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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레 1, 2코스의 점심은 성산읍의 착한 마녀 김밥으로 해결 했습니다. 김밥에 들어가는 노란 단무지 대신 주인장이 비트로 물들인 보라색 무가 들어간 독특한 김밥이었습니다. 종이 호일에 하나씩 정성스럽게 싸주는 김밥은 2,500원 기본 김밥도 맛이 좋았습니다. 보라색 물들인 무가 들어간 독특한 김밥 만큼이나 깔끔한 외관의 김밥집은 안에 들어가 보면 주인장이 직접 그린 그림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을 배우면서 그려 두셨던 그림들을 돌려가며 걸어 놓으신다고 합니다.
착한 마녀 김밥 집앞의 고성리 제주은행 버스 정류장. 201번이나 205번을 타면 올레 1코스의 시작점인 시흥리까지 갈 수 있지만 버스가 방금 지나갔는지 다음 버스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읍내 답게 택시들이 많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그중에 오는 것을 타고 올레 1코스 입구까지 가자고 하니까 기사분께서 요금이 4천원이라고 미리 말씀해 주시더군요. 두명이서 4천원이면 택시 탈만하죠!
택시를 탔더니 창으로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집니다. 일기 예보에서는 구름만 많다고 했는데......하며 어떻게 해야하나 염려하고 있었는데 막상 올레 입구에서 택시를 내리니 구름은 많았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올레 1코스를 본격적으로 걸어 봅니다.
시작점에서 1킬로미터 정도 걸으면 본격적인 오름으로 들어서기 전에 안내 센터를 만날 수 있습니다.
"맨처음 마을"이라는 의미의 시흥리는 올레 시작점입니다. 제주 목사가 순시를 시작했다는 시흥리에서부터 제주 목사가 순찰했던 경로를 따라가지는 않지만 어쨌든 제주 목사가 순찰을 마친 종달리까지 올레 1 코스는 이어집니다.
올레 입구에서 바라본 두산봉.
비를 머금은 12월의 제주 들판. 육지는 영하 10도아래까지 떨어져서 밭에 푸른색이라고는 도무지 찾기가 어려운데 제주도의 12월은 마치 봄과 같이 푸릇 푸릇 합니다. 그 푸른 잎에 맺힌 물방울이 마치 보석과 같습니다.
보일듯 말듯 무우밭 구석의 보라색 들꽃이 겨울비 가운데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는듯 합니다.
줄기가 마른 감자밭. 육지에서는 하우스에서 감자를 심어서 봄에 캐거나, 이른 봄에 감자를 심어서 하지 무렵에 수확한다고 해서 "하지 감자"라 하기도 하는데 제주에서는 가을에 심어서 당근을 캘 무렵인 겨울에 수확한다고 해서 "겨울 감자"라고 합니다. 일년에 두번 감자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합니다. 육지에서는 감자 잎이 푸른 상태에서 감자를 캐지만 제주에서는 위의 사진들처럼 잎이 모두 마른 상태에서 감자를 캔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작황이 좋지 못해서 그냥 밭을 버린것인가? 하는 착각을 했었는데 저렇게 마른 감자 줄기 아래에 토실 토실한 감자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올레길은 계절별로 지역별로 주민들이 키우는 작물들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대부분은 육지에서 쉽게 만나 볼 수 없는 작물들이기도 합니다. 두산봉 근처 지역에서 겨울에 만날 수 있는 작물들은 무우, 감자, 당근등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12월의 당근밭입니다. 곧 수확을 앞두고 있는 당근의 푸른 잎이 부럽습니다.
무우 밭 뒤로 조금 더 가까워진 두산봉의 모습입니다.
제주 올레의 시작점이라 그런지 유리로 멋지게 만들어 놓은 "제주 올레 안내소". 총 8곳의 공식 안내소 중의 하나로 올레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자료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볼일을 보고 가는게 좋죠. 안내소에 있는 화장실입니다.
두산봉 입구입니다. 제주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이곳에 자동차를 주차해 두고 두산봉에 오르는 모양이었습니다. 지도를 보면 말미오름과 두산봉을 거쳐서 길을 돌아 출발 위치까지 오는 길이 있습니다.
맨 끝에 있다해서 이름이 "말미 오름"인 이곳과 두산봉은 다른 오름과는 다른 얕은 바다 속의 화산 활동으로 생성된 오름이라고 합니다. 수중 분화구 내부에 이차적으로 생성된 화구구를 가진 이중식 화산체입니다.
두산봉 트레킹 코스와 올레길이 같은 것이 아니므로 코스 안내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소, 말조심"이라는 특이한 표지판이었습니다. 이 당시만 해도 길을 걷다보면 실제로 닥칠 일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특이하네!" 정도로 웃어 넘겼던 표지판입니다.
마을 분들을 위한 운동 기구들과 단정하게 심기워진 화초들. 좋은 전망과 공기를 숨쉬며 운동할 제주분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입니다.
수선화가 꽆을 피우려고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말미오름과 두산봉을 오르는 길은 위의 사진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산행하기에 참 좋았습니다. 비가 온 뒤의 촉촉하고 상쾌한 공기도 좋고 가을을 지난 풀냄새와 나무 냄새도 길을 걷는 이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중턱에서 바라본 내륙쪽 전경. 언제 비가 왔었나? 할 정도로 끝내주는 풍경을 선사합니다.
아침 해를 받아 반짝이는 바다와 12월에도 푸른 들판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냅니다.
산 곁으로 보이는 성산 일출봉과 해를 받은 구름의 풍경이 입을 저절로 트이게 하는 감탄을 하게 합니다.
오름에서 올레길을 정비하고 계신 어르신들. 올레길을 걷다 보면 풀길도 들판도 쾌적하게 걸을 수 있는 것은 이와 같은 분들의 꾸준한 관리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오름에서 바라본 바다쪽 풍경. 눈을 상쾌하게 합니다.
멀리 성산 일출봉의 풍경. 오늘 저곳을 지날텐데...... 오름에서 바라보고 있자니 까마득 합니다. 그래도 걷다보면 닿을 수 있겠지요.
한 겨울에 바라보는 푸르름 때문일까요? 오름에서 바라본 성산쪽 마을 풍경은 푸른 밭과 나무들이 어우러져서 마치 북유럽에 온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정도 이국적인 느낌을 받습니다.
말미 오름을 걷다보면 자주 목격하는 소똥. 건조한 몽골이라면 잘 모아서 땔깜으로 사용했을 훌륭한 재료이지요.
억! 올레길 한 가운데에서 풀을 뜯고 있는 황소가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덩치도 산만해서 멈춘 걸음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른체 서 있는데 트레킹 하시는 다른 분들이 소 사이를 자연스럽게 걸어 가십니다. 저분을 따라가면 되겠다 싶어 걸음을 떼는데 뒤따라 오시는 빨간색의 등산복을 입으신 여성분들이 비명을 지르며 소 곁을 지나갈 때는 제네들이 흥분하면 어쩌나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다행인것은 사람과 원숭이, 일부 새를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들은 색맹이어서 그냥 흑백으로 사물을 구별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왜 등산로 입구에 "소, 말조심"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세워 놓았는지 이제야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무튼 소들이 사람에게 달려들거나 쫓아 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옆으로 조용히 지나가면 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평소 소와 친해 본적이 없는 사람에게 방목중인 소들과 만나는 것은 그리 편안한 일만은 아닙니다.
올레길은 길 자체가 아름다운 곳이 많습니다. 마른 풀과 낙엽, 난간을 배경으로한 소나무가 한폭의 그림입니다.
시흥 올레의 한반도 언덕. 푸른 들판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한반도 모양의 밭을 조망할 수 있는 곳입니다.
한반도 모양의 밭이 다른 곳과 다른 상태라면 금방 찾을 수 있지만 비슷한 상태에서는 퍼즐 조각 찾기 같습니다. 아무튼 절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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