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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포에서 하룻밤 휴식을 취한 우리는 만리포 해변을 시작으로 69코스 걷기를 이어간다. 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에서 의항리로 넘어간다. 해변 끝자락에 이르면 163미터의 국사봉을 넘어 천리포로 향한다. 국립공원 지역이므로 좋은 숲길을 걷는 코스이다. 길은 천리포 해변으로 나가지는 않고 해변 뒤의 마을길을 통해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만리포 해수욕장 중앙에 있는 워터 스크린을 보면서 여정을 시작한다. 한 방송사에서 시보 방송을 내보낼 때 카메라는 이 워터 스크린을 관통해서 바다를 조망하는 방식이었다. 만리포를 방문하기 전에는 저게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만 있었는데 알고 보니 워터 스크린이었던 것이다. 낮에는 그냥 조형물일 뿐이지만 해가 지면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는 존재이다.

워터 스크린 안에서 바다로 잠기는 멋진 석양을 감상하고 이어서 흐르는 물에 비치는 화려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니 낮보다는 밤에 그 진가를 발휘하는 존재이다.


광활한 모래사장을 자랑하는 만리포 해변에서 북쪽 천리포를 향해서 69코스를 시작한다. 커다랗게 세워놓은 "만리포니아"라는 조형물을 보니 굳이 캘리포니아를 차용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곳을 애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이겠다는 생각도 든다.



만리포 해변 끝자락에 이르면 펜션들 사이의 길을 따라 국사봉 오르기를 시작한다. 물론 만리포에서 천리포로 이어지는 도로가 있기는 하지만 국립공원으로 관리하는 국사봉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깊은 숲 속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매력적인 의항리 국사봉 오르기를 시작한다. 국사봉이라는 산 이름을 만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철수, 영희처럼 봉화산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제일 흔한 산이름 중의 하나이다.


조금은 쌀쌀한 10월 중순의 날씨 속에 감미로운 가을 햇살이 들어오는 국사봉 숲 속으로 들어간다.


완만한 오르막 길은 1Km 정도 이어진다. 약간은 서늘한 공기가 상쾌함을 더해주는 가을 걷기에 이만한 산책로가 있을까 싶다.


고도 163미터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정상 부근에 이르면 경사가 조금 가파르다.


몸에 열기가 오르고 땀이 베이는 시점이 되니 길은 정상부에 이른다.

서쪽 산 아래로 천리포 해변과 천리포항이 시야에 들어온다. 만리포 북쪽에서 뭍닭섬을 사이에 두고 1Km 정도 이어지는 천리포 해변은 실제 길이로는 2리에 해당하지만 만리포 덕분에 천리포의 이름을 가진 것 아닌가 싶다.


정상부에서 2백여 미터 더 걸으면 국사봉 전망대에 닿는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전망대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감탄이 터지는 국사봉 전망대에 도착했다. 만리포에서 천리포로 가는 짧은 길이 있음에도 굳이 산으로 돌아온 값어치를 하는 뷰가 펼쳐진다.


만리포 해변은 숲에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멀리 만리포항이 보이고 가깝게는 천리포 해변과 만리포 해변을 가르는 뭍닭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천리포 해변 앞에 있는 섬은 닭섬이다. 닭의 벼슬처럼 생겼다고 붙은 이름이다.


국사봉 전망대를 지난 길은 하산길로 접어든다.


걷는 이에게 완만한 내리막 숲길 같이 좋은 길은 없다. 늘 짧게 끝난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사봉 하산길 끝은 천리포 수목원의 담장이다.


천리포 수목원의 담장길을 따라서 해변으로 향한다.


수목원 근처라 그런지 나무들도 예사롭지 않다. 매끄러운 회색의 수피를 가진 서어나무로 보이는데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상상되는 깊고 짙은 숲을 통과한다.


개울처럼 물이 많은 곳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흰고마리가 하얀 꽃을 활짝 피웠다. 그냥 잡초 취급받지만 수질 정화 능력도 좋고 피부 노화와 주름을 억제하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나물로도 먹을 수 있고 다양한 약용 능력도 있다고 하니 놀라운 식물이다.


산을 내려온 이후에는 천리포 마을길을 따라 걷는다. 코스모스가 이곳을 처음 찾는 나그네에게 인사를 건네준다.


가을은 코스모스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7월부터 10월까지 꽃을 피우는 무궁화의 계절이기도 하다.


길은 국내 1호 사립 수목원인 천리포 수목원의 생태교육원을 돌아서 간다. 웃는 얼굴의 장승에 잠시 미소를 지으며 길을 이어간다.


서해랑길은 해변으로 나가지 않고 해변과 한 블록 떨어진 골목길을 걸어서 북쪽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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