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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해안 국립공원 지역인 파도리 해수욕장을 지난 길은 93미터의 망미산을 넘는다. 망미산을 내려온 이후 어은돌 해변부터는 국립공원 지역을 벗어나지만 계속 북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국립공원 경계와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또는 경계선을 오락가락하며 함께 간다. 어은돌 해변 이후로 모항저수지와 모항항구를 차례로 지나고 모항의 북쪽 산을 돌아가면 만리포 해변에 닿는다.

 

원래의 서해랑길에서 벗어나 해안을 걸으며 파도리 해변의 아름다움을 만끽한 우리는 해변 끝자락에서 서해랑길로 올라가서 여정을 이어간다.

 

높지 않은 망미산 산책로 걷기를 시작한다. 국립공원 구간이라 그런가? 아니면 그냥 느낌인지 몰라도 탐방로가 깔끔하다.

 

탐방로 좌측으로는 서해 바다를 보고, 숲 위로는 새파란 가을 하늘을 보면서 상쾌한 숲길을 걷는다.

 

93미터의 망미산 넘기는 길지 않은 시간으로 금방 끝이 나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정상을 넘어가는 길도 아니다.

 

망미산을 내려온 길은 어은돌 해변으로 이어진다. 풍성한 솔숲으로 캠핑장들이 쭉 이어진다. 

 

남쪽으로 오후의 태양이 강렬하게 쏟아지는 바다는 잔잔한 은빛 물결이 찰랑 거린다. 남쪽 멀리 보이는 것은 가의도이다. 태안 해안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섬으로 태안 8경 중에 속해있다고 하니 신진항에서 배 타고 한번 들어가 보고 싶은 섬이다.

 

어은돌 해변에서 모래 사장을 걸으며 바닷물에 발을 적시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하나의 작품이다. 작품명은 "두 형제의 조용한 탐구!"

 

활처럼 휘어진 해변길을 따라서 캠핑장 앞을 가로질러 간다. 오토 캠핑하며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캠핑족 앞을 지나자니 서로 조금 뻘쭘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누가 찍어도 작품이 될 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이 어은돌 해변에서 펼쳐진다. 어은돌 등대, 남쪽 바다 가의도, 강렬하면서도 따스한 가을 햇살, 은빛 물결, 항구로 들어오는 작은 어선들, 황금 모래밭에서 쉬고 있는 물새들 무엇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우리는 어은돌 해변에 있는 편의점에서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주말을 맞아서 나들이 나온 가족 여행객들을 보며 망중한의 한때를 보낸다.

 

어은돌 해변을 떠난 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마을길을 걸어 북쪽으로 이동한다.

 

마을길을 벗어나면서 50여 미터의 작은 언덕길을 올라야 하는데 시끌벅적한 단체 걷기 여행자들을 만난다. 함께 모여서 걸으니 신나고 재미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사람들이 몰려다니면 나이 불문 시끄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서해랑길과 태안 해변길이 많은 구간 겹치지만 저분들은 어떻게 오셨는지 차마 묻지 못했다. 언덕 위에서 계곡 아래의 어은돌 마을을 내려다본다.

 

언덕 위로 올라온 길은 능선길을 따라서 모항 저수지로 향한다. 태안 해변길은 학암포에서 1코스를 시작하여 남쪽으로 내려가며 안면도 명목항에서 7코스를 마무리한다. 이곳은 태안 해변길 3코스 파도길에 해당한다.

 

길은 모항 저수지 남쪽으로 진입하여 동쪽으로 돌아서 간다. 길 우측으로는 송현리와 모항리 사이의 바다를 막아서 만든 광활한 농지에서 벼가 황금색으로 익어서 수확을 앞두고 있다.

 

저수지 둑에 피어난 코스모스가 구름 한 점 없는 새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가을색이 완연하다.

 

모항 저수지를 동쪽으로 돌아온 길은 우측 마을길로 가지 않고 서쪽 언덕길을 통해서 저수지 북쪽의 산길로 향한다.

 

강렬한 오후의 태양이 비추고 있는 모항 저수지를 뒤로하고 모항항을 향해서 북쪽으로 임도를 걸어간다.

 

이곳에서 모항항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는 태안 해안 국립공원의 경계선 안으로 들어갔다가 밖으로 나갔다 반복하며 능선길을 걷는다. 서해랑길은 잘 정비된 태안 해변로 덕분에 좋은 탐방로를 함께 걷는다.

 

따스한 햇살이 감미롭게 들어오는 숲길은 행금이 쉼터를 지난다. 쉼터라 하기에는 조금 소박하다.

 

행금이 쉼터라는 이름은 원래 생금이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이 지역에서 사금이 많이 나왔다고 불렸던 이름이다. 정자도 없고 넓지도 않지만 따스한 가을 햇살을 만끽하며 쉬어갈 수 있는 좋은 곳이다.

 

숲 좌측으로 모항 방파제가 보이니 숲길도 서서히 끝나가는 모양이다.

 

숲길이 끝나자 시야에 모항항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항 치고는 규모가 있어 보인다.

 

골목길을 통해서 모항항으로 빠져나온다. 모항항 수산물 직판장도 있고 항구 주변으로 횟집도 한둘도 아니다. 모항항은 태안 지역 어업의 주요 거점 중 하나로 많은 수산물들이 이곳을 통해서 유통된다고 한다. 우럭 낚시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국가어항으로 관리되고 있다.

 

많은 음식점과 펜션들이 즐비한 모항 항구를 돌아서 항구 북쪽으로 이동한다.

 

모항항을 빠져나온 길은 얼마간 도로를 따라서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모항항길 도로를 따라서 오르막을 오르던 길은 중간에 좌회전하여 임도로 진입한다.

 

모항으로 내려가며 잠시 국립공원 지대를 벗어났던 길은 다시 국립공원 지역으로 들어가면서 능선으로 이어진 깔끔한 탐방로를 걷는다.

 

능선길을 따라 서쪽으로 몽산포 해변을 향해서 가는 길은 눈부신 오후의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길이다. 태양도 하루의 일정을 마감하고 서서히 서산으로 내려가고 있다.

 

포장된 길이라서 이따금씩 지나는 자동차가 있기는 하지만 걷기 좋은 숲길이다.

 

좌측으로 서해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자, 곧 임도가 끝이 나고 만리포 해변에 닿는다.

 

드디어 광활한 모래 해변을 자랑하는 만리포 해변에 도착했다. 서해안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중의 하나로 길이만 3Km에 달한다. 지금이 해수욕장 남쪽 끝자락이고 68코스의 종점이 해수욕장의 중앙부이니 아직도 1Km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넓은 모래밭과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인상적이다.

 

해변 데크길을 따라서 해수욕장 중앙부로 이동한다. 사실 필자는 만리포, 천리포라는 이름이 해변이 길어서 생긴 이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런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만리포라는 이름은 조선시대에 이곳에서 중국의 사신을 보내며 "수중만리 무사항해"를 기원하던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만리포전망타워도 보이고 텔레비전에서 보던 워터스크린 조형물도 시야에 들어온다. 워터스크린은 말 그대로 물을 흘려보내며 영상을 보여주는 스크린이므로 밤에 보아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길었던 68코스 여정을 모두 마치고 이곳에서 하룻밤 쉬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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