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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 가게가 즐비한 곰소항을 떠나면 처음에는 청자로 도로를 따라서 걷다가 곰소초등학교를 지나서 작도마을에서 해안으로 나가서 해안 제방길을 걷는다. 제방길을 걷다가 관선마을 인근에서 다시 청자로 도로로 나오지만 이내 해안 제방길로 다시 들어가 왕포마을에 닿는다.

 

5월 중순에 다시 돌아온 곰소항은 봄의 절정을 넘어서 초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날이 흐려서 비를 맞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지만 구름이 해를 가려 주어서 걷기에는 좋은 날씨가 되지 않을까 싶다. 흰색과 노란색이 마치 계란 프라이처럼 생겨서 계란꽃이라는 별칭을 가진 샤스타데이지가 화사하게 우리를 맞아준다.

 

물이 빠진 이른 아침의 곰소항 풍경은 흐린 하늘 아래로 쓸쓸함 느낌이다.

 

지난번 곰소항에 도착하면서 만난 곰소항의 풀치 건조 풍경은 다시 보아도 생경스럽다. 영광 법성포를 지나와서 그런지 굴비 말리는 풍경과 비슷해 보이지만 확실히 다르다. 어린 갈치를 염장해서 말린 것이다. 머리를 잘라 버리고 내장 부분은 깔끔하게 잘라서 따로 갈치 속젓을 담근다고 한다.

 

곰소 염전이 있으니 젓갈 파는 가게가 즐비한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아무튼 밥도둑 젓갈을 입맛만 다시며 그냥 지나쳐 가야 한다는 것이 아쉽다. 그런데, 젓갈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다. 고춧가루 양념 없이 소금만으로 염장한 명태알젓이 백명란젓이고, 고개미젓은 곤쟁이젓이라고도 부르는데 새우처럼 생긴 1Cm 내외 아주 작은 곤쟁이로 담근 젓갈이다. 어떤 분들은 해수욕장 근처 해안으로 나가서 뜰채로 잡아 젓갈을 담그기도 한다. 전어는 내장이나 전어 새끼로 젓갈을 담그기도 하는데 내장 중에서도 타원형의 콩만 한 전어의 위로 담근 젓을 전어밤젓 또는 돔배젓이라 한다. 풀치를 담그며 자연스럽게 나오는 부산물이 갈치 내장이고 이것으로 만든 젓이 갈치속젓인데, 갈치의 아가미로 담근 젓을 순태젓이라 한다. 참 음식을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인적 없는 조용한 곰소항을 빠져나간다. 곰소항은 일제강점기에 인근 지역에서 착취한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하여 제방을 쌓아 만든 항구로 조기 잡기의 전진 기지였던 줄포항을 퇴적물이 쌓이며 사용할 수 없게 되자 곰소항을 만들었다고 한다.

 

길은 곰소항 서쪽 끝자락에 있는 나룻산 공원을 돌아서 북쪽으로 길을 잡는다.

 

곰소를 빠져나온 길은  청자로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동한다.

 

부안군 진서면 곰소리를 빠져나가는 길, 동쪽으로는 넓은 호수가 자리하고 있다. 그 뒤로 곰소염전이 있다.

 

변산반도를 걷고 있는 서해랑길은 변산마실길과 길을 함께 한다. 변산마실길 7코스이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동일한 경로를 걷는다.

 

청자로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은 곰소초등학교 앞을 지나서 작도마을에 닿는다. 읍내에서 떨어진 곳이라서 그런지 학생수가 30여 명인 아담한 학교이다. 이곳도 교직원수가 학생수와 비슷한 학교이다. 빨간 벽돌 학교 벽에 둘리를 그려 놓았다.

 

청자로 도로를 따라온 길은 작도마을에서 해안길로 나간다. 작도마을 입구에 진서리 도요지에 대한 안내문이 있었는데 13세기에 고려청자를 만들었던 가마터가 40여 개나 남아 있다고 한다. 보안면에 가면 부안청자박물관도 있다. 보안면부터 왕포마을을 지나서 마동마을에 이르는 도로 이름이 왜 청자로 인지 그 이유를 알겠다.

 

청자로 도로를 벗어난 길은 해안 제방길을 따라 남서쪽으로 내려간다. 곰소만 일대는 서해안에서 그나마 간척이 덜 이루어져 갯벌 원형을 잘 보존한 지역이라는데 그중에서도 크지는 않지만 제방을 쌓아 논을 만든 지역이다.

 

봄이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향긋한 아카시 꽃 향기와 맡을 수 있음이다. 하얀 꽃 중에서 하나를 따서 입에 머금으며 은은하고 달콤한 기운이 입안 가득 퍼진다.

 

잘 정비된 변산 마실길 덕분에 기분 좋은 걷기를 이어갈 수 있다. 왕포마을을 4.1Km 앞두고 있다. 변산 마실길 7코스는 곰소항에서 왕포마을까지로 "곰소 소금밭길"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바다로는 곰소만 중앙에 죽도라는 섬이 있는데 저 섬은 고창군 부안면에 속한 섬이다. 내륙으로는 화려한 암봉을 자랑하는 봉우리들이 즐비하다. 백제 무왕 당시에 창건했다는 내소사가 저 어딘가에 있을 텐데 위치는 모르겠다.

 

하늘에는 끼룩끼룩하는 갈매기들이 우리와 동행한다.

 

내소사의 위치는 모르겠지만 이곳 간척지로 내려오는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면 간척 이전에는 포구가 있었을 석포마을에 닿고 물길을 따라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면 그 유명한 내소사에 닿는다. 정면으로 보이는 암봉은 내변산 대표적인 탐방지 중에 하나이자 100대 명산 중의 하나로도 꼽히는 관음봉(424m)으로 보인다. 참고로 변산반도의 해안 지역을 외변산, 내륙의 산악지역을 내변산이라고 부른다.

 

제방길을 쭉 이어서 가면 좋을 텐데 길이 없는지 도로 쪽으로 길을 돌아서 가야 한다.

 

둑방길에서 보라색의 갈퀴나물을 만나니 반갑다. 잡초로 취급받지만 잘 활용하면 사람과 동물에게 유익한 식물인데 갈퀴나물이나 살갈퀴를 만나면 늘 어떻게 활용하는 방법이 없을까 상상에 빠지곤 한다.

 

살갈퀴와 갈퀴나물은 둘 다 콩과 식물로 잎 모양은 아주 비슷한데 꽃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갈퀴나물은 그림처럼 꽃이 촘촘히 달리는 것과 달리 살갈퀴는 앙증맞은 꽃이 달린다. 갈퀴나물이 줄기로도 씨앗으로도 번식하는 여러 해 살이 풀이므로 번식력으로 보면 더 강하지 않은가 싶다.

 

해안 제방길을 걷던 길은 농로를 거쳐 다시 청자로 도로로 올라왔다. 

 

관선헌이라는 표식과 함께 잠시 도로를 벗어나기도 하지만 이내 청자로 도로로 돌아온다. 

 

이른 봄 노란색으로 눈을 즐겁게 했던 유채꽃도 이제 꽃이 지고 열매를 맺고 있다.

 

청자로 도로를 따라서 관선마을 지나온 길은 왕포마을 표식을 따라서 다시 해안길로 내려간다. 주말과 공휴일에만 운행하기는 하지만 부안 변산 마실길을 따라 운행하는 마실버스를 잘 활용하면 비싼 택시비를 지불하지 않고도 걷기 여행을 편한 게 할 수 있다.

 

길은 언덕을 내려가 다시 제방길을 걷는다.

 

이곳 방조제의 상류에는 운호저수지가 있고 물길은 운호마을을 가로질러 이곳까지 내려온다. 

 

간척용 방조제를 지나온 길은 언덕을 넘어서 왕포마을로 들어간다. 칠산바다에서 고기가 제일 잘 잡히는 곳이라고 왕포라 했다고 한다.

 

왕포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함박꽃을 피운 작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을에 뿌리를 채취해 말려두면 한약으로도 쓰이고 쌍화탕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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