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금소만의 길목에 위치한 통개항까지 내려온 서해랑길은 남서쪽으로 뒤끈이산 아래 자락을 따라 내려가서 아치내에 이른다. 아치내 캠핑장을 지나면 뾰족산 파도리 산책로를 걷는다. 태안 해안 국립공원 지역의 경계를 걸으면서 북쪽으로 이동한다. 70여 미터의 높지 않은 뾰족산을 내려오면 파도리 마을길을 거쳐서 파도리 해수욕장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통개 해변을 나와서 남서쪽으로 아치내를 향해서 가는 길, 우리는 통개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서해랑길에서는 이런 한적한 곳에서 만나는 버스 정류장이 좋은 쉼터가 되곤 한다.

정류장에서는 버스 승차 알림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었다. 처음 보는 시스템이었는데 버튼을 누르면 불이 켜져서 멀리서 오는 버스가 저곳에 버스에 탈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낮에도 유용하지만 어스름한 저녁이나 어두운 밤에는 더욱 유용하겠다 싶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이나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 모두에게 유익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개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남서쪽으로 길게 뻗은 뒤끈이산 아래 자락을 따라 아치내 마을로 향한다.


이곳으로 오는 버스의 종점인 아치네 마을을 지나서 작은 고개를 넘어가면 아치네 캠핑장을 만날 수 있다. 아치네라는 마을 이름이 특이해서 그 유래를 찾아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벼슬아치, 장사치처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접미사 이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작은"을 의미하는 순우리말로 아치가 있다고 한다. 작은 골짜기 마을이라는 의미로 아치네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마을 뒤의 언덕길을 넘어서면 태안군 소원면 남서쪽 끝자락의 해안선에 닿는다.


해안 끝자락에는 펜션과 캠핑장이 자리하고 있어서 주말을 맞아서 이곳을 찾은 많은 캠핑족들이 캠핑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들이었다.

길은 캠핑장 앞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뾰족산 산책길로 들어선다. 77미터의 높지 않은 산이다. 이제부터는 태안 해안 국립공원의 경계선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싸리나무도 가을을 맞아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예전에는 우리 생활과 가깝게 있었던 식물인데 점점 잊히는 식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릴 적 말썽을 피우면 종아리를 아프게 했던 회초리가 보통은 싸리나무 가지였고, 지금은 중국산 대나무 빗자루가 대신하고 있지만 마당은 싸리 빗자루가 대세였던 시절이 있었다. 싸리나무의 가지로 엮어 만드는 싸리문, 싸리 광주리도 있었다.

흙길이기는 하지만 길 주위로 가을을 맞이하는 들풀들의 꽃향연이 화려하다. 물론 눈길을 주어야 보이는 법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눈길을 주면 가을 들판은 풍성함으로 내게로 온다. 산박하라는 꿀풀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자연에는 아름다운 것들 천지이다.


흙 비탈에서 만난 이 꽃은 초롱꽃과의 잔대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가느다란 가지가 안쓰러울 정도로 가지에 비해서는 아주 큰 꽃을 피웠다. 단아한 색이 참 좋다.


아치네 해변을 지나온 길은 뾰족산 임도로 진입한다.


초반 오르막이 있었지만 높지 않은 산으로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나무숲 사이로 탁 트인 서해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뾰족산 임도는 태안 해안 국립공원 경계를 따라 북쪽으로 이어진다. 노란 국립공원 말뚝이 이곳이 국립공원 경계임을 알려준다.


임도를 만들면서 생긴 경사면에는 흙이 거의 없는 바위처럼 보이는데 소나무 씨가 날아와서 뿌리를 내렸다. 생명의 신비란 사람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뾰족산 우측으로는 우리가 지나왔던 통개 해변도 보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을 내려가는 지점에 이르니 파도리 마을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임도에서 산책하는 분들을 만나기도 했었는데 산을 내려오니 파도리 산책로 안내도가 세워져 있었다. 인근 캠핑장이나 펜션에 놀러 오신 분들인 모양이었다.


산을 내려온 길은 파도리 마을길을 가로질러 간다. 소원면 남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파도리는 이름 그대로 파도가 거칠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마을 곳곳에는 유명지라서 그런지 펜션들이 많았다. 길은 폐교 상태인 옛 파도 초등학교 앞에서 해안으로 나간다.

원래의 서해랑길은 파도리 해수욕장의 해변길을 걷지 않고 해변 바로 뒤의 마을길을 걷지만 바다가 너무 좋아서 우리는 해변으로 나가서 잠시 쉬다가 그냥 해변을 걸어서 원래의 서해랑길과 합류하기로 했다.


몽돌이 깔려있는 파도리 해수욕장은 정말 인상적인 해변이었다. 한참을 해변에 앉아 있었다. 먼 거리만 아니라면 매주 오고 싶은 그런 아름다운 바다였다.

파도리 해변은 태안 해안 국립공원 지역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관리할 만큼 훌륭한 경치를 가진 곳이었다.


파도와 바람에 깎인 바위 위에 자리 잡은 소나무도 예사롭지 않다. 그냥 길로 걷지 않고 해변 걷기를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굵은 모래와 몽돌이 깔린 해변을 사그락 사그락 걸어간다.

북쪽으로는 깎아지른 바위 해안이 이어진다. 멀리 보이는 하얀 등대는 어은돌항의 방파제에 세워진 등대이다.


깨끗하고 아름다웠던 파도리 해변을 뒤로하고 해변을 걸으며 여정을 이어간다.

어은돌 해변까지 계속 해변을 걸으면 좋겠지만 길이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망미산을 오르는 원래의 서해랑길로 향한다. 사람들은 멀리까지 해변을 계속 걸어가는데 아마도 파도리 해식 동굴을 가는 모양이다.
'여행 > 서해랑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해랑길 69코스 - 만리포해변에서 천리포 (0) | 2025.03.30 |
---|---|
서해랑길 68코스 - 파도리 해변에서 만리포 해변 (0) | 2025.03.29 |
서해랑길 68코스 - 송현마을에서 통개해변 (0) | 2025.03.27 |
서해랑길 67코스 - 낭금리에서 송현마을 (0) | 2025.03.26 |
서해랑길 67코스 - 도황마을에서 낭금리 (0) | 2025.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