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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포마을에 도착한 서해랑길은 계속 이어서 해안길을 걷는다. 마을을 빠져나가며 청자로 도로로 나갔다가 작당마을로 들어가며 마을길로 나왔다가 마을을 빠져나가며 다시 청자로 도로로 나간다. 이후로는 해안 산책길을 따라 국립변산자연휴양림에 닿는다.

 

곰소항을 떠나서 옛날에는 그렇게 고기가 많이 잡혔다는 왕포마을로 들어간다.

 

독특한 화풍의 벽화가 인상적인 마을이다. 낚시꾼의 그림을 보니 이 동네로 어떤 연예인이 낚시를 자주 온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옛 명성은 없지만 깔끔한 해안 풍경을 가지고 있는 마을이다.

 

왕포마을을 빠져나가는 길에는 물고기 조형물과 함께 양식장으로 사용했던 공간으로 보이는 장소를 지난다. 어선이 양식장 안쪽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면 둑을 개방한 모양인데 자세한 사정은 모를 일이다.

 

갯벌에서 노닐고 있는 흰발 농게를 보고 있노라면 어릴 적 접했던 만화 주인공 주먹대장이 떠오른다.

 

길은 청자로 도로로 나갔다가 작당마을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부안마실길 표지가 있는데 왕포마을부터는 부안마실길, 또는 변산마실길 6코스와 함께 한다.

 

하얀 찔레꽃이 피었다. 하얀 꽃이 예쁘기도 하지만 그 향기로움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그 향기를 생생하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찔레꽃을 통해서 1년 전 이맘때 남파랑길을 걸었던 추억이 스쳐 지나간다.

 

길은 어느덧 작당마을 포구를 지난다. "작당모의"가 떠오르는 재미있는 이름의 작당마을은 마을 모양이 까치집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자를 찾아보니 참새 작(雀)도 있고 까치 작(鵲)도 있다.

 

작당마을을 가로지른 길은 다시 청자로 도로로 나간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 "부안 정명 600년"이란 글귀가 붙어 있다. 2016년에 있었던 행사인데, "부안"이라는 이름을 얻는지 600년을 기념하는 것이다. 고려 때만 해도 부령현과 보안현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조선 태종 때(1416년) 두 고을을 합치면서 부안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지명이 일제 강점기에 인근 마을의 이름 앞뒤를 따서 문맥도 없이 지어진 것이 상당한데 부안은 태종 때라니 왠지 다행이다 싶다. 보안면도 새롭게 보이고, 온전한 이름의 뜻을 가진 고창군의 부안면도 새롭게 기억될 것 같다.

 

도로에 오르니 멀리 국립변산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제방도 보인다. 변산마실길 6코스 표식과 국도 옆의 보행로를 따라 이동한다.

 

청자로 도로 자체가 산자락 아래의 해안을 따라가다 보니 도로 아래는 절벽에 가깝다.  도로 아래로 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제방길과 연결되는 작은 인도교도 보인다.

 

도로에서 계단길을 내려와 둑방길을 가로지르면 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숲길로 진입할 수 있다.

 

짧은 숲길을 지나면 마동방조제를 지난다. 

 

전북 천리길 중에서 쌍계재 아홉 구비길이란 이름이 등장했다. 부안마실길, 변산마실길 6코스와 일치하고 서해랑길도 함께하는 길이다. 지자체와 국가 기관마다 나름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뭐라 할 수 없지만 실제로 이 길을 걷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지속 가능한 예산 투입이 되었으면 좋겠다. 커다란 조형물은 사양한다. 커다란 조형물 대신 주기적인 잡초 제거가 낫다.

 

쌍계재 아홉 구비길이라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지만 지도에서는 어디를 쌍계재 고개라고 하는지 찾을 수 없었다. 아마도 휴양림 인근인 모양이다. 마동방조제 위쪽으로 올라가면 마동삼거리를 지나면서 청자로 도로도 끝이 나고 도로는 두 갈래로 갈라진다. 하나는 해안으로 모항을 거쳐서 격포로 가는 30번 국도이고, 다른 하나는 계곡을 따라서 북쪽으로 직진하여 고사포 인근에서 30번 국도와 합류하는 736번 지방도이다.

 

마동방조제를 지나온 길은 숲길을 통해서 휴양림으로 향한다.

 

숲길 초반에 사유지 때문인지 길이 헷갈리고 험한 구간이 있는데 서해랑길 리본을 따라 이동하면 길을 찾을 수 있다.

 

길이 휴양림 관리 지역 안으로 들어가면 잘 정비된 숲길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우리가 걸어왔던 작당마을 쪽 갯벌을 돌아보고 길을 이어간다.

잎 모양이 아카시 나무와 비슷해서 항상 그 정체를 알고 싶어 했는데, 노란 꽃을 피우니 확실히 그 정체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실거리나무이다. 식물 분류상 과도 아카시 나무와 다르다. 나무 전체에 가시가 많아서 옷의 실밥이 잘 걸린다은 의미라고 한다. 아카시 나무는 하얀 꽃을 아래로 떨구지만 실거리나무는 노란 꽃을 위로 피운다.

 

조릿대 숲을 통과하면 의외의 장소가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나라 해안 산책길의 상당수가 해안 경비를 위한 길이었다는 것은 다녀본 사람만이 안다.

 

바위 암석과 나무 숲이 어우러진 숲길을 걷는다.

 

길을 걷다가 만나는 녹슨 철조망을 보면서 이 길의 정체도 알게 되고 분단국가의 상흔이라는 안타까움과 함께 그 덕분에 이렇게 이런 산책길을 걸을 있다는 감사함도 교차한다.

 

멀리 산 건너편으로 깔끔하게 지어진 휴양림의 숙소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숲길이 끝나고 해변으로 나오면 본격적인 휴양림 구간을 통과한다. 아주 고급스러운 곳이다. 숲과 주변 자연 훼손은 최소화하면서 걷는 사람들이 휴양림으로 길이 막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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