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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 흥덕면 사포마을을 출발한 서해랑길은 후포마을과 목우마을의 농로를 끝으로 고창군을 뒤로하고 부안군 줄포면 우포리로 넘어간다. 줄포만 노을빛 정원 앞의 해안 방조제길을 따라 계속 이동한다. 도보 여행자를 위한 인도가 잘 마련된 길이다. 호암마을과 구진마을을 지나면 곰소염전에 닿고 곰소항에서 여정을 마무리한다.
고창군 흥덕면에서 시작하는 서해랑길 44코스 안내판에는 벌써 부안 44 코스로 소개하며 부안군의 로고가 등장했다. 지난번 여행과 이번 여행을 통하여 고창군에 대한 새로운 만남과 인식이 있었다는 것은 나름 큰 수확이었다. 길은 사포마을을 떠나 북쪽 후포마을로 향한다. 동학 농민 혁명군 진격로라는 표식이 있는데 호포마을까지는 그 당시의 농민 혁명군이 갔던 길을 함께한다.
땡볕이 내리쬐는 날씨에 들판을 걸어야 하니 식수도 보충할 겸 후포마을 구멍가게에 들러 식수도 구입하고 음료도 구입했다. 더위를 식혀줄 아이스바를 먹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동네 사랑방 같은 가게는 라면은 팔았지만 얼음과자는 없었다. 길은 마을 중간에서 서쪽에서 빠져 해안으로 나간다.
후포마을 외곽의 들길로 나온 길은 수로를 가로질러 들판으로 나간다. 고창군의 해안문화마실길 표지는 목우마을을 향하고 있고 서해랑길도 표지를 따라간다.
들판을 가로질러 구릉지대에 자리 잡은 농장을 가로지르는데 농장 구석에서 누군가 혼자 나무를 심고 있었는데 가볍게 눈인사를 하며 지나는데 외국인 근로자였다. 그룹으로 다니며 하는 단순 노동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진출하고 있는 현실을 만날 수 있었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2023년에는 250만 명을 넘어서서 인구 20명당 1명이 외국인이다. 더구나 농촌 지역은 대부분이 노령 인구에다 숫자도 적은데 외국인은 많으니 고개를 돌리면 어렵지 않게 그들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실이다. 사회의 현실은 급격히 변해가는데 우리의 생각은 그에 발맞추어 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구릉지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나니 푸른 융단이 펼쳐져 있다. 청보리밭이다.
청보리밭은 풍천장어, 복분자와 함께 브랜드화에 성공한 고창의 대표적인 상품이 아닌가 싶다.
목우마을로 향하는 구릉지의 농로에서 이번에는 물 주기에 한창인 양파밭을 만났다. 스프링클러 빙빙 돌며 물을 뿌리는데 예상치 못한 물벼락을 맞고 말았다. 어릴 적 단체 줄넘기를 할 때 줄이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후다닥 뛰어 들어가듯 조금 떨어져서 스프링클러가 물 뿌리고 있는 위치를 확인하고는 후다닥 지나오지만 또 다른 스프링클러가 뿌리는 예상치 못한 물에 당하고 만다. 무안의 광활한 양파밭을 지나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곳의 양파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어느덧 길은 고창군 흥덕면 끝자락에 도착했다. 언덕 아래로 보이는 간척지 건너편이 부안군이다. 구릉지를 내려가 간척지로 향한다.
구릉지를 내려와 간척지를 가로지르며 수로를 건너면 부안군 줄포면 우포리로 진입한다.
부안군으로 들어가면서 처음 만난 꽃은 노란 죽단화다. 단조로운 모습의 갯벌 인근과 들길을 걷다가 노란 꽃을 만나니 마음까지 화사해진다.
줄포면 우포리의 작은 야산을 지나는 길, 들판은 봄농사가 한창이다. 선양제 저수지를 지난다.
대파 끝에는 꽃망울이 맺히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밀 이삭은 황금빛 결실을 기다리고 있는 그야말로 봄의 한 복판이다.
언덕을 올라와 생태공원로 도로를 만나면 해안 쪽으로 좌회전하여 도로를 따라서 이동한다.
길은 줄포만 갯벌생태공원을 거쳐 줄포 읍내로 이어지는 길을 지나쳐 계속 해안으로 나간다. 공원은 부안 줄포만 노을빛 정원으로 부르는 모양이다.
길은 방조제 길을 따라 좌측으로는 줄포만 갯벌을 보면서 걷는다.
해양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줄포만 갯벌을 관찰할 수 있도록 관람 시설도 만들어 놓았다.
갯벌 반대편으로는 부안 줄포만 노을빛 정원이 넓게 자리하고 있다.
북서쪽 어딘가 이번 여정의 종착지인 곰소가 어디쯤일까? 가늠해 보며 제방길을 가로지른다.
제방길 끝자락에 이르면 길은 부안군 환경센터를 돌아서 간다. 부안에 들어서면서부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노래들이 들려서 처음에는 무슨 축제가 열리고 있나 보다 했었다. 그런데 공원을 지나면서 보니 그렇게 사람도 많지도 않았고, 또, 어떤 이벤트가 열리는 것도 아니었다. 대체 무슨 소리일까 하면서 지나왔는데 환경센터 앞을 지나다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매립지 사용 기한 종료와 포화 상태에 이른 부안 환경 센터 내 매립지의 확장과 소각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였다. 강력한 스피커가 쏟아내는 노동가를 바로 앞에서 들으며 지나가는 것이 고통스러울 정도였다. 도시에서 쏟아내는 쓰레기 처리 문제는 정말로 혜안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환경센터 주위는 현실 문제로 시끄럽지만 인도에 심은 패랭이 꽃은 그런 현실을 잊을 만큼 아름답다.
부안 환경센터를 지나온 길은 새로 정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깔끔한 해안길을 따라 이동한다. 자동차가 다니길 도로의 크기와 인도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넉넉한 인도를 조성해 놓았다.
길은 부안군을 들어서며 만났던 줄포면을 지나서 보안면으로 들어선다. 신창천 하구를 막은 방조제 길을 지난다.
줄포만 갯벌을 따라 걷다가 멈추어 서서 갯벌 너머로 우리가 걸어왔던 풍경과 앞으로 걸어가야 할 전경을 살펴본다. 뒤로는 가깝게는 환경센터의 쓰레기 매립장이 보이고 멀리로는 고창땅이다. 앞으로는 변산반도의 크고 작은 산들이 더욱 가깝게 다가왔고 저기 어딘가에 곰소항이 있을 텐데 아직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호암마을 앞을 지난 길은 깔끔한 길을 계속 이어간다. 북쪽으로 변산반도의 산들을 조망하면서 걷는다. 길 좌측으로는 해안 양식장, 우측으로는 간척지 논들이 펼쳐진 곳이다.
가는 길에는 쉬어 갈 수 있는 작은 공원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일하시는 어머님들이 가방은 벤치에 가지런히 올려놓고 화단 잡초 제거에 여념이 없으셨다. 예산을 들여서 아무리 좋은 길과 공원을 만들어 놓아도 꾸준한 관리가 없으면 금방 허사가 되고 마는 일이 전국 곳곳에 수없이 많다. 가로수를 보면 이곳의 공사가 끝난 지 오래지 않은 모양인데 꾸준한 관리로 지역민과 관광객에게 모두 사랑받는 길이 되었으면 좋겠다.
길은 어느덧 신복리 하천을 지나는 다리까지 왔다.
다리 양쪽에 인상적인 조형물을 세워 놓은 곳이다.
다리를 지나서 바라본 남쪽의 고창 소요산 일대의 전경과 서쪽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의 모습이다. 천마산 끝자락을 돌아가면 곰소로 진입하게 된다.
다리를 지나면 원래의 서해랑길 경로는 농로를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나란히 가는 도로의 인도도 잘 조성되어 있고 구진마을 입구에서 합류하므로 우리는 그냥 도로 옆의 인도를 걷기로 했다. 가로수로 심은 가느다란 이팝나무들이 우람하게 커서 이 길에 그늘을 만들어주고 봄이면 하얀 꽃과 함께 꽃향기를 풍기는 그때가 속히 왔으면 좋겠다.
구진마을부터는 부안군 진서면 진서리를 걷는다. 해안길을 걸으며 줄포면과 보안면 부안군의 두 개면을 지났다. 부안 줄포만 노을빛 정원에서 시작하는 변산 마실길과 함께하는데 서해랑길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유사하다. 변산반도를 빠져나갈 때까지 함께한다.
해안가를 따라온 길이 30번 국도 청자로를 만나는 지점에 이르면 정면으로 곰소염전을 만날 수 있다. 신안의 태평염전만큼이나 대규모를 자랑하는 곳이다.
곰소 염전을 보면서 걷다가 처음 보면 충전소를 발견했다. H2가 선명한 수소충전소였다.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전기차 충전소도 우리의 생활 속에 아주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수소충전소를 보는 것은 처음이다. 곰소 충전소는 부안에서 두 번째로 만든 충전소라고 한다. 부안군 자체의 수소 생산을 위한 물을 전기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생산기지도 만든다고 한다. 얼마나 지속가능할지 두고 볼 일이다. 태양광 발전 시설과 수소 생산 설비를 연계하는 작업은 어떤가 하는 생각도 든다.
30번 국도 옆의 인도를 따라서 곰소항으로 들아간다.
염전이 있는 곳에는 젓갈이 유명한 법, 곰소에서는 매년 가을 젓갈 축제를 연다고 한다. 곳곳이 젓갈가게들로 넘쳐난다.
물이 들어오고 있는 곰소항의 풍경은 평화롭기만 하다. 바다 건너편이 우리가 걸어왔던 고창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는다.
곰소항에서 44코스 걷기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갈길이 멀다.
일정을 끝내고 곰소 터미널로 향하는데 독특한 풍경에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가게 앞에 걸린 독특한 풍경 때문인데 바로 갈치 새끼인 풀치를 걸어 말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꾸덕꾸덕 말린 풀치를 졸여내면 이만한 밥도둑이 따로 없었던 그 식재료다. 곰소 터미널의 시간표를 보면 곰소는 부안을 거쳐서 오는 것보다 정읍에서 바로 들어오는 것이 차편도 많고 빠른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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