. 위의 그림처럼 가파른 산비탈을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더라도 길의..
로베르 브랑 산장에서 시작하여 프랑스-이탈리아 국경인 세이뉴 고개를 넘어 이탈리아 쿠르메이유까지 가는 TMB 걷기 4일 차 일정은 한 여름밤에 내린 눈으로 시작부터 난관이었지만 일단 부딪혀 보자! 하는 각오로 걷다 보니 경로의 상당 부분을 지나올 수 있었습니다. 천사 같은 분의 도움도 있었지요. 저희 앞에서 길잡이처럼 앞서 가시던 팀도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고 노란색 두 줄짜리 표식을 따라서 글레이셔 빙하 하단 지역을 통과하는데 폭포 앞에서 표식을 더 이상 찾을 수 없었습니다. 고개를 들어 등산로 흔적을 찾아보니 폭포 건너편으로 바위에 표시된 두 줄짜리 표식과 망가진 출렁다리만 있을 뿐이었습니다. 아마도 눈사태로 다리가 완전히 망가진 모양이었습니다. 문제는 도통 폭포를 넘어설 길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도착했던 로베르 블랑 산장(Refuge Robert Blanc, 2,750m)에서의 하룻밤은 감사와 3일 연속 산장에서 묵는 강행군의 피곤함 속에 잠을 잔 건지, 그냥 쓰러진 것인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물을 갈아먹어서인지, 체력 소모에 비해서 영양 섭취가 부실해서였는지 속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산장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인가 걸을 힘이 보충되는 것은 그저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프랑스-이탈리아 국경인 세이뉴 고개(Col de la Seigne, 2,520m)까지는 약간의 내리막과 오르막이 있기는 하지만 거의 비슷한 고도입니다. 북쪽으로 글레이셔 침봉(Glaciers, 3816m)을 보면서 글레이셔 빙하(Le glacier des Glaciers)의 아래 부분을 가로..
클래식 TMB가 아닌 경로를 10Km 내외로 걸었던 TMB 걷기 3일 차도 이제 마무리되어 갑니다. 몽 통뒤(Mont Tondu, 3,196m) 자락을 넘어서 글레이셔봉(Glaciers, 3,816m) 자락에 위치한 로베르 블랑 산장(Refuge Robert Blanc)에 도착합니다. 체력이 달리는지 이제는 백보 걷고 잠시 쉬고, 백보 걷고 잠시 쉬는 거북이 걸음이 이어집니다. 벨라발 계곡에 있는 아주 작은 호수를 지나 몽 통뒤 산자락을 약 백여 미터 완만하게 오르면 잠시 동안 산허리를 걷습니다. 위의 산허리에서 바라보는 건너편 방향의 모습입니다. 파란 하늘, 흰 구름, 검은 바위산과 하얀 잔설, 초록빛 들판까지 어떤 곳에도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태초의 지구를 바라보는 듯합니다. 드문드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