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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를 지나서 천안시 끝자락인 지장리를 걷고 있는 백의종군길 5코스는 개치고개를 넘어서 충남 공주시 정안면으로 진입한다. 잘 정비된 등산로가 아닌 산길을 걸으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개를 넘으면 정안면 월산리 마을길을 따라 정안천 방면으로 내려가고 이후로는 정안천을 따라서 이어지는 정안마곡사로 도로를 걸어 광정삼거리에 이르고 정안면 읍내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천안의 남쪽 끝자락인 지장리 마을길을 걸으며 고도가 조금씩 올라갈수록 산은 깊어지고 민가의 흔적은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진다. 길은 시내버스의 종점인 석지골로 향하며 도인사라는 사찰을 지난다.

 

매력적인 향기를 내뿜는 찔레나무가 풍성하게 꽃을 피웠다. 딱 이 계절에 만날 수 있는 꽃을 보니 반갑지 그지없다.

 

도인사라는 사찰을 지나면 버스 종점 방면으로 가지 않고 손무지골 방면으로 우회전하여 들어간다. 이제는 민가도 없고 길도 끊어지고 있다. 그나마 백의종군길 빨간 리본이 위안이 된다.

 

드디어 5코스를 시작하며 염려했던 장면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길의 흔적만 있을 뿐 풀숲이 우거져서 길을 분간하기 어렵다. 혹시라도 뱀을 만날까 긴장하며 풀숲을 헤치며 걷다 보니 GPS를 점검하는 것을 놓치고 말았다. 결국 GPS를 따라 길을 돌아오니 나무에 걸린 백의종군길 리본을 만날 수 있었다. 그나마 최근에 달아 놓은 것으로 보이는 리본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초반의 풀숲을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산행이 시작되며 무난하게 길을 찾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최근에 촘촘하게 리본을 달아두신 모양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눈을 들어보니 멀지 않은 곳에 고갯마루가 있는 모양이다. 지자체의 둘레길 같은 것이 이곳을 통과했다면 길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길을 이어간다.

 

이제 초여름인데 이곳은 낙엽에 발이 푹푹 빠질 정도이다. 길이 고갯마루에 이르자 고비가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에 환호성을 질렀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보통은 고갯마루에 오르면 내리막길을 편안하게 내려가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고개 반대편으로 길이 없었다. 옛날에서 공주 사람들이 아산으로 장을 보러 갈 때도 이곳을 이용했고, 인조가 피난할 때도 이곳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길이 없다.

 

고갯마루에서 좌측으로 가야 하나 우측으로 가야 하나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좌측으로는 새로운 리본이 매여 있었고 우측은 원래의 GPS 경로인 데다가 밧줄도 매어 있었다. 우측 초반에는 리본이 없었지만 조금 올라가니 색 바랜 리본이 있어서 문제가 없겠다 싶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나 잘못된 선택이었다. 리본을 따라서 좌측으로 가야 했다.

 

GPS 경로를 따라 이동하며 더 이상 리본을 만나지 못하자 그래도 길이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로 움직여 본다. 그러나, 길은 경사가 급한 지역으로 가게 된다.

 

급한 경사면으로 내려가는 길은 가면 갈수록 이것은 길이 아니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산아래로 공주시 정안면의 그림이 손에 닿을 듯 하지만 한발 내딛는 것이 조심스럽다.

 

급한 경사를 내려가며 옷은 흙투성이가 되었고 중간중간에 만나는 가시나무는 손과 몸에 생채기를 남긴다.

 

작은 나무줄기에 의지하여 길을 내려가지만 GPS는 절벽으로 이어지고 어쩔 수 없이 그냥 감에 의지해서 길을 찾아가야 했다. 고갯마루에서 리본을 따라서 반대편으로 가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밀려온다.

 

길은 아니었지만 가시덤불과 풀숲을 헤치고 드디어 공주시 월산리 마을길로 들어선다. 워낙 치열했던 하산길이라 마을길에 돗자리를 깔고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신발도 몸도 말이 아니었다. ㅠㅠ 누군가에 대한 원망보다는 고갯마루에서 새로운 백의종군길 리본을 따라가지 않은 아쉬움만 깊이 남았다.

 

개치고개에서 내려오는 길은 최악의 경험이었지만 개티길을 따라 내려가는 월산리 마을길은 발걸음도 가볍다. 계곡에 자리한 캠핑장에서는 5월에 벌써 아이들은 물놀이가 한창이다.

 

어느덧 밤꽃이 피는 계절 밤으로 유명한 공주의 밤나무는 꽃을 피우기 위하여 준비가 한창이다.

 

개티길을 따라 내려온 길은 정안마곡사로 도로를 따라서 우측으로는 정안천과 함께 공주시 정안면 읍내로 향한다. 월산개티마을 이라는 공주시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버스 정류장도 지난다. 우리가 우여곡절 끝에 지나온 개치고개라는 이름은 바로 이곳 개티마을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정안마곡사로 도로를 따라가는 길에서 소랭이마을 활성화센터를 만나서 잠시 일도 보고 쉬어 가기로 했다. 다랑이 논 또는 다랭이 논은 여러 지역에서 만나 보았지만 소랭이 마을이라는 이름은 처음이다. 이 지역이 군사적 요충지로 예전에 대장간이 많았다고 해서 쇠가 많이 나는 골짜기라고 "쇠랭이"라 부르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정안마곡사로  도로를 통해서 정안면 읍내로 향하지만 도로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깊은 계곡을 거쳐서 마곡사 계곡까지 이어지는데  이 도로가 가는 길을 보면 공주시의 70%가 산지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그나마 정안면 읍내로 향하는 이 지역은 평야가 조금 있는 편이다.

 

도로를 걸으며 정안면 월산리에서 대산리로 넘어온 길은 대산교로 정안천을 건너서 이제는 정안천 우측에서 읍내로 향한다. 한 코스가 30Km를 넘기는 백의종군길은 옆지기에는 힘든 모양이다. 점점 더 속도가 늦어지고 쳐지기 시작한다. 

 

솟대가 세워진 마을 입구에는 구름뱅이길이라는 표지가 세워져 있다. 마을 모양이 떠다니는 구름처럼 생겨서 생긴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한자로 표기해서 운방동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인데 구름뱅이가 더 재미있는 이름이다.

 

어느덧 길은 대산리 끝자락을 향해서 가고 있다.

 

공주시 정안면 대산리를 지나 광정리로 넘어가는 지점으로는 머리 위로 천안논산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자동차로 수없이 지나다니던 그 고속도로 아래를 두 발로 걷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느낌이 새롭다.

 

광정리로 들어선 길은 광정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정안면 읍내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코스를 끝내고 보니 저녁 6시가 지나고 있어서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았는데 다행히 한 음식점이 문을 열고 있어서 콩국수와 잔치국수로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분식집인데 카페도 하는 특이한 가게였다. 지친 몸에 입맛이 없었는데 시원한 콩국수의 만족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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