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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의 해안선을 따라서 국립변산자연휴양림에 도착한 서해랑길은 옛 해안초소길을 따라 이어진 숲길을 걸어서 모항갯벌체험장에 이르고 모항 주위를 한 바퀴 돌아서 모항해수욕장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휴양림으로 들어오니 곳곳으로 관리된 조경이 확실히 차이가 난다. 작은 습지에도 그에 알맞은 식물을 심어 놓았다.

 

노랑꽃창포라는 유럽이 원산지인 식물이다. 잎사귀는 물 웅덩이에서 보던 우리네 창포와 닮았지만 창포물에 머리 감던 그 창포는 아니다. 그래도 숲과 갯벌의 단조로운 색상만 보다가 밝은 노란색을 보니 눈이 확 떠진다.

 

길은 휴양림 앞 해변을 가로질러 건너편 산으로 올라간다. 깔끔하게 지어진 숙소들 옆을 지나는 길이다. 가족단위로 차를 가지고 오면 독채 숙소 옆에 세우고 좋은 바다 전망을 보며 쉬어가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은 휴양림 숙소 단지 끝에서 다시  숲 속으로 들어간다.

 

바다 풍경은 바다 건너편 고창군을 마주 대하는 그림이다. 남서쪽으로 고창군 심원면에 속한 대죽도가 보인다.

옛 해안초소 길을 가는 변산 마실길과 서해랑길은 철조망 아래를 통과하기도 한다. 물론 군대에서 하듯 포복으로 기어서 철조망 아래를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보행자를 위한 통로를 잘 만들어 놓았다.

 

산티아고 순례길도 아니고 휴전선도 아니지만 철조망에 걸린 조개껍질이 길의 운치를 더해준다. 

 

해안 숲길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던 길은 모항을 마주 보고 있는 만 안쪽으로 들어간다. 바다 건너로 멀리 모항에 위치한 휴양 시설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위락 시설이 있는 작은 해변을 관통하여 숲길을 이어간다.

 

숲이 얼마나 울창한지 계곡을 건너는 작은 통나무 다리는 이끼가 가득하다. 

 

숲길에서 만난 솜털뭉치들. 이 계절이 눈이 내렸을 리는 만무하고 무슨 벌레인가?라고 생각하면 조금 징그럽지만 벌레는 아니고 꽃가루도 아니고 은사시나무의 열매라고 한다. 버드나무과라서 그런지 솜털에 씨앗을 날려 보내는 방식이 비슷하다.

 

만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는 숲길도 어느덧 끝이 나고 길은 30번 국도 변산로 방향으로 이동한다.

 

암벽이 인상적인 갑남산(413m) 아랫 자락을 지나서 변산로 도로로 합류한다.

 

국도로 나왔던 길은 다시 모항갯벌체험장 방면 해안길로 접어든다.

 

가족과 함께 갯벌 체험에 나선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아이들을 챙기는 젊은 아빠,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저때가 좋을 때다 하는 생각도 떠나지 않는다.

 

아빠도 아이들도 조개 캐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어른들도 아이들도 핸드폰을 내려놓고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야 할 텐데......

 

한적한 해안 도로를 따라서 길을 이어간다. 먹구름 가득한 하늘을 보니 비가 언제 쏟아져도 이상하지 않다. 오늘 격포까지 가야 하는데, 괜스레 마음이 쫓긴다.

 

길은 모항마을을 가로질러 내려간다. 마을벽화에 고래와 범선을 합쳐 놓았다. 여러 마을 벽화에 고래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자주 볼 수 없는 동물임에도 친숙한 동물이고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모항마을을 지나서 모항방파제까지 내려온 길은 언덕을 올라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바위 절벽 해안 위를 걷는다.

 

산딸기가 익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인가? 산딸기 따먹기 좋아하는 옆지기는 빨간 열매가 없는 산딸기나무 앞에서 아쉬움을 토한다. 산딸기의 한 종류인 멍석딸기가 보라색 꽃을 피웠다.

 

바위 절벽 해안길을 걸으며 만난 탁 트인 바다, 가슴도 시원해진다. 곰소만을 벗어나니 수평선과 함께 서해안에서 해안으로 몰아치는 파도도 감상한다.

 

길은 리조트 외곽의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다. 산책로에서 모항지오트레일로 내려가는 계단도 있는데 해안으로 내려가면 생선뼈 모양의 광맥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모항 관광단지는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암봉들 덕택에 모든 것이 절경이다. 

 

리조트 외곽을 돌아온 길은 모항 해수욕장으로 진입한다. 크지 않은 해수욕장이지만 시설과 주변 숙박시설, 식당등은 잘 갖추어진 휴양지다.

 

해수욕장 관리사무소 앞에서 코스를 마무리하고 편의점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하나 구입하여 넉넉한 휴식을 취하고 46코스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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