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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서쪽 해안선을 따라 올라가고 있는 서해랑길은 언포 해수욕장을 지나서 상록해수욕장에 이른다. 상록해수욕장 이후로 작은 고개를 하나 넘으면 궁항에 닿는다. 궁항을 지나면 봉화봉 자락의 임도를 넘어가야 하는데 1백여 미터 고도의 고갯길이다. 이 길은 지나면서 궁항전라좌수영 세트장도 거쳐 간다. 임도를 내려가면 바로 격포항이고 격포항 끝자락에서 코스를 마무리한다.

언포에서 상록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작은 야산의 산책길은 그 옛날 군인들의 해안 초소길을 따라간다. 언젠가 이 땅에 이념문제로 나라와 사회가 갈라지는 일이 종식될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본다. 통일이 되면 될까? 지금의 MZ 세대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면 될까? 

 

매년 엄청난 물량의 폐타이어가 발생하는데 그 타이어로 벽을 만드는 작업은 그나마 환경에 덜 피해를 두는 것이 아닌가 싶다. 폐타이어에 흙을 채워 벽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나름의 업싸이클링 기술이다. 상당한 수량이 태워져서 시멘트를 만드는데 활용한다고 한다. 보도블록을 만드는 데 사용하기도 하지만 유럽에서는 화물차용으로 재생타이어를 많이 사용해서 그 비중이 50%에 육박한다고 한다.

 

상록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불어서 쓸쓸한 느낌이지만 여름이면 사람들로 넘쳐날 것 같다.

 

길은 해수욕장의 솔숲길을 가로지르다가 중간에서 해수욕장을 빠져나간다.

 

해수욕장 중간에서 해변을 빠져나가는 길목에는 두포마을 갯벌체험장 표식이 있었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이 이곳으로 MT를 왔는지 단체로 준비 운동을 하고 있었다. 바다로 나갈 모양이다. 두포마을 곳곳에는 펜션과 민박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연분홍의 달맞이꽃이 수줍게 꽃을 피웠다. 원래 달맞이꽃은 밤에 꽃을 피우는데, 이 꽃은 낮에 피는 것이라 낮달맞이꽃이라 부른다.

 

이번에는 향기로운 이팝나무 꽃이다. 이런 향기로운 꽃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봄의 절정이 금방 지나고 있음이 아쉽다. 도로 옆에서 풍성한 이팝나무 꽃향기에 잠시 묻혀있다가 길을 이어간다.

 

두포마을에서 궁항마을로 가려면 작은 언덕길을 넘어가야 한다. 전망대에서 주변 풍경을 잠시 감상하고 간다. 바람이 워낙 세게 부는 상황에서 전망대로 올라가려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상록해수욕장과 궁항 방파제의 풍경이다. 궁항 방파제 앞의 바위섬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천연 바위섬으로 앞으로 길게 포구를 만든 궁항 포구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온 길은 내리막길을 걸어 궁항마을에 이른다. 궁항마을은 마을이  활처럼 생겼다고 붙은 이름인데 마을 앞에 있는 개섬은 마치 화살촉 같은 모양새다.

 

언덕을 내려온 길은 북쪽으로 마을길을 가로질러 가는데, 골목길을 지나면서 집집마다 담벼락에 걸어 놓은  토기 인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형의 미소에 나도 잠시 서서 미소로 인사한다.

 

물고기가 들어가 있는 토기는 마치 바닷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궁항마을 앞바다로 개섬, 또는 견성이라 불리는 섬을 보면서 길을 이어간다.

 

마을 언덕 곳곳으로는 풍경이 좋은 위치인 만큼 펜션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걸음을 걸어갈수록, 마을의 위치마다 조금씩 다른 절경을 선사하는 곳이다.

 

궁항마을을 지나온 길은 봉화봉 자락의 임도를 오르기 시작한다. 1백여 미터 조금 넘는 곳까지 고도를 올리며 오르막 길을 올라야 한다.

 

봉화봉 오르막 길에는 부안군 영상세트장도 지난다. 전라좌수영 세트장이 있는 곳으로 안내문을 보니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로만 생각했는데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를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원래의 좌수영은 여수에 있다.

 

임도는 본격적으로 고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숨이 차고 이마에 땀이 흐르는 오르막이지만 고개만 지나면 격포 종점이라는 희망을 안고 힘을 내본다.

 

오르막 경사도가 장난이 아니다. 전북 학생해양수련원부터 함께한 변산마실길 4코스도 끝이 나고 있다.

 

고갯마루에는 봉수대로 가는 등산로가 있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급격히 고도를 내린 길은 어느덧 격포항에 닿는다.

 

격포항 입구에 자리 잡은 해넘이 공원 표지석 옆에는 월고리 봉수대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봉수대에 오르면 전망이 훌륭하다는데 보지 못해 아쉽다. 이곳은 전라우수영 소속의 격포진이 있었던 곳으로 현재는 변산면 격포리에 해당한다.

 

격포항으로 내려오자마자 해안에 있는 바위 절벽이 시선을 압도한다. 

 

격포항은 국가어항인 만큼 규모가 상당했다. 위도로 가는 배를 이곳에서 탈 수 있다.

 

정면으로 적벽강과 채석강을 품고 있는 닭이봉을 보면서 격포항 끝자락으로 이동한다.

 

격포항 끝자락에 이르니 많은 사람들이 방파제로 향하고 있었다. 채석강을 좀 더 가까이에서 보려는 마음일 것이다. 두어 번 다녀간 기억이 있지만 이렇게 걸어서 지나가니 모든 풍경이 처음 보는 것처럼 새롭게 다가온다.

 

자연이 준 선물 채석강을 다시금 눈에 담아본다.

 

격포항 끝자락에서 코스를 끝내니 한 방울 두 방울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얼마나 다행인지, 이른 아침 여정을 시작할 때부터 흐린 날씨였는데 하늘이 우리를 위해 참다가 이제야 빗물을 떨구기 시작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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